[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 왓슨]국내 첫 도입 '왓슨 포 온콜로지 1년' 병원내 토론문화 정착

영역 칸막이 걷고 환자 신뢰 쌓고… 거스를 수없는 의료계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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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 다학제는 왓슨이라는 새로운 '전문가'와 함께 의사 6명이 모여 환자 앞에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풍경을 일상화시켰다. 상하 위계가 엄격하고, 진료 영역별 칸막이가 견고해 대화의 문이 막혀 있던 병원에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뚫린 것이다.

Watson 인공지능의 국내 첫 병원 임상이 시작되고 1년이 지났다. 가천대 길병원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왓슨 포 온콜로지'가 의료계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았다. '인공지능이 뭘 하겠냐'라는 의구심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길병원 외에도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조선대병원, 전남대병원이 왓슨을 들여왔고, 중앙보훈병원 환자들도 곧 인공지능을 만나게 된다. 병원의 인공지능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공지능 왓슨, AI 의사(전문가)와 지난 1년간 환자를 만나온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왓슨은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를 개선했을뿐 아니라 의사들 사이 경직된 토론 문화에 변화를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병원은 '어려운 환자'에 한해 관련 분야 의사들이 모여 치료 방향과 방식을 결정하는 튜머 보드(Tumor Board)가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왓슨 다학제는 왓슨이라는 새로운 '전문가'와 함께 의사 6명이 모여 환자 앞에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풍경을 일상화시켰다.

상하 위계가 엄격하고, 진료 영역별 칸막이가 견고해 대화의 문이 막혀 있던 병원에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뚫린 것이다. 왓슨 진료 경험이 많은 길병원 의사 5명을 각각 이메일 인터뷰해 재구성했다.

전용순 교수(외과 유방암클리닉), 심선진 교수(종양내과), 백정흠 교수(외과 대장항문클리닉), 경선영 교수(내과 호흡기알레르기센터·폐암), 이광범 교수(산부인과 부인종양클리닉·부인암) 등 5명이 참여했다.

Q : 의료계에서는 '왓슨도 왓슨이지만, 다학제가 포함된 왓슨이 핵심!'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1년간 왓슨과 함께 환자를 만나온 결과 다학제의 가장 큰 효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 (전용순) 각각 다른 과 교수들이 한 환자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교환하여 가장 적합한 치료에 대한 합의를 이루게 된다. 또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점들을 토의 과정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 왓슨을 통해 앞서가는 의학의 최신 지견을 알 수 있게 된다. 의사에게도 도움이 된다.

*왓슨은 전문의를 대상으로 임상 의사들에게 환자 치료 결정에 도움이 되는 보고서를 생성한다. 각 항암 치료법에 대한 이론적 근거, 문헌, 약물 정보, 환자 교육 자료 등 수백페이지에 해당하는데 의사는 이를 꼼꼼히 살펴 최신 지식을 업데이트한다.

특집/인공지능 암센터 의료진
인공지능 암센터 의료진.

Q : 그런 다학제가 환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

A : (백정흠) 다학제는 환자·보호자와 함께하는 대면 진료다. 환자와 보호자가 자신의 병을 충분히 확인하고, 의료진과 환자 간의 관계를 개선시켜 신뢰와 믿음을 더욱 공고히할 수 있다. 의료진이 일방적인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의 의견을 수렴해 더욱 나은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왓슨이 제공하는 여러 자료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면 환자·보호자의 신뢰도 역시 높아진다.

A : (심선진) 왓슨과 통합해 운영되는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란 것이 중요하다. 환자에게 향후 치료 계획을 설명할 때 '어떻게 이런 결론이 도출됐는지' 바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A : (경선영) 환자 입장에서 1회 진료로 여러 번의 진료를 대체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다학제로 결정된 치료 방법과 왓슨을 같이 제시해주면 환자 신뢰도가 더 상승한다.

*왓슨 다학제에 전문의 6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환자를 만나기 전 사전 미팅을 통해 '기본적 쟁점'에 대한 조율을 시도하기도 한다. 다학제 진료 30분이면 환자 입장에서 6명의 의사를 30분씩, 모두 180분 만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른바 BIG5 병원에서는 도입하기 힘든 진료 시스템이다.

Q : 암 전문의의 치료 의견과 왓슨이 '강력 추천'한 치료법의 일치율이 56%로 자체 조사됐습니다. 나머지 불일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A : (이광범) 산부인과에서 자궁경부암의 경우 일치율이 80%를 상회한다. 20%의 불일치는 국내 의료 환경에 맞지 않는 경우다.

A : (경선영) 폐암은 일치율이 높은 편이지만, 왓슨이 국내 보험이 안 되는 약제를 1차 치료제로 제시할 때 불일치가 발생한다.

A : (백정흠) 특정 암종의 경우 동양인과 서양인의 수술적 치료 차이가 있다. 보조 치료 과정에서 항암 치료의 반향이 달라질 수 있다.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에 대한 임상 시험이 미비할 경우 불일치가 생기기도 한다.

특집/인공지능 암센터 내부 사진
인공지능 암센터 내부 사진. /가천대 길병원 제공

Q : 환자들은 왓슨을 신뢰하나

A : (심선진) 국내 특성상 일부 서울 대형 병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암 환자는 치료의 적절성에 대해 세컨드 오피니언을 구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의료진이 왓슨 전 표준 치료에 대해 미리 설명드리고 이를 왓슨에 입력하여 의견 일치 여부를 설명하면 대부분이 다른 병원에 가지 않고 세컨드 오피니언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의료진은 왓슨을 통해 치료 관련 논문 등 근거 검색을 통해 환자에게 충분히 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A : (전용순)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어 환자분들이 의학의 최신 진료 방법을 잘 이해하고 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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