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서 찾는 고려 1100년의 흔적·2]고려 속 경기, 천년 미래의 답 있다

세계 누비는 '메이드 인 KOREA' 원조는 경기청자였다

박종기 기자

발행일 2018-04-17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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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본대방광불화엄경주본 권제일 / 경기문화재단 제공
초조본대방광불화엄경주본 권제일(경기도박물관 소장)

현종, 왕실직할지 '경기' 배경 지배층 안정 도모
문벌귀족층 배출… 사상·문화 다원성 확장 계기
벽란도 상징 경기만 통한 청자 교역 '고려' 알려
오늘날 첨단 중심지 맥 닿아… 미래전략 참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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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년 전 1018년(현종9) 수도 개경과 주변 12개 군현을 묶어 '경기'라는 특별 행정구역이 신설되었다.

1018년은 고려왕조 건국 백년이 되는 해이자, 고려군 사령관 강감찬이 소손녕의 거란 10만 대군을 격퇴해 고려-거란의 30년 전쟁이 종결되어 왕조 최대의 위기가 해소된 해이기도 하다.

청자상감포류수금문돈(경기도박물관 소장)  경기문화재단 제공
청자상감포류수금문돈(경기도박물관 소장) /경기문화재단 제공

#왕조 중흥의 기점이 된 경기 설치

왜 건국 백년이 된 시점에 경기라는 행정구역을 설치했을까?

거란의 침입으로 수도가 함락된 고려는 12개 군현을 편입시킨 영역의 확장을 통해 수도 개경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자 했다.

1029년(현종20) 개경 외곽을 두르는 나성(羅城)을 축조해 수도 개경의 방어망을 완성했다. 또한 경기지역을 왕실과 조정의 직할지로 삼아 이곳의 조세와 생산물을 핵심 지배층에게 공급해 경제적 안정을 보장했다.

이를 주도한 현종(1009~1031년 재위)은 전쟁을 종식시키고 각종 제도를 정비한 공로로, 중흥(中興)의 군주로 평가받았다. 따라서 경기 설치는 전후 수도 개경의 면모를 일신했을 뿐 아니라 왕조 중흥의 상징성을 갖는다.

또한 경기는 고려전기 정치를 주도한 문벌귀족층을 배출한 곳이다. 안산 출신 김은부(金殷傅)는 두 딸이 현종의 비가 돼 처음으로 왕실의 근친혼 관례를 깨고 왕실의 외척이 됐다.

김은부의 외손인 문종은 인주(인천) 출신 이자연(李子淵)의 세 딸을 왕비로 맞았다. 이자연의 첫째 딸인 인예태후는 순종, 선종, 숙종 세 국왕과 유명한 학승 대각국사 의천을 낳았다.

인주 이씨 일문은 이자겸(李資謙)에 이르는 3대에 걸쳐 일곱 국왕을 배출하는 고려전기 최고의 문벌귀족 가문이 됐다.

인주 이씨로 대표되는 문벌귀족은 불교는 물론 유교, 도교, 풍수지리 등 다양한 사상과 문화의 공존을 허용해 고려문화의 다원성을 확장시켰다.

경기지역은 대장경, 나전칠기는 물론 초기 청자 생산의 중심지였다. 이들 제품은 문벌귀족층의 문화 수요에 따라 생산됐지만 송, 거란, 여진 등 동아시아에서도 호평을 받을만큼 기술 수준이 높았다.

벽란도로 상징되는 경기만 일대의 항구와 바다는 이들 제품을 유통하는 중심지였다. 활발한 교역과 유통으로 고려는 서방세계에 한반도를 호칭하는 '코리아'의 원조가 되었다. 고려왕조의 개방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사상과 문화의 다원성, 통합성, 정치와 사회의 개방성과 역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고려 다원사회는 이같이 경기지역에서 개화했고 번성했다.

고려왕조를 상징하는 주요 문화유산이 경기도 일대에 집중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지역 출신 문벌귀족층의 후원과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경기지역이 갖는 역사적 위상을 잘 보여주는 예다.

청자음각국화문 잔탁(경기도박물관 소장) 1111 경기문화재단 제공
청자음각국화문 잔탁(경기도박물관 소장)

경기문화재연구원
#경기 천년의 미래

그렇다면 천년의 해를 맞은 경기도는 미래 전망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2015년 경기연구원이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경기도 이미지와 특색을 조사한 결과, '수도권'을 가장 많이 들었다.

경기도 소속 31개 시군은 경제, 교통, 의료, 산업생산 등 여러 측면에서 비대해진 수도 서울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

서울과 함께 보완과 상생의 새로운 비전과 위상 정립을 해야 하는 것이 '수도권' 경기의 과제다. 그 대안이 보고서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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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기 국민대 명예교수
수도권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것이 도농 복합도시, 풍부한 산업(시설) 및 관광 인프라 등 '다양성'이다. 다양성을 통합해 경기도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서울과의 상생과 보완 관계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키우는 핵심지역이다.

판교 테크노밸리, 수원과 파주의 전자단지, 이천의 반도체 등 밀집된 첨단기술과 주변에 항공, 항만 시설 등 훌륭한 물류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천 년 전 고려와 맥이 닿아 있는 첨단 융합기술의 중심지로서 체계적인 발전 전략 수립에 경기 천년의 미래가 달려 있다.

/박종기 국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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