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주거지역 부적합' 판정받은 인천 사월마을

수십년 중금속과 동거… "더는 불안해서 못 살겠다"

공승배 기자

발행일 2019-11-20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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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마을 항공촬영
환경부가 20여년간 마을 주변 공장들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 사월마을의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한 19일 인천시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에 공장들이 빼곡히 차 있다. 이곳 주민들은 마을 주변에 난립한 공장과 폐기물처리업체에서 나오는 쇳가루, 비산먼지 등으로 암과 호흡기질환 등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마을주택 창틀엔 검은 먼지 '수북'
비와도 하루면 '쇳가루' 공포 확산
"癌발병 환경과 무관 결과 못믿어"
주민을 옮기든지 공장 없애든지…
인천시·지자체 특단의 조치 촉구


"공장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든지, 주민들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옮기든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19일 오전 찾은 인천 서구 사월마을. 54년째 이곳에 살고 있다는 김모(74·여)씨의 집 창틀에는 검은 먼지가 쌓여 있었다. 손으로 닦아 보니, 반짝이는 물질이 눈에 띄었다.

김씨는 반짝이는 물질이 쇳가루라고 얘기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이 마을에서는 대기와 토양뿐 아니라 주택 창틀에 쌓인 먼지 등에서도 다수의 중금속 물질이 검출됐다.

주민들이 수십년간 주장한 '쇳가루 공포'가 공식적으로 확인되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김씨는 2년 전 유방암 판정을 받고 수술까지 한 상태라 불안은 더욱 크다.

김씨는 "이틀 전 비가 와 씻겨 내려갔는데도 또 쇳가루가 쌓였다. 중금속이랑 함께 사는 꼴"이라며 "생전 안 아프던 사람도 이 마을에 오면 병을 얻는데, 불안해서 더 이상 어떻게 사느냐"고 토로했다.

마을 언덕에서 내려다본 사월마을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마을 내 집과 공장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건물이 섞여 있었다.

마을 인근 건설폐기물 처리업체에는 폐기물 더미가 10m가량 쌓여 하나의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이 마을에는 주민 수(122명)보다 많은 165개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날 환경부의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 주민설명회가 열린 왕길교회에 모인 주민들은 하나같이 "환경부의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환경부는 이 자리에서 사월마을의 주거환경이 사람이 살기에는 부적합하지만, 주민 10여명에게서 나타난 집단 암 발병은 주변 환경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40년 넘게 이 마을에 살았다는 이춘순(83·여)씨는 "눈앞에서 마을 주민들이 암에 걸리는 모습을 봤는데, 주변 환경과 연관이 없다는 결과를 어떻게 믿겠느냐"며 "정말 마을 사람 중 성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공장을 옮기든지 우리를 옮기든지 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지역 환경단체는 사월마을의 문제가 수도권매립지 조성과 연관이 크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1990년대 서구에 수도권매립지가 조성되면서 인근에 순환골재업체 등 건설 폐기물 업체들이 난립하기 시작했다"며 "사월마을의 문제는 예견돼 있었지만, 인천시와 서구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등한시했다. 집단 이주 등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일단 사월마을의 사후관리비용으로 국비, 시비 등 약 2억원을 서구에 교부한 상태"라며 "집단이주 등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듣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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