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풍요와 번영에 반대편에는, 이에 가려진 그늘이 존재한다.

경제 성장은 생산이 더해진다는 이야기지만, 이 때문에 생기는 폐기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를 위협하는 생산물이 된다.

폐기물 양이 급속히 늘고 사회문제가 되면서, 관리에 대한 기준도 법에 따라 진행토록 명시했다.

하지만 항상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행위가, 분쟁을 발생시키고 혐오를 가져오게 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자체의 골칫거리인 '불법 폐기물 산'과 '폐기물 화재'다.

폐기물 처리가 마땅치 앉아 불법적인 매립과 적치가 이뤄지는 일이 다반사고, 다량 적치된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화재도 빈번하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리 강화 방안을 담은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최근 시행했다.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법적 시설은 장려하고, 불법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한 개정안이다.

개정안이 폐기물 처리 원칙의 출발점이 될 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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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김포시 통진읍 폐기물 야적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모습./경인일보 DB

■연중 재해 된 폐기물 화재, 일부러 안전관리 안 한다 의심까지

지난달 29일 오전 화성시 서신면 한 폐기물 처리업체에서도 큰 불이 났다. 폐기물 규모가 워낙 커 잔불을 진화하는 데 까진 1주일 이상이 걸렸다. 폐비닐을 보관하던 가설건축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유독가스 등이 발생하고 강풍까지 불면서 주변 피해도 컸다. 

폐기물 업체 화재는 '연중행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빈번하다. 화성시의 경우 지난 1월에도 향남읍에 있는 폐기물 재활용 공장 2개 동에서 큰 불이 났고, 지난해 8월에도 우정읍 주곡리 재활용업체와 또 다른 폐금속 분진 보관 업체에서 불이 난 바 있다. 불과 10여 개월 사이에 폐기물 업체 대형화재가 4차례 이상 난 셈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폐기물 업체의 경우 공장 안에 플라스틱 등 폐기물이 다량 쌓여있어, 진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화성시는 지난해부터 특별점검반을 통해 폐기물 업체 등의 환경법, 건축법, 소방법 위반 여부 등을 집중 관리해 왔지만 이번에도 큰 불을 피하지 못했다.

경기도내에는 폐기물 업체가 5천여 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도내 폐기물 업체에서 발생한 화재는 지난해만 42건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부 폐기물 업체가 폐기물 처리를 하지 않고 적재만 한 다음, 부실한 안전관리로 화재를 유발하고 있다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폐기물 사업장에서 폐기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이 사업에 대한 혐오를 가져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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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봉담읍 세곡리 불법 폐기물 처리 전 후 모습./화성시 제공

■늘어나는 폐기물 처리할 곳은 없다?

폐기물 처리는, 폐기물을 매립·소각하거나 재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불법 폐기물이 늘어나면서 합법적인 시설 설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시설 등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폐기물은 늘어나는 데 처리할 수 있는 양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이에 폐기물 처리비용은 늘어났고,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폐기물을 테마로 한 업종의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갈 곳 없는 폐기물은 불법으로 방치되기도 한다. 불법 쓰레기산이 전국적인 문제가 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지난해 말 전국 광역단체 등에 공문을 보내 "불법 폐기물의 처리 및 안정적 처분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민원해소 권고 등을 이유로 관련 시설의 인·허가를 지연하는 사례가 없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지역의 반대 여론을 무조건 모른 채 할 수도 없어, 애를 먹고 있다.

화성시 장안면 석포리 산업폐기물최종처분시설 건립사업은 이런 딜레마의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16년 8월 장안면 석포리 13만여㎡에 10년간 180만㎥의 폐기물을 매립하는 사업계획이 시에 제출됐지만, 횟수로 5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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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폐기물 처리에 대해 강력한 대응 천명한 서철모 화성시장.

■합법과 불법 경계 명확히, 장기적으로는 폐기물 줄여야

정부는 이달부터 '폐기물관리법' 및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번 법률 및 법령 개정안은 불법 폐기물의 발생 예방, 불법 폐기물에 대한 신속한 사후조치, 책임자 처벌 강화 등이 큰 골자다.

폐기물 배출자부터 폐기물 처리를 수탁하는 업체의 적법성을 확인해 적법성을 확인하는 내용도 담았다.

또 폐기물 수집·운반업자가 쓰레기산처럼 불법 폐기물을 쌓아두다 행정처분이 내려진 장소로 폐기물을 운반하는 것이 금지 시켰다.

5년마다 폐기물처리업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적정한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적합성 확인을 거쳐 부실한 폐기물업체를 퇴출시킬 방침이다.

이미 발생한 불법 폐기물에 대해서는 신속한 사후조치를 하게 된다. 불법 폐기물로 침출수가 발생할 우려 등 긴급한 사유가 있으면 별도의 처리 명령 없이도 행정청으로 하여금 즉시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대집행 완료 전에 책임자에게 비용환수를 위한 가압류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정부의 이같은 의지는 폐기물의 적법처리는 장려하되, 불법적 요소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정부도 이에 발맞춰, 개정된 법에 따라 관리 감독 강화를 천명하고 나섰다.

화성시의 경우 이번 기회에 강력한 행정집행으로, 불법 방치폐기물과 부실 폐기물업체가 발붙일 곳을 없애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폐기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시 차원의 종합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불법, 탈법 시설로 전체의 폐기물처리 자체가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면이 있다"며 "이번 개정안을 토대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불법 업체는 엄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산업현장 등에서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