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1)]쓰레기 독립 선언

'자치권 없을때 떠안은 '매립지'…'쓰레기 식민지' 정의는 없었다

김민재 기자

발행일 2020-12-01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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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현재 쓰레기 매립이 진행되고 있는 수도권매립지 3-1공구. 2020.7.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서울·경기도 '환경정의' 유독 침묵
인천시 '자체시설 조성' 결단 배경
2015년 "피해 공감" 4자합의 불구
'독소조항' 이용 영구사용 시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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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경기도로부터 '쓰레기 독립'을 하겠다며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를 선언한 박남춘 인천시장은 '공정'과 '정의'를 말했다.

겨우 쓰레기 하나 버리는 것을 두고 독립·공정·정의까지 소환하나 싶다가도 수도권 폐기물 정책의 불공정함을 되짚어보면 결코 지나친 표현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던 서울시와 경기도는 왜 환경 정의에서는 유독 침묵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인천시는 그들이 답을 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 최근 내부 잡음을 무릅쓰고 쓰레기 독립의 첫걸음으로 자체 매립지 조성과 소각장 확충 계획을 발표한 이유다. 인천의 운명은 인천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일종의 자결주의(自決主義)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독립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는 수도권 3개 시·도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광역 폐기물 처리시설로 1992년 문을 열었다. 난지도 매립지의 대체부지 개념으로 정부와 서울시가 1988년 동아건설의 김포매립지 2천220만㎡를 양수해 공동 소유했다. 시설 비용은 3개 시·도가 공동으로 분담했다.

당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시·도에는 사실상 자치권이 없던 시기였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일사천리 추진이 가능했다. 이때부터 수도권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과 하수 찌꺼기, 건설폐기물, 사업장폐기물 등이 인천으로 모였다.

일제가 소금과 양곡 수탈을 위해 철도를 건설한 것처럼 쓰레기를 쉽게 버리기 위해 인천에 폐기물 수송도로를 건설했다. 수도권매립지 주변에는 덩달아 폐기물 중간처리 업체가 몰려 집적화됐다. 인천이 수도권 쓰레기 식민지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도권매립지는 원래 수명이 정해져 있었다. 매립지를 총 4개 공구로 나눠 1992년부터 차례대로 사용하고 2016년 사용을 종료할 계획이었다. 종량제 실시와 자원 재활용 활성화로 막상 종료 시점이 다가왔을 무렵 매립 가능한 잔여 부지가 절반 이상 남아있던 게 문제였다.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시·도는 자연스럽게 사용 연장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2015년 매립기간 연장을 위한 수도권매립지 '4자 합의'가 탄생했다. 인천시조차 매립지를 종료하면 폐기물을 처리할 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4자 합의는 겉보기에는 그럴듯했지만, 사실 수도권매립지 영구 사용의 명분을 제공하는 독소조항이 담긴 불공정 협약이었다.

수도권 쓰레기 대란을 방패 삼아 매립 기간을 연장하고, 인천시에는 주변 지역 개발 지원과 금전적 혜택을 제공했다. 원칙적으로는 대체매립지를 확보하기로 했지만, 대체 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에는 잔여부지를 추가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지난해 대체부지 확보를 위한 입지 선정 용역을 완료하고도 결과를 꽁꽁 숨긴 채 공론화를 피하고 있다. 단서 조항을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뒤늦게 환경부가 개입해 공모하겠다고 나섰으나 속내는 알 수 없다.

인천시는 4자 합의 정신이 이미 훼손됐기 때문에 서울·경기가 단서 조항만을 두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2015년 1월 9일 당시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환경부와 3개 시·도는 지난 20년 동안 수도권매립지 운영으로 인한 환경적, 경제적 피해를 일방적으로 감내해온 인천시민과 주변 지역 주민의 고통과 아픔에 인식을 같이한다. 이에 수도권매립지 정책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시와 경기도는 이제 와 매립지 연장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 인식하고 있다. 인천시가 경제적 대가와 지역 발전 수혜를 얻었다고 치부하는 인식은 마치 식민지 근대화론마저 연상시킨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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