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창간특집

[창간 76주년·다시, 우Re] '자원순환마을 탈바꿈' 여주 외평2리·이천 선읍1리

옛일 된 무단투기 '갈등 OFF'… 일상 된 분리수거 '클린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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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합심 벽화·재활용 조형물 단장
작년 폐자원 활용 '클린하우스' 설치
막 버리면 서슴없이 '공개방송'까지
집집마다 쓰레기 줄이기 '동참'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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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크고 작은 '쓰레기와의 전쟁'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분리 배출을 하지 않아 수거 해 가지 않은 쓰레기가 동네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가 하면 무단 투기한 쓰레기로 이웃 간 고성이 오가기도 하고, 지역 간 갈등의 주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문제를 둘러싼 수도권 3개 시·도의 마찰은 현재진행형이다.

한때 이런 쓰레기와의 전쟁에 지역 전체가 몸살을 앓았던 곳이 있다. 보다 못한 누군가가 팔을 걷어붙였고, 작은 움직임은 마을 전체를 바꿨다.



자원순환마을로 탈바꿈한 여주 외평2리와 선읍1리 얘기다. 쓰레기를 없앨 수는 없어도 이를 슬기롭게 수거해 활용하는 일은 마을 전체의 노력으로 가능해졌다.
"쓰레기 마을, 이젠 옛말이죠" 여주시 외평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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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3년째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여주시 외평2리.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행복한 마을 외평리' 여주시 금사면에서 남한강 줄기를 따라 이동하는 길목. 나무판자에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을 덧칠한 글자들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코스모스를 비롯해 형형색색의 꽃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도로가 맞물리는 지점에는 마을 주민들이 손수 만든 화단들이 있었다. 꾸준히 관리를 해왔다는 사실을 알려주듯 쓰레기는 물론 잡초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런 외평리는 한때 '쓰레기 마을'로 이름을 알렸다.

외평2리 이장 오경자(66)씨는 "외평리 주민들도 그렇고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도 쓰레기를 여기저기에 버리기 일쑤였다"며 "지저분한 동네로 신문에 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실제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 중 한 곳에는 여주시에서 설치한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경고문이 빛이 바랜 채 있었다.

외평리가 '쓰레기 마을'에서 '자원순환마을'로 탈바꿈한 데는 지난 2018년 여주시가 주관하는 '깨끗하고 밝은 여주 만들기' 최우수 마을로 지정되기 위해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인 게 전환점이 됐다.

학생들과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 곳곳에 벽화를 그렸고, 물론 쓰레기를 재활용해 조형물을 만들고 코스모스길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이후 마을을 깨끗하게 하는 활동을 계속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난 2019년부터 3년째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마을 주민들이 손수 폐자원을 활용해 분리수거 공간인 클린하우스를 설치했다. 클린하우스 설치 이후 분리수거를 활성화하기 위해 '공개방송'까지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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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3년째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여주시 외평2리.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오씨는 "정말 분리수거가 안 됐다. 클린하우스를 지었는데도 막 버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을 주민이 104명 정도로 적다 보니 쓰레기만 봐도 어느 집에서 나온 건지 안다. 그런데 (쓰레기를 버린) 그 사람에게 연락하면 절대 안 버렸다고 한다. 확실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을 방송으로 '누구누구, 쓰레기 가져가세요'라고 했다. 효과가 100%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외평2리는 쓰레기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마을이 됐다. 클린하우스를 설치하는 데 흔쾌히 동의해준 마을 주민들, 일주일에 세 번 클린하우스 청소를 도와주는 사람들 등 모두의 참여가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집집마다 버리는 쓰레기양이 줄어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 더 큰 규모의 폐자원 처리장이 있어야 한다고 오씨는 강조했다.

그는 "집에서 버리는 쓰레기를 줄이는 게 우선"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우리 외평2리만이 아닌 면 전체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을 곳곳 농약병·비닐 등 방치 눈살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사업' 계기로
태우거나 묻던 쓰레기 모아서 '깨끗'
환경부 물순환 시범마을 6년째 진행
"아름다운 복숭아 마을, 클린하우스가 만듭니다" 이천시 선읍1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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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물 순환 시범마을로 선정돼 6년째 비점오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천시 선읍1리.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이천시 장호원읍에 있는 선읍1리는 복숭아 마을로 유명하다. 지난 9월15일 오후에 찾은 마을 곳곳에서는 노란 봉지에 싸인 복숭아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그러나 복숭아 마을엔 한때 분홍빛 복사꽃, 달큰한 복숭아 향 대신 매캐한 냄새와 검은 연기가 자리했었다. 복숭아를 감쌌던 노란 봉지를 곳곳에서 태웠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농약병, 고구마와 땅콩 농사에 사용됐다 방치된 비닐도 마을에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젠 그런 모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란 봉지도, 농약병도, 비닐도 마을 한 편에 마련된 분리수거장 '클린하우스'로 모인다.

선읍1리 이장 서재수(60)씨는 "농약병도 밭에 버려져 있었고 고구마와 땅콩 농사에 이용되던 비닐은 옆에다 치우면 그만이었다. 집마다 쓰레기를 태우거나 묻고 버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들에게 쓰레기를 버리되 한 곳으로 모아만 달라고 외쳤다. 올해부터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사업에 참여한 점이 변화의 시작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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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물 순환 시범마을로 선정돼 6년째 비점오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천시 선읍1리.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선읍1리의 클린하우스는 총 세 공간으로 구분돼 있었다.

캔류와 병·유리류, 일반쓰레기와 플라스틱류가 한 칸을 차지했고 종이와 박스류가 한 칸, 청소용구가 나머지 공간에 자리하고 있었다. 오른쪽에는 폐농약용기 수거함, 막대형 폐형광등, 폐건전지함, 의류수거함이 놓였다. 의류수거함 옆에는 빈 농약병이 한가득 담긴 마대자루 20여 개가 쌓여있었다.

비닐 등을 태우거나 묻는 게 자연스러웠던 주민들은 이제 클린하우스로 향한다. 서씨는 "이제는 마을 주민들의 삶에도 (클린하우스가)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선읍1리는 자원 순환뿐 아니라 물 순환에도 오랜 기간 관심을 기울여왔다. 환경부 물 순환 시범마을로 선정돼 6년째 비점오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씨는 "하천에 물고기가 돌아왔다. 생태계가 복원된 것"이라며 "이 물은 하천으로 흘러가 남한강으로 유입돼 한강과 서울 시민들이 쓰는 물이 된다. 여기서(선읍1리)부터 물을 깨끗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원순환마을이란?

마을 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지원하고 쓰레기를 분리 배출할 수 있는 공간(클린하우스) 등을 조성한 마을. 해당 사업을 통해 지난해까지 이산화탄소 8만7천699㎏을 저감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게 경기도 설명이다. 경기도엔 올해 9월 기준 116개의 자원순환마을이 지정돼 있다.
/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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