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 Town 경기도 우리가 사는 집이란

[Bad Town 경기도 우리가 사는 집이란·下] 경기도 처방 '10년간의 주거종합계획' 살펴보니

가격 급등속 '집의 양극화'… 진화 거듭하는 임대주택
신도시 개발 정부 주도로 대규모 공급
경기도 매년 10만가구 이상 '양적 개선'
도민 주거 수준 향상은 여전히 미지수
경기도에는 매년 10만호가 넘는 주택 물량이 공급되고 있다. 주택보급률 역시 100%를 넘겼다. 지난 수십 년간 신도시 개발 등 정부 주도의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이 이어지면서 경기도의 전반적인 주거 수준도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택보급률과 같은 눈에 보이는 양적 지표는 분명 개선됐지만 도민들이 체감하는 질적 만족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집값은 끊임없이 오르고, 정부와 경기도가 새롭게 내놓는 주거 정책은 피부로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주거 정책 '덕'에 주거 환경이 나아질 거란 기대감은 희미하다.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주거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상대적 박탈감만이 팽배하다. 이러한 지점에서 경기도는 지금껏 도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의문점이 생긴다.

지난 10년간 경기도의 주거 정책은 큰 틀에서 '주거 패러다임'을 바꿔나가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방법보다 임대주택 등 수요자 중심의 주거 지원책이 활발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결과가 도민들의 주거 수준을 높였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과 경기도의 열악한 주거 환경만 놓고 보면 경기도의 지난 10년이 큰 성공으로 이어졌다고는 평가하긴 어렵다.

도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매년 주거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는 경기도는 '주거 수준 향상'이라는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 충분한 주거 정책을 펴왔을까. 2012년부터 올해까지 지난 10년간의 '경기도 주거종합계획'을 분석했다.

경기도 기본주택 홍보관
경기도 기본주택 홍보관 내부. /경인일보DB
 

대량 공급에서 수요자 맞춤형으로
주택종합계획이 주거종합계획으로 이름을 바꾼 시점은 지난 2016년이다. 2015년 말 주거기본법이 주택법으로부터 분리되면서다.

이 둘의 차이는 국가 주거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성과 관련 있다. 주택종합계획은 이름 그대로 주택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다. 부족한 주택 물량을 체계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계획에 가깝다. 반면 주거종합계획은 주택 문제를 세대와 소득별로 세분화해 맞춤형 '주거 지원'을 하기 위한 복지적 접근이다.

경기도의 기본적인 주거 정책은 2012년까지 '공급'에 방점이 찍혔다. 변화는 이듬해부터 시작됐다. 도는 2013년 공급 위주의 기존 정책 방향을 대폭 수정했다. 대량 공급에서 탈피하고, 수요자 맞춤형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주택 공급→주거 지원 '정책 방향 전환'
공공분양 축소… 금융·청약제도 개선
차상위계층 개보수 자금 '햇살하우징'
맞춤형 주거급여 '월평균 11만원' 지급
2015년 구도심 재활성화 '도시재생'도

이를 위해 공공 분양을 축소하고, 금융·청약 제도 등을 개선해 실수요자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차상위계층의 주택 개보수 자금을 지원하는 '햇살하우징 사업' 등 주거 복지 사업도 중점 과제로 추진했다.



2014년에도 비슷한 기조가 유지됐다. 당시 주거급여가 개편되면서 중위소득 43% 이하 가구에 월평균 11만원가량의 맞춤형 주거급여가 지급되기 시작했다. 기존 주택을 매입해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안양시 안양동 일대 도 소유 부지를 활용해 소형 임대주택을 건립하는 시범 사업이 첫발을 내딛기도 했다.

공공임대주택 2만7천호 공급을 목표로 세운 2015년은 '도시재생'이라는 구도심 재활성화 사업이 처음으로 주택종합계획에 포함된 시기다. 당시 도는 도시재생 사업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연구 용역 등을 통해 정부 주도로 50조원가량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도시재생 사업에 대비했다. 

 

경기도 기본주택 홍보관
경기도 기본주택 홍보관 내부. /경인일보DB
 

각양각색 임대주택의 등장
2016년부터는 '임대주택' 위주의 주거 지원이 본격화됐다. 기존처럼 주택 공급도 꾸준히 이뤄졌지만 단순 공급보단 임대주택이나 주거급여 등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의 무게 추가 옮겨간 것이다.

경기도는 이 당시 'BABY 2+ 따복하우스'란 이름의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남경필 전 도지사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국책사업인 행복주택에 도의 독자적인 시책을 가미한 결과물이다. 2020년까지 신혼부부와 대학생·사회초년생·고령자들에게 모두 1만호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2030세대의 주거 비용 부담을 낮추고, 이를 저출산 극복의 마중물로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자녀가 많을수록 임대 주택의 보증금과 월세를 감면해주는 방식이다. 
장기공공임대주택 '따복하우스' 등장
신혼부부·사회초년생·고령자 등 혜택
중산층 겨냥한 기업형 '뉴스테이' 추진
농어촌 사각지대 개보수 '배리어 프리'

한편에선 중산층을 겨냥한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공급도 추진됐다. 이듬해에도 따복하우스와 뉴스테이는 도의 주요 사업에 포함됐다. 이 밖에 청년과 대학생의 주거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임대주택의 일종인 셰어하우스 공급도 진행됐다.

주거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이뤄졌다. '배리어 프리'의 일환으로 농어촌에 거주하는 장애인과 중증 장애인의 주택을 개조하고, 1인 가구와 아동주거 빈곤 가구를 발굴해 주택 개보수 비용 등을 지원했다.

경기도는 정부 주도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이외에도 독자적인 구도심 재생 사업을 추진했다. 도는 2018년 수원시 매산동과 부천시 원미동을 시범 사업 지역으로 선정했다. 

 

경기도 기본주택 홍보관
경기도 기본주택 홍보관 내부. /경인일보DB
 

또 한 번 진화한 임대주택 정책
경기도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2010년대 중반부터 공공임대주택을 적극 공급하는 정책을 폈고,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도 이러한 정책 방향은 유지됐다. 2019년에는 공공임대주택 4만1천호를 공급하는 등 2022년까지 총 20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이재명 도지사가 취임하면서 경기도의 임대주택 공급 정책은 또 한 번 변화의 시기를 맞게 된다. 그동안 임대주택은 저소득층 혹은 서민만을 위한 주택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했다. 또한, 매년 수만호씩 공급되는 물량에도 까다로운 자격 기준 탓에 입주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도민들의 불만도 늘었다.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난 새 '기본주택'
입주자격 제한 없이 무주택자 장기거주
협동조합이 조성하는 '사회주택' 공급
2020년 경기도는 '기본주택'이라는 새로운 임대주택 유형을 제안했다. 기본주택은 주택을 '소유'의 개념으로 보지 않는 게 특징이다. 소득, 자산, 나이 등 입주 자격 제한 없이 무주택자라면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역세권 등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곳에 공급하는 게 기본주택 정책의 요지다.

2021년 경기도 주거종합계획에는 '기본주택'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경기도의 다양한 시도는 계속됐다. 광교신도시에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지어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2020년 계획에 포함해 진행하고 있다. 이 역시 기존 임대주택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해소한다는 목적성을 가진 사업이다.

또한, 도는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주체가 함께 조성하는 '사회주택'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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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취재팀
글 : 김대현차장, 손성배, 배재흥기자
사진 : 김금보기자
편집 : 김동철, 장주석차장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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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배재흥·손성배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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