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도시를 보는 작가展·(5·끝)] 김경신 '46㎞ or 4.6㎞'

다양한 삶의 풍경을 쌓아올린 '산책의 시간'

김경신
김경신 作 '엄마 아빠만 만보걷기', 46㎝×56㎝, 장지에 먹 분채, 2021.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한국화가 김경신의 전시 '46㎞ or 4.6㎞'가 28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인천도시역사관 소암홀에서 열린다.

인천시립박물관 산하 인천도시역사관이 '도시'를 주제로 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2021 '도시를 보는 작가'전의 마지막 순서다.

서울 한강 변에 거주하는 김경신 작가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 변을 자주 달렸는데, 바람에 흔들리는 강변의 버드나무를 보며 휴식을 취하곤 했단다. 때문에 김 작가의 작품에는 강변의 나무와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동호인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유모차를 끄는 이들도 보인다.



우리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모습을 작가는 화폭에 담았다. '풍경'은 전통적인 한국화의 소재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인간이 만든 강변 공원은 자연이며 고향 산천이나 다름없었다.

한강변을 지나는 사람들 화폭에 담아내
아이 출생·코로나19로 줄어든 거리 조명
'분채'를 20~30차례 덮는 방식으로 작업


작가는 자전거를 타면서 많은 사람을 목격했다. 속도에 열을 올리는 사람, 온갖 명품으로 치장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 속도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며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 등.

자전거를 타는 것을 즐기던 작가는 출산 후 더는 자전거를 즐기기 힘들었다.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그동안 자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던 과거의 일상은 좀처럼 누릴 수 없는 일이 됐다.

아이는 작가의 삶의 모든 시간을 차지해버렸다. 하루가 24시간으로는 모자람을 느꼈다고 했다. 아이가 자라면 자랄수록 '엄마'를 더 필요로 했다. 아이는 엄마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림도, 자전거도 멀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가 덮쳤다. 이동 거리가 짧아졌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공원과 한강을 걷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김경신1
'바람의 지원을 받으며', 100㎝×140㎝, 장지에 먹 분채, 2021.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작품 제목 '46㎞ or 4.6㎞'의 46㎞는 작가가 집(천호동)에서 국회의사당을 자전거를 타고 왕복할 때의 거리다. 4.6㎞는 작가가 유모차에 탄 아이와 함께 산책을 다녀오는 거리다. 자전거를 탈 때와 비교하면 거리는 10분의1로 짧아졌지만 산책에 필요한 시간은 1시간40여분으로 비슷했다.

작가는 그렇게 자전거를 타면서, 또는 유모차를 밀면서 만난 일상의 기억을 화폭에 옮겼다.

작가는 아교반수(색이 번지지 않도록 아교와 물을 섞어 바르는 작업) 처리한 장지에 바로 먹과 붓으로 스케치를 하고 '분채'(가루로 된 안료)를 20~30차례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즉흥적인 수묵화와 꼼꼼한 설계가 필요한 중간 단계의 작업 방식이다.

김 작가는 "아이를 만나며 바뀐 일상이 코로나19가 덮치며 빼앗긴 일상과 닮아있다"며 "한강을 달리며 본 풍경이 아니라 지금은 이젠 아파트 발코니 너머 꽃과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을 그려야 최선의 아름다움인지, 어떤 그림이 좋은 그림인지 질문하지 않고 그저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그렸다"고 덧붙였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15_2.jpg



2021122701000978900045884



경인일보 포토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김성호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