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잇따르고 있는 택배 파업은 코로나19로 20% 이상 급증한 택배 물동량에 그 속사정이 있다. 물동량 증가로 택배 노동자의 업무는 확연히 늘었지만 인력과 처우는 제자리에 머무르면서 택배사와 노동자의 괴리가 커졌고 올해 들어서만 네 번이나 파업이 반복된 것이다.
28일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시장 물동량은 33억7천만개로, 2019년(27억8천만개)보다 20% 이상 늘었다. 지난 2015년부터 매년 10% 내외로 증가하던 물동량이 코로나19로 2배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덕분에 택배시장 매출액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택배시장 매출액은 7조4천억원으로, 2019년보다 18.4% 성장했다. 코로나19 2년째인 올해는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매출 증가율이 훨씬 클 것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린다.
반면 택배 노동자들의 임금, 처우 등과 연계되는 택배요금은 평균 150~200원가량 인상됐다. 올 한 해 택배노조가 벌인 네 번의 총파업 대다수가 이처럼 늘어난 업무와 처우 간 생긴 격차로 시작됐다.
작년 국내시장 물동량 33억7천만개
온라인시장 성장 매출 7조4천억원
"작년과 올해 21명 과로로 세상 떠나"
지난 1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택배 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해 택배사가 분류작업에 직접 인력을 투입하는 내용을 주장하며 올해 첫 총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택배사, 국토교통부, 국회 등이 파업 전날 도출된 잠정합의안에 전체 조합원이 과반수 찬성하며 하루 만에 파업이 종료됐다.
조합원 4명의 부당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지난 2월 한진 택배 노조가 시작한 파업은 해고당한 조합원 전원이 복직하는 것을 골자로 사측과 합의해 9일 만에 종료됐다.
지난 6월에는 택배 기사 업무에서 택배 분류작업 제외, 택배 기사 작업시간 제한, 심야 배송 금지 등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며 세 번째 총파업에 나섰다.
이틀간의 협상 끝에 택배 노사가 과로사 방지 중재안에 합의했지만, 반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라며 동일한 이유로 노조가 다시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한편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작년과 올해 21명의 택배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의한 과로로 우리 곁을 떠났다"며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제외 등 새해부터 시작되는 사회적 합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택배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