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린에 걸리지도 못한 채 걸핏하면 VOD 개봉으로 직행하기 일쑤인 OTT 시대. 감각적인 '팝콘 무비'가 당당히 극장을 찾아온다. 장면 하나하나에 담긴 숨은 의미를 애써 찾느라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 없다. 편하게 앉아 팝콘과 콜라를 맘껏 먹으며 '미스터리 펑키 스릴러' 장르만의 신선한 유머와 세계관, 세련된 연출을 즐기면 그만이다.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독특한 줄거리로 개봉 전부터 SNS에서 화제가 되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붉은 달이 뜬 밤, 초능력을 가진 모나(전종서)가 폐쇄병동에서 탈출한 뒤 낯선 도시에서 만난 인물들과 자유를 찾아 떠나는 내용이다. 모나의 초능력을 눈여겨본 보니(케이트 허드슨)가 그를 세상으로 이끌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독특한 줄거리로 개봉 전부터 SNS에서 화제가 되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붉은 달이 뜬 밤, 초능력을 가진 모나(전종서)가 폐쇄병동에서 탈출한 뒤 낯선 도시에서 만난 인물들과 자유를 찾아 떠나는 내용이다. 모나의 초능력을 눈여겨본 보니(케이트 허드슨)가 그를 세상으로 이끌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붉은 달 뜬 밤, 폐쇄병동 탈출한 모나
'미스터리 펑키 스릴러' 성장 영화
'버닝' 전종서 할리우드 진출작 호기심
프리퀄·시퀄 이끄는 힘 없어 아쉽지만
프리퀄·시퀄 이끄는 힘 없어 아쉽지만
OTT 시대 반가운 '팝콘 무비' 즐기기 좋아
영화의 커다란 줄기는 주변 인물에 따라 세 갈래로 나뉜다. '초자연적 존재' 모나를 이용해 한탕 벌어보려는 자, 폴 댄서 보니. '위협적인 존재' 모나를 추격해야만 하는 자, 경찰 해럴드(크레이그 로빈슨). '외로운 존재' 모나에 동지애를 느끼는 자, 헤비메탈에 심취한 어린이 찰리(에반 피튼).
이중 모나의 '아웃사이더 동지' 찰리는 제법 어른 같은 말솜씨로 관객에게 소소한 웃음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모나에게 헤비메탈 음악을 즐기는 법을 전수해주기도 하고,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의 나쁜 마음을 담담하게 분석해내는 영리한 어린이다.
괴짜 같은 존재 모나와 어쩐지 외톨이 신세인 찰리. 두 아웃사이더는 자유를 찾아 일탈을 꿈꾼다. 장르적으로는 '미스터리 펑키 스릴러'를 표방하나, 본질적으론 모험극이자 성장 영화인 이유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팝콘 무비'라 일컬었지만, 세련된 화면연출에 더해 블루스·EDM·록 등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은 시각과 청각을 쭈뼛 세우며 스토리를 견인한다.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은 이미 장편 데뷔작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에서 감각적인 화면 구성과 OST를 통해 영화 마니아와 평단의 시선을 사로잡은 바 있다. 앞서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노미네이트, 시체스 영화제 음악상 수상 등 주요 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이 개봉 전부터 궁금증을 자극한 또 다른 요인은 배우 전종서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라는 점이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 넷플릭스 화제작 '콜', 신개념 로맨틱 코미디 '연애 빠진 로맨스' 등에서 주연을 맡아 개성 있는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전종서.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국내 다른 배우들이 해보지 못한 신선한 배역을 맡아 소화했다.
다만, 초능력과 폐쇄병동에 얽힌 세계관을 확장해 충분히 프리퀄과 시퀄을 뽑아낼 수 있을 만한 소재임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모나의 과거 등 배경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들이 드물게 주어지나, 복선이나 프리퀄 제작을 염두에 두고 배치한 장치는 아니기에 맥락을 유추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완성도는 일부 갖췄지만 '팝콘 무비'에 방점이 찍히는 이유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오는 22일 개봉하며, 정식 상영에 앞서 17일에는 배우 전종서가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해 영화에 얽힌 풍성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예정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