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돼지고기 사랑은 남다르다. 술자리 안주로, 푸짐한 식사가 필요할 때, 요즘 인기인 캠핑 갈 때, 심지어 야식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삼겹살이요, 목살이요, 족발이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에 '삼겹살 굽기도 겁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 요즘 뛰어난 가성비의 '뒷고기'에 절로 눈길이 간다.
처음 듣는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는 이름이지만 과거부터 축산업이 발달했던 경남 김해시에서 유래한 돼지고기 잡육을 통칭한 이름으로 싸고 맛있어서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오다가 지금은 경남을 중심으로 전국에 뒷고기 간판을 단 음식점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김해에서 유래한 돼지고기 잡육 통칭한 '뒷고기'
눈살·볼살·혀살 등 상품 추리고 남은 부위 모아
저렴한 값에 서민들과 뒤로 거래해 붙여진 이름
김해 명물 뒷고기. /경남신문=이종구기자 |
김해시는 제조업과 축산업이 발달한 도시로 현재 양돈 규모도 경남 1위이고 전국 최대 규모 축산물종합유통센터(도축장)가 있는 예나 지금이나 경남 축산업 중심지이다.
양돈산업이 발달한 김해는 100여 농가에서 19만7000여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으며 축산물종합유통센터에서 돼지의 경우 1일 4500마리를 도축해 2000마리를 가공할 수 있다. 뒷고기는 1일 5t을 가공해 김해 전역 뒷고기 전문점 100여 곳에 각 45kg을 공급할 수 있다. 뒷고기 45kg은 150g을 1인분으로 볼 때 300인분 정도이다.
김해가 뒷고기의 원조가 된 것은 지금은 전국 최대 규모가 된 주촌면 도축장이 있어 돼지 부속고기가 많이 나왔기 때문으로 점차 부산, 경남 전체로 퍼져나갔다.
뒷고기란 이름이 붙여지게 된 연유는 과거 김해지역 도축기술자들이 돼지고기를 손질해 상품을 추려낸 뒤 남은 부위를 모아뒀다가 저렴한 부위를 찾는 사람들과 뒤로 거래했다고 해서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맛있는 부위이나 상품이 될 수 없는 눈살, 볼살, 혀살, 항정살 등이 섞여 있어 일단 저렴하지만 육질이 쫀득하고 육향이 뛰어나다.
이러한 이유로 뒷고기는 김해시의 9가지 대표 먹거리인 '9미' 가운데 4미에 드는 김해 대표 명물 음식이다. 잠시 김해 9미를 소개하면 1미 불암장어, 2미 동상시장 칼국수, 3미 진영갈비, 4미 김해뒷고기, 5미 한림메기국, 6미 내외동 무로거리, 7미 서상동 닭발골목, 8미 대동오리탕, 9미 진례닭백숙이다.
이 중에서도 외지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기는 뭐라 해도 김해뒷고기이다. 포털을 검색하면 김해시에 뒷고기란 단어가 들어간 뒷고기 전문점만 100여 곳이나 된다. 돼지의 뒷목살, 볼살 등 주로 머리 부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요즘은 '뒷통구이'란 상호를 쓰는 가게도 있고 삼겹살과 뒷고기를 함께 취급하는 식육식당도 많다.
최근 김해시는 뒷고기 거리까지 지정했다. 김해시는 2024년 경남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주 개최지이자 한중일 3국의 다양한 문화교류 행사가 집중되는 동아시아 문화도시 주관도시로 내외빈을 맞이하기 위해 오는 11월쯤 2024년 김해방문의 해 선포를 앞두고 있다. 음식은 어떤 지역을 각인시키는 데 좋은 소재인 만큼 김해시는 이 시기에 맞춰 김해뒷고기를 전략적으로 마케팅하려는 것이다.
김해 명물 뒷고기. /경남신문=이종구기자 |
뒷고기 거리는 시청 근처 뒷고기 식당 10여 곳이 옹기종기 모여 성업 중인 봉황동과 부원동 일원 600m 거리를 말한다. 김해에는 곳곳에 100여 곳이 넘는 뒷고기 식당이 있지만 집단화되어 있지 않은 반면 이곳은 식당 분포가 고르고 경전철, 버스 등 대중교통망이 집중되어 있어 접근성이 좋다. 또 감성적인 카페가 몰려 있어 젊은 층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을 받는 김해 봉황대길과도 가깝다.
지역먹거리 '9味' 가운데 '4味'에 드는 대표명물
내년 방문의 해 맞아 뒷고기거리 음식특화 추진
김해시는 뒷고기 거리 특화에 4억여원을 들여 올해는 브랜딩과 홍보·마케팅에 집중하고 김해방문의 해인 내년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손님맞이를 위한 음식점 역량 강화를 추진해 전국의 음식 특화거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계획이다.
이처럼 김해시는 2024년 김해방문의 해와 전국체전을 맞아 뒷고기 거리를 기존 관광 콘텐츠와 연계하고 차별화된 마케팅을 추진해 구도심 상권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책·재정적 지원을 강화한다. 인구 소멸을 겪고 있는 예산군의 경우 구도심 상설시장 상권에 오픈스페이스를 조성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먹거리를 만들어 구도심을 핫플레이스로 바꾼 성공 사례가 있다.
앞으로 김해시는 종합안내판과 조형물로 뒷고기 거리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고 경관을 개선한다. 영상, 리플렛, SNS, 바이럴(카페댓글)을 비롯해 시티투어, 팸투어, BI 개발, 스토리텔링, 소셜커머스 이벤트로 뒷고기 거리를 알린다.
또 뒷고기와 캠핑을 주제로 축제를 개최하고 뒷고기의 유래와 체험, 전시 기능의 음식관을 운영하는 한편 맛집 인증서 교부, 서비스와 위생교육 컨설팅을 해나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강연, 시민 제안 이벤트, 학술연구와 브랜딩 전략 수립 연구용역, 밀키트 개발, 신메뉴 개발로 청년 창업 지원, 시민 토론회 개최로 의견 수렴 등을 해서 김해뒷고기를 보다 널리 알려 나갈 계획이다.
김해 명물 뒷고기. /경남신문=이종구기자 |
홍태용 김해시장은 "수원에 가면 남문 통닭거리가 있고 전남 광양에는 광양불고기 특화거리가 있듯이 지역 음식을 특화한 거리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그 지역을 홍보하는 데 많은 보탬이 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 시도 오랜 세월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뒷고기와 뒷고기 거리를 기존 관광 콘텐츠와 연계하고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김해시를 알리는 새로운 콘텐츠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경남신문=이종구기자,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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