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빠진 청소년
'또래 문화' 전파 빨라… 발 들이면 상황 더 나빠지기만 [온라인 도박에 빠진 청소년·(中)]
청소년 도박이 불러오는 문제들
첨단기기 익숙해 게임 등 방법 친숙
보호자의 자녀문제 인지 시점 늦어
돈 마련하다 비행 등 다른 문제 겹쳐
인천시교육청도 예방교육 예산 확대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청소년 도박이 성인 도박보다 전파가 쉬운 이유로는 '또래 문화'와 '부족한 통제력'이 꼽힌다. 2024.8.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청소년 도박이 성인 도박보다 전파가 쉬운 이유로는 '또래 문화'와 '부족한 통제력'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10대 청소년들이 친구들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가치·태도·행동양식 등을 공유하는 경향이 크고, 스마트폰 등 기기에 익숙한 만큼 도박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천에서 도박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윤인채(가명)군도 처음 도박을 접한 계기가 '친구'였다.
윤군은 평소 인터넷에서 접하는 화려한 도박 사이트 배너에 대해 '이런 건 다 사기'라고 생각해 클릭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한 친구가 "괜찮은 게임이 있다"며 권유하는 말은 지나치지 못했다고 했다.
윤군은 "친구들이 해당 도박 사이트에서 진짜로 돈을 벌었고, 사이버머니를 충전하기 위한 계좌 입금 방식 등이 일명 '먹튀'(이익을 챙기고 발을 빼는 일) 없이 안전하다고 하니까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너희들만 돈 버냐, 나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1만원 정도로 시작했는데, 게임 승패나 주식 등락을 예측해 베팅하는 등 게임(도박) 방법이 단순하고 친숙해서 더 빠져들게 됐다"고 했다.
청소년은 한번 도박에 발을 들이면 또래 문화를 중시하는 특성뿐 아니라 낮은 경제관념, 부족한 절제력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을 악화시키기 마련이다.
보호자가 자녀의 도박 문제를 인지하는 시점도 대부분 늦다고 한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도박과 관련해 큰 사건·사고가 터지지 않는 한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며 "부모들도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빚 상환, 치료 등 해결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보호자에게 들키지 않고) 돈을 마련하려다 단순 도박에 그치지 않고 청소년 비행 등 다른 사회적 문제와 겹쳐 심각한 상황에 빠진다"고 했다.
학생들이 도박에 접근하지 않도록 가장 먼저 '방지턱'이 될 곳을 꼽자면 단연 '학교'다.
학생들에게 도박의 위험성을 계속해서 교육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도박 사이트가 공유되는 분위기를 차단할 수 있어서다.
인천시교육청도 2022년까지는 학생 도박 예방교육에 쓰는 예산이 없었으나 지난해 1천690만원, 올해 6천520만원 등 관련 예산을 늘려가고 있다.
청소년 도박 예방교육을 지원하는 인천시교육청 회복적생활교육팀 관계자는 "우리 교육청이나 인천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와 연계한 '찾아가는 도박 예방교육'을 통해 학교 여건에 맞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유관기관과 함께 학교별 부스를 운영하는 등 학생들에게 도박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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