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김영준기자]'소리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선보인 감동'.
시각장애학교 인천 혜광학교 학생들의 오케스트라인 혜광교향악단이 지난 21일 학교 삼애관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이날 연주회는 인천시립교향악단의 부지휘자인 이경구씨, 시향 단원 등과 지난 2주간 가진 겨울방학 음악향상 캠프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또한 세계 최초 시각장애 학생 오케스트라를 세상에 알리는 장이기도 했다.
"자자, 시작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넷!"이라는 작은 구령과 여린 손뼉, 발을 구르는 소리로 지휘자 이경구씨가 단원들에게 시작을 알리자 차이콥스키의 발레곡 '백조의 호수' 중 정경이 연주됐다.
70명의 현악주자들은 비록 앞은 못보지만 지휘자가 지시하는 작은 소리와 동료들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며, 진지한 모습으로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어진 각 악기 파트별 중주와 이날 연주회의 대미를 장식한 오펜바흐의 '천국과 지옥' 서곡 중 캉캉 등 30여분간 진행된 음악회는 세상을 볼 수 없는 단원들이 청중에게 세상의 희망을 들려준 자리였다.
단원들은 학교의 방과후 특기 적성반을 통해 음악을 접했다. 길게는 3년에서 짧게는 1년 미만까지 단원들은 악기를 능숙하게 다룰 정도로 충분히 배우지 못한 결과물을 청중에게 들려줬지만, 이날 공연장을 찾은 200여명의 청중은 단원들에게 큰 호응과 격려를 보냈다.
단원들 중 대다수가 연주 자세를 지도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자세를 잡는데에만 6개월이 걸렸고, 악보를 읽지 못해서 전곡을 암보(暗譜)하는 등의 피나는 노력에 청중은 감동한 것이다.
바이올린 주자로 무대에 선 박수진(초등 6년)양의 어머니 최정희씨는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준 무대였다"며 "시각장애를 소리로 극복하고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려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지휘자 이경구씨도 "가르치려고 학생들을 만났는데, 오히려 음악에 대한 진지함과 사랑 등 더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악보를 볼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피아노를 치고 허밍으로 불러주고, 박수와 발을 구르는 것으로 지휘하는 것 등은 문제될 게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