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인천문화예술회관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살아남은 안도감 아님 죄책감?

'진짜연극'에 울어버린 시민들
모든군인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의 한 장면. /이강물 ⓒ남산예술센터 제공

조선인 소년 비행병·무장 탈영병·초계함 해군…
각각 다른 시공간에서 빚어진 죽음 다룬 '수작'
침체된 지역 연극계 꽉 찬 객석에 '충격·반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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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지난 16~17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박근형 연출)는 각각 다른 시공간의 죽음 4장면을 다뤘다.

2016년 대한민국에서는 제대를 한 달 앞두고 무장 탈영한 육군 헌병대 소속 병장의 죽음이, 1945년 일본에서는 진정한 일본인이 되겠다며 250㎏ 포탄을 싣고 미국 항공모함에 돌진해야 했던 조선인 소년 비행병의 모습이, 2004년 이라크에서는 현지 무장단체에 의해 숨진 대한민국 청년의 절규가, 2010년 대한민국 백령도 앞바다에서는 '쾅'하는 소리와 함께 침몰한 초계함에 탑승했던 해군 장병의 슬픔 등이 그려졌다.

모두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빚어진 죽음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할 사건이라는 것과 '국가'가 일정 부분 그 죽음의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공통점이 있었다.



작품은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어차피 세상은 전쟁터고, 우리 모두는 군인"이라던 탈영병은, "세상은 그냥 참고 사는 곳이다"는 충고에 "그냥 어떻게 살아요? 사람인데!"라고 객석을 나무라듯 절규한다. 배우는 객석의 관객에게 "너희도 운이 좋게 살아남은 생존자일지 모른다"는 이미지를 덧씌워 버리고야 만다.

이날 객석은 온통 눈물바다가 됐다. 그 눈물이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에서 온 것인지, 이 세상에서 혼자 살아남아 미안하다는 부채감 혹은 죄책감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지난해 국내 연극계를 뜨겁게 달군 수작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은 작품이었다.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초연된 이 공연은 개막 당일부터 연일 매진을 기록했고, 추가 공연과 일본에서의 초청 공연도 열렸다고 한다.

이러한 열기는 인천에서도 이어졌는데, 금·토요일 3차례 공연이 거의 매진됐다. 높아진 무대 때문에 '시야 장애석'이 발생해 판매된 좌석을 조정하지 않았다면, 100% 매진됐을 거라고 한다. 침체한 인천지역 연극계가 '지원금'이라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겨우 목숨만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날 꽉 들어찬 객석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는 한 지역 연극인의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인천 시민들이 연극을 보러 오지 않는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라고, 지역 연극계가 반성해야 한다고, 이제 '진짜 연극'을 해야 할 때라고".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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