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뜻밖의 보너스… ‘농촌과 친구되기’

통계청 등에 따르면 연간 50만명 이상이었던 귀농귀촌 인구는 최근 40만명대로 줄었다. 농촌을 중심으로 젊은 층의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지방 소멸에 맞선 농촌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주목한 박물관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022년 수원에 문을 연 국립농업박물관은 농업을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국립 박물관으로, 농업의 가치를 되새기고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방향성까지 제시한다.
5월 연휴를 앞두고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 좋은 국립농업박물관을 소개한다.

■ 지방 소멸 맞선 농촌 주민들의 지혜 ‘농생꿀팁’ 보러오세요
농업 주제 국내 유일한 ‘국립’ 2022년 수원에 문열어
지방 소멸 위기 속 ‘농생꿀팁’ 새로운 시선의 테마전
체험 프로그램 ‘고민 자판기’ 마을주민들의 인생 조언
‘지방 소멸’이라는 문제에 맞닥뜨린 농촌. 인구가 감소하면서 농촌 소멸 속도마저 빨라지고 있다.
농촌에서도 이런 사회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한다. 주민들이 기획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거나, 귀농·귀촌인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 외지인을 끌어들이는 경우 등이 그예다.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민들의 용기있는 움직임을 주목한 전시 ‘농생꿀팁’이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선보이는 올해 첫 테마전으로, 농촌의 가능성과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담아낸다.

전시는 전국 곳곳 여섯곳의 농촌마을 일화를 3개의 섹션으로 나눠 보여준다.
1부 ‘우리의 삶도 가꾸어보기로 했다’에선 문화의 힘으로 마을을 널리 알린 주민들의 지혜를 소개한다. 먼저 경북 칠곡군 칠곡마을 할머니 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는 직접 시를 쓰고 랩을 만드는 반전 매력으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처음 배운 할머니들의 개성있는 글씨체인 ‘칠곡 할매체’는 국립한글박물관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가 하면 한컴 오피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등에서 공식 글씨체로 인정받았다. 개인의 변화가 나아가 마을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충남 부여군 송정그림책마을은 주민들이 각자의 삶을 그림책으로 엮어 마을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전시실 한편에선 주민들이 정성스레 써내려간 그림책을 선보인다.
2부 ‘우리의 마을, 함께 가꾸어 가기로 했다’에서는 원주민과 귀농·귀촌인이 힘을 모아 새롭게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조성해 가는 과정을 조명한다. 전북 진안군 봉곡마을의 ‘학선리마을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주민 기증 유물과 귀농·귀촌인이 제작한 영상 콘텐츠, 강원 영월군 삼돌이마을 주민이 기획한 예비 귀농·귀촌인과의 소통 자료 등을 통해 살아온 환경, 세대를 뛰어넘어 농촌에서 함께 살아가는 주민끼리 자유로이 소통하려 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3부 ‘우리의 자원을 새롭게 가꾸어 가기로 했다’는 마을이 가진 자원을 통해 경제적인 발전과 공동체 활성화를 꾀한 농촌을 살펴본다. 한지를 활용한 체험 콘텐츠로 관광객을 모은 전북 완주군 대승한지마을과 제철 농산물 꾸러미와 농부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로 사랑받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무릉2리의 좌기마을, 인향마을, 평지마을 등의 이야기가 전시실을 꾸민다.

체험 프로그램인 ‘고민 자판기’로 인생 꿀팁을 뽑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평소 고민했던 바를 떠올리며 자판기를 돌리면 전시에 소개된 여섯 마을 주민들이 직접 써내려간 신통한 인생 조언을 접할 수 있다. 전시는 7월27일까지.
■ 어린이박물관·어린이날 체험 행사까지…“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함께 즐겨요”
‘논 농사 둠벙·생태계’ 재현한 어린이박물관도 ‘인기’
내일부터 공식 캐릭터 ‘미오’와 가족 단위 행사도 풍성
‘둠벙에는 어떤 친구들이 사는지 만나러 가볼까요?’
아이들이 한손에 뜰채를 쥔 채 바닥의 둠벙을 톡 내려친다. 그러자 외래종인 황소개구리가 등장한다. 아이들은 각자의 뜰채로 황소개구리를 끌어 둠벙 밖으로 꺼내는 시늉을 한다.
논농사에 쓸 물을 모아두던 둠벙과 인근 생태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둔 듯한 이 공간은 국립농업박물관 내 ‘어린이박물관’이다.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 어린이박물관은 만져보고, 스스로 생각하는 체험을 통해 농업에 대한 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인기있는 공간 중 하나다.
전시공간은 크게 세곳으로 나뉜다. 전시실에는 벼농사의 과정을 모험하듯 간접 경험해볼 수 있는 어린이관1, 반려동물에 대한 존중을 배울 수 있는 어린이관2, 수확의 기쁨을 놀이로 익히는 아기농부 등이 자리한다.
특히 전시실 초입 아기농부에선 유아용 미끄럼틀과 오감놀이 공간 등이 어린 관람객을 맞는다. 흙, 풀, 볍씨, 짚, 나무 등 땅의 선물을 만져볼 수 있는 오감 체험뿐 아니라 부직포로 된 사과열매를 나무에 붙였다가 떼는 놀이는 어린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4살 자녀와 어린이박물관을 찾은 정모씨는 “자유롭게 신체활동하며 농업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공간이라 자주 온다”며 “인기가 많고 예약 전쟁이 치열해 주말보다 평일에 방문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국립농업박물관은 ‘농업’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장애인, 다문화 등 문화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정규 프로그램 ‘내 손 안에 농박식물원’, 스마트 농법을 배울 수 있는 어린이 대상 ‘미래농업 체험 교실’, 봄 상설 체험 프로그램 ‘우리 반상 3첩 차리기’, 가족 교육프로그램 ‘이상한 약초가게 두두당’ 등이 대표적이다.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다채로운 가족 단위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국립농업박물관은 3일부터 사흘간 과학실험 공연, 민속놀이 한마당, 떡메치기 체험, 여름 부채·허수아비 만들기, 상추 수확 및 모시팔찌 만들기, 유물 찾기 등 국립농업박물관 공식 캐릭터인 미오와 함께 하는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이어간다. 어린이날 당일에는 페이스페인팅과 네일아트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