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불안(Climate Anxiety) 시대다. ‘삼한사온(三寒四溫)’ 겨울철 리듬이 깨진 지 오래고, 기온은 난폭하게 오르내린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니 이동성 고기압이 미세먼지를 품고 한반도에 갇힌다.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미(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가 걱정이다. 시베리아 고기압의 주기가 고장 난 탓에 두 계절을 오락가락한다. ‘봄 같은 겨울’이 이어지다가 느닷없이 ‘장대한파’가 칼바람을 휘두른다. 극지방 찬 공기를 가두던 제트기류가 약해져 남하했다가 머물면서 수은주가 뚝뚝 떨어진다. 온난화가 초래한 기이한 기후
2024년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이 전 세계 시청자들의 열광 속에 순항하다 직격탄을 맞았다. ‘안대 심사’로 유지됐던 공정성이 레스토랑 미션에서 제작진의 일방적인 룰 변경으로 깨졌다. 중앙선관위 채용비리에 공분했던 사회다. 영문도 모른 채 팀에서 방출당한 셰프들이 수적 열세와 불리한 조건으로 당연히(?) 패배하자 비난이 폭주했다. 안대 심사는 허울이요, 제작진의 폭력적 룰이 현실이라는 사회적 시사(示唆)로 번지자 예능이 다큐가 됐다. 당시 ‘참성단’(2024년 10월 7일자)은 “공정이 고갈된 사회의
이란사회 저항의 중심에는 여성이 있다. 부패한 팔라비 왕조를 붕괴시킨 1979년 이란혁명의 선봉에 섰다. 이란혁명을 젠더혁명으로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혁명의 대가는 유독 여성에게 참혹했다. 신정체제는 이슬람 율법으로 여성의 신체와 자유를 유린했다. 왕조시대에도 미니스커트를 입던 여성들은 하루 아침에 히잡에 갇혔다. 15년 망명생활 동안 국민을 계몽해온 호메이니의 ‘카세트 테이프 혁명’은 여성을 사회에서 격리했다. 2022년 9월 마흐사 아미니라는 쿠르드족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구타당한 후 사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조은석 내란특검이 13일 밤 사형을 구형했다. 12·3 비상계엄을 “반국가세력에 의한 중대한 헌법 질서 파괴 사건”으로 단정했다. 피고 윤 전 대통령은 최후 변론에서 특검의 내란죄 위반 공소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들은 ‘비상계엄은 계몽령’이란 취지의 변론을 고수했다. 전국민이 목격했고,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으로 확정한 불법 계엄이다. 국민은 계몽령을 원한 적이 없다. “이런 바보가 어떻게 친위쿠데타를 하느냐”는 윤 전 대통령의 최후 진술이 귓가에 맴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요즘 정당 소식의 중심에 ‘윤리’란 말이 등장한다.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전 원내대표 김병기 의원에 대한 제명을 결정하고 이를 14일 당 최고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당 윤리심판원의 결정에 김 의원이 반발하고 있어 이 문제가 쉽사리 정리될 것 같지는 않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도 뉴스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관련 의혹으로 촉발된 여러 문제가 아직 봉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중고등학생이 ‘국민윤리’를 배우던 시절이 있었다. 교과 내용은 서
長歎一聲 先弔日本(장탄일성 선조일본·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고,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사형을 앞두고 중국 뤼순형무소에서 남긴 유묵 중 하나다. 폭 41.5㎝, 길이 135.5㎝ 명주천 위 여덟 글자는 대한독립과 동양평화를 향한 의연한 절창(絶唱)이다. 창날 같은 필치로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은 자멸을 불러올 것’이라고 준엄하게 경고한다. 침략자에 대한 증오를 초월한 선구적인 세계관을 보여준다.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은 상호 협력과 공존이 필요한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수결란에 스스로를 東
인공지능(AI)의 눈부신 진화를 보여준 ‘CES(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2026’이 지난 9일(미국 현지시간) 폐막했다. 올해 CES에서 전지적인 AI가 전능할 실물로 등장했다. AI가 자신의 지능을 현실에서 구현할 실체를 가진 피지컬 AI 시대의 서막을 올렸다. CES 2026으로 AI를 향한 화이트칼라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전지적 AI는 전통적인 사무직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연구·개발·문화 영역의 일자리까지 위협 중이다. 미국 빅테크 임직원들은 자신들이 진화시킨 AI 때문에 직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지식인들의 전문 영역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국제기구 66곳의 탈퇴 각서에 서명했다. 유엔 산하 평화, 인권, 기후, 무역 등과 관련한 31곳에서 손 떼겠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거부감을 보여온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와 ‘PC(정치적 올바름)’와 연계된 비유엔기구 35곳도 정리대상이다. 지난해 트럼프 2기 취임 직후 파리 기후변화협약과 WHO(세계보건기구) 탈퇴 선언은 복선이었다. 미국이 주도했던 ‘유엔 헌장’의 인권과 자유라는 대전제를 거부하는 역설이다. 국제기구에 지갑을 열어온 미국의 손익 계산기가 정확히 작동했다. 국제사회
영화배우 안성기가 지난 5일 별세했다. 내일 발인을 앞두고 사회 각계각층이 그와 따스하게 이별 중이다. 그의 영화 ‘축제’의 상가 풍경은 망자에 대한 엇갈린 기억과 후손들의 원망이 섞여 소란스러웠지만, 그의 상가엔 아름다운 사람 안성기를 기억하는 추모와 조의로 훈훈하다. 언론은 ‘국민배우’로 추모하지만, 안성기보다 대중성과 팬덤이 컸던 국민배우가 많았다. 지난해 작고한 원로배우 이순재와 고 신성일도 있고 국보급 코미디언 이주일도 있다. 대중성만 놓고 보면 ‘리어왕’과 ‘야동 순재’를 섭렵한 이순재나, 한국의 알랭 들롱으로 명성이 자
1960~80년대, 석유를 손아귀에 쥐고 세계 정세를 좌지우지하던 인물이 있었다. ‘석유 황제’로까지 불린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메드 자키 야마니(1930~2021). 사우디 출신 최초의 국제변호사이기도 했던 야마니는 1962년 사우디의 석유·광물자원부 장관으로 발탁된 데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초대 사무총장을 맡으며 국제적 인물로 떠올랐다. OPEC은 사우디와 베네수엘라가 주도해 만든 주요 산유국 협의체다. 야마니는 국제 관계에서 석유를 무기처럼 활용하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 맞섰다. 세계 석유 시장의 큰손이 된 야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