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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with+] 질투 다루기 지면기사
오래 전이지만, 외국을 가보고 쓴 것 같은 시나 소설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때가 있었다. 시에서 프랑스 어느 지방 소도시의 멋진 풍경이 나오거나 소설에서 어디 독일의 기차역, 이탈리아의 무슨 해변 어쩌구 하는 구절이 나오면 갑자기 욱하는 기분이 들었다. 고등학교를 2학년 때 자퇴하고 오토바이 배달을 하고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라 심사가 꼬일대로 꼬였다. 사는 게 편해서 해외여행도 가고 거기서 글도 쓰고 하는구나, 두고 보라지 그런 말랑하게 관조하는 그럴듯한 글이 아니라 진짜 글이 뭔지 보여주마,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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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소설 쓰는 아이 지면기사
열두 살 딸은 요즘 매일 하굣길에 뛰어 들어온다. 이 더운 날 그냥 사부작사부작 그늘 따라 걸어올 일이지 어쩌자고 땀을 빨빨 흘리며 저러는지. 양말 벗어던지고 손을 씻자마자 아이가 앉는 곳은 식탁 앞이다. 책가방에서 딱 손바닥만 한 수첩을 꺼낸 뒤 노트북을 연다. 수첩에는 쉬는 시간마다 써둔 메모가 있고, 수첩을 넘겨 보며 노트북에 부랴부랴 쓰기 시작한 것은 그래, 소설이다. 아이가 없는 동안 슬그머니 읽어보았는데, 줄거리는 도통 아리송하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타임슬립인가 싶더니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이한 소년이 등장하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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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커플 사이에 끼어 여행하기 지면기사
이번 여름에는 떠나지 못할 것 같다. 짧은 여행이야 하겠지만 여름마다 나름 길다면 길게 떠났던 여행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포기했다. 그래서 지나간 여행 이야기를 하나 해보겠다. 그 여행은 두 가지, 아니 세 가지로 의미가 있었다. 마지막 의미는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알았지만. 나는 자동차에 타고 있다. 통영에 가는 길이었다. 내 친구들, 남자와 여자이고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이 앞좌석에 타고 있다. 나는 그 지역에 가야할 일이 생겼는데, 일 자체는 중요하지만 금방 끝나고 보수도 생길 일이었다. 친구들을 꼬드겨 며칠간 남도를 돌자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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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조선의 침뜸 지면기사
며칠 전 한 달간의 침뜸 공부가 끝났다. 자기 살이 아플까 한 번에 콱 찌르지도 못하고, 좁쌀만한 뜸을 태우며 비명을 질러대는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성취한 느낌이 있었다. 이 길로 쭉 가면 내 몸은 내가 다스릴 수 있겠다는 희망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예전에 잠깐 침을 배운 적이 있는데 그것 가지고는 크게 모자랐다. 정 급할 때 내 몸을 찔러대는 것 말고는 별반 소용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몸은 예고도 없이 병을 달고 나타났다. 병원에 가기도 애매한 증상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며 나를 겁주는 건, 지금이라도 침뜸을 다시 배우라는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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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엄마처럼 행복해지는 방법 지면기사
초등학교 시절, 남자 부반장 엄마가 반 친구들에게 돌린 빵을 먹지 않고 집에 가져갔다. “남자 부반장 엄마가 반 애들한테 빵을 돌렸어.” 엄마는 그 빵을 맛있게 드셨다. 나는 그때 여자 부반장이었는데, 엄마도 반 아이들에게 빵을 돌려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다. 빵맛을 칭찬하고는 끝이었다. 내가 무사히 입시를 치르고 서울로 대학에 다니게 된 것도 별로 기뻐하지 않으셨다. 인천에 있는 가까운 학교에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지는 걸 싫어하고 뭐든 일등을 해야 했던 나와 달리, 엄마는 성공보다 행복이 중요한, 한국에서 보기 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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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혐오의 시대 지면기사
아침 출근길. 공항전철을 타고 바다를 건넌다. 사람들의 얼굴엔 희미하게 조금씩 짜증이 묻어있다. 첫 몇 개월은 도시락을 싸갔다. 김치 조금, 구운 스팸 몇 조각, 그리고 계란프라이 세개, 그리고 흰밥 가득. 지하철에서 김치 냄새가 나면 어떻게 하냐고 한 동료가 물었다. 김치는 밀폐용기에 담기 때문에 크게 냄새가 날 것 같지 않았다. 한국 사람이 김치 냄새를 두려워하랴. 어느 날 전철 의자에 앉는데 옆 사람이 인상을 찡그리더니, 큰 목소리로 “아, 김치냄새!” 하고 소리쳤다. 너무 놀라 돌아봤는데, 그 사람은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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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시동이 잘 꺼지는 차를 운전하려면 지면기사
하루 종일 일할 생각으로 오전에 일찍 일어났다. 최근에 시작한 러닝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돌아와 샤워를 한다. 식사를 차려서 맛있게 먹는다. 여기저기 어질러진 물건들을 제자리에 옮겨놓고 청소를 한다. 다시 출출해져서 가벼운 간식을 먹는다. 작업물을 프린트하고 가방을 챙긴다. 자전거 열쇠를 챙겨 나와 이십분 정도 이동한다. 도서관 의자에 앉아 시계를 보자 오후 다섯시다. 이럴 수가 있나! 오전부터 게으름을 부리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오후가 저물어갈 판이다. 시간에도 누수가 있어 어딘가 지독하게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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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노인과 딸 지면기사
너무 웃긴 얘기지만 나는 오래 전, 출판사의 종잣돈을 마련하려고 새우젓 장사를 한 적이 있다. 그걸 했다고 해야 하나? 솔직히 말하면 한 달가량 새우젓 몇 통을 팔았을 뿐이다. 숫기가 없고 자의식에 차 있던 내가 팔을 걷어붙이고 장사를 한다는 건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점포도 없이 막연하게 시작한 ‘오뉴월 땡볕’은 내가 소꿉장난처럼 조몰락거리다 곧바로 문을 닫은 가게 상호였다. 나는 왜 하필이면 새우젓을 팔려 했을까? 30여 년 전 초가을, 시골에 내려갔더니 엄마가 광천(독배 새우젓으로 유명한 충남 홍성에 있는 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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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목욕탕의 유바바 지면기사
요즘 목욕탕 가는 사람도 있냐는 놀림을 받으면서도 나는 종종 동네 목욕탕에 간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긴장이 풀어지는 이완의 순간을 즐긴다. 목욕탕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은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 시간. 나는 우유를 하나 사서 절반은 마시고 나머지 절반은 마사지를 한다. 요즘은 씻지 못하고 잠들 때가 있을 정도로 바쁜 시절을 보내고 있어서, 얼굴과 몸에 우유를 문지르고 있는 시간이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모처럼 힐링이 되기도 한다. 목욕탕은 지은 지 오래 되었고 관리도 소홀해 그리 깨끗하지 않다. 거울에는 얼룩이 튀어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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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자기연민과 자기확신 지면기사
먹고 살길이 막막해질 가능성이 농후하고 부귀영화와 사이가 나빠질 확률이 높아질 게 뻔하지만 시를 쓰는 것을 내 인생의 운명으로 받아들이자고 스스로 결심한 후 누군가 처음으로, 너는 무엇을 쓰고 싶냐고 물었을 때, 내 대답은 “슬픈 걸 쓰고 싶다”였다. 그 친구는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내 문학관에 대해 질문을 던진 친구였다. “맞아, 우리는 아주 슬픈 걸 쓰자.” 약속을 했다. 그리고 그 말은 하나의 기준으로 내 마음에 자리 잡았던 것 같다. 그 친구는 일찌감치 슬픈 것을 쓰기 시작했다. 가끔 발표되는 그의 글들을 읽으며 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