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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th+] 누가 죄인인가 -지식인의 배반

    [with+] 누가 죄인인가 -지식인의 배반 지면기사

    수백 수천의 심장을 움직이는 문학 尹 블랙리스트에 이름 올리지 못해 작가로서 책무 다하지 못한 것 같아 국민이 지켜낸 민주공화국 무너뜨린 12·3 불법계엄 시대 오적 누구인가 우리에게 실존주의 사상으로 익숙한 프랑스 철학자 샤르트르는 “언어는 장전된 권총과 같다”고 말했다. 조금 유머를 보태자면 이 말은 현실에서의 무력함에 한숨짓는 INFP 내향인 작가들을 격려하는 말일 테다. 물질의 소유가 모든 것을 규정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 것 없이 펜대 하나에 의지하고 있는 작가들은 문학의 무용함에 좌절한다. 굶주린 사람에게는 빵 한 조

  • [with+] 새로운 세상이 와도

    [with+] 새로운 세상이 와도 지면기사

    편리한 현대사회, 한편으론 허무해 책속에 답이 있다던 시대 낡았지만 아이에 아날로그 감성 전달하고파 온·오프라인 속 보이지 않는 경계 그 안에 변치않는 진심 존재했으면 시험이 끝나면 극장에 갔다. 어두운 상영관 안에 들어가 앉으면 쉬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시험 기간 내내 잘 참아낸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버스를 타고 극장을 지나갈 때마다, 벽면에 걸린 포스터를 보며 상영 중인 영화를 확인했다. 인터넷 예매는 없던 시절, 보고 싶은 영화를 내가 원하는 시간에 보려면 발품 팔기는 기본이었다. 혹여 표가 없어 아쉬워하고 있으면, 리

  • [with+] 아트하우스라는 조각배

    [with+] 아트하우스라는 조각배 지면기사

    아트시네마에서 본 ‘밀레니엄 맘보’ 이십년 지나 다시 만나니 기분 묘해 인생 짙어지면서 영화는 멀어졌지만 예술 일렁이는 공간 그 자체로 영화 새해 자주 아트하우스 찾기로 결심 이제는 작년이 되어버린 2024년의 12월31일, 나는 정동에 있는 아트시네마에서 ‘밀레니엄 맘보’를 보았다. 무척 좋아했던 대만감독 허우샤오시엔의 영화로 몽환적인 오프닝 장면이 유명하다. 개봉 때도 보았지만 이십년이 지나 다시 만나니 기분이 묘하다. 푸른 화면에 위태롭게 걷는 배우가 이십년 동안 정지되어있다가 다시 걸어가는 느낌. 영화의 시간이 그렇다. 필름

  • [with+] ‘북치는 소년’의 김종삼 시인

    [with+] ‘북치는 소년’의 김종삼 시인 지면기사

    동아방송 배경음악 담당 20여년 근무 수입 괜찮았지만 사글세집 면치 못해 술 속에 살다가 간경화로 세상 떠나 묘지에서 한눈에 보이는 북한산 영봉 수많은 기행 남기며 후배들에 영향 김종삼(1921~1984) 시인은 후배 시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시인이다. 그는 수많은 기행을 남겼다. 소학교에 다니는 딸이 소풍 가는 날이었다. 아버지인 김 시인이 딸의 소풍에 따라나섰다. 소풍지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난 후였다.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딸은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는 언덕 뒤에서 큰 돌을 가슴에 얹고 잠이 들어 있었다. 딸은 놀라서

  • [with+] 무명은 다 서럽다

    [with+] 무명은 다 서럽다 지면기사

    학력없는 서러움, 현실서도 그럴까 오백 나한상 190개나 발견한 김병호 “세계 유물이라더니 郡 내 요구 무시” 학술대회서도 내빈 소개조차 없어 ‘작은 배려’ 그리도 어려운가 의문 영화 ‘더 디그(The Dig)’를 보면서 무명은 다 서럽다는 생각을 했다. 학력이 없다는 이유로 고고학자라 불리지도 못하고 자신이 찾아낸 엄청난 발굴에서도 배제되는 주인공. 다행히 미망인의 배려로 훗날 역사에 남겨지게 되는데, 현실에서도 그럴까? 몇 년 전 아는 분의 안내로 강원도 영월의 창령사지를 찾은 적이 있다. 춘천박물관에서 ‘창령사지 오백 나한상’

  • [with+] 누구처럼 되지 않으려면

    [with+] 누구처럼 되지 않으려면 지면기사

    포털사이트, 취향따라 언론사 선택 SNS 팔로우·차단 ‘분노 댓글’ 전쟁도 요즘 AI, 요청 안해도 알아서 추천 뇌는 새 정보와 비교·융합 필요한데 닫힌 세계 맴돈다면 구태속 남게돼 지금은 대중들의 흥미가 좀 가라앉았지만 MBTI가 대화소재로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별자리든 혈액형이든 그닥 믿는 성격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즐기는 것을 굳이 꺼리는 성격도 아니어서 누가 물어보면 나도 MBTI가 이러이러하다고 말이나 할 겸 긴 테스트지를 통과하여 INFP라는 결과를 얻어두었다. 친구들과 만나면 MBTI를 서로 물어보는 것이 대화의 통과

  • [with+] 겨울밤이 차다

    [with+] 겨울밤이 차다 지면기사

    계엄포고령 말미 ‘처단’ 묻는 딸아이 2024년에 ‘사어’ 가르치는 현실 기함 따스한 거실과 대비되는 TV속 장면 상황 끝나도 내면 꿈틀거림 계속돼 출간 앞두고 광장에 또 나가야 할까 러시아 크라스키노의 작은 마을에 가면, 아니 작은 마을이라고 해야하나 황량한 벌판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곳엘 가면 안중근 의사의 단지동맹비가 있다. 손가락을 끊어 독립을 향한 의지를 다졌던 단지동맹을 기리는 비석이다. 의아하다. 왜 한국에 있지 않고 그곳에 있나. 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늦가을에 그곳에 다녀왔다. 단지동맹비 옆에는 아주 작은 오두막

  • [with+] 그림자 속의 그림자

    [with+] 그림자 속의 그림자 지면기사

    기억은 정확히 떠오른 순간에 존재 3년 정도 같이 살았던 옆방 할머니 그의 외로운 삶, 화려한 옷과 대조 한참 지나서 알게된 할머니의 죽음 이런 기억, 나는 왜 잊고 있었을까 기억은 어디에 있는가? 머릿속에 막연히 잠겨있을 때 그것을 기억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어쩌면 의식이나 무의식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기억은 정확히 말해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에 존재한다. 무언가가 나를 건드려서 기억이 떠오른 순간 우리는 놀란다. 맞아, 이런 일이 있었지. 어떻게 이걸 잊고 살았을까? 이런 식으로. 시장에서 느릿느릿 걷는 다리가 불편한

  • [with+] 김장을 끝내고

    [with+] 김장을 끝내고 지면기사

    느닷없이 배달된 아담한 배추 20포기 양념에서 구수하고 맑은 기운 올라와 올해 김치 맛있을 것 같은 기대감 푸닥거리 하고 났더니 허리·등 쑤셔 추위에도 묵묵히 김장하던 母 떠올라 느닷없이 배추가 배달되었다. 나한테 묻지도 않고 무더기로 배추를 보낸 곤지암 농부에게 봉변을 당한 느낌이었다. 한창 일이 바쁠 때여서 당장 김장을 할 수도 없었고, 더구나 날이 너무 푹해서 김장할 맛도 안날 뿐더러 한다해도 바로 김치가 익어버릴 것 같았다. 에라 모르겠다! 바쁜 일 끝내느라 박스도 열지 않고 놔두었다. 일주일 지나 개봉하니 누렇게 뜬 잎도

  • [with+] 만해 한용운과 '님의 침묵'

    [with+] 만해 한용운과 '님의 침묵' 지면기사

    불교 상상력 형이상학적 가치 노래독자에 사랑받는 대표작 '님의 침묵' 이별의 슬픔 비감한 감정 빠져들어슬픔의 힘, 운명 맞서는 인간 역동성 비극적 운명 초극하는 의지 돋보여 만해 한용운(1879~1944)은 충남 홍성에서 출생했다. 3·1 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활동했으며 줄기차게 불교개혁을 주장하기도 했다. 여러 논문과 장편소설을 쓰고 불교서적을 저술했다. 장편소설 '흑풍' '후회' 등을 출간하기도 했으며 불교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형이상학적 가치를 주로 노래했다. 시집으로 '님의 침묵'이 있다.그의 대표작 '님의 침묵'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시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위키백과)'님의 침묵'은 첫 행부터 비감한 감정에 빠져든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로 전개된 첫 행은 복받치는 이별의 감정을 드러낸다. 푸른 산빛과 붉은 단풍나무의 대립이 이별하는 님과 나의 조응으로 읽히면서 별리의 아픔이 더 깊어지는 듯하다. 여기서 푸른빛은 님과 사랑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