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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th+] 도서관에서 사람 읽기

    [with+] 도서관에서 사람 읽기 지면기사

    옆사람 나가자 자리 채운 할아버지 책 들여다보는 시늉 않고 잠 청해 책이 없다고 미워할 일인가 생각 책 대신 할아버지 읽기 ‘상상’ 시작 ‘사물·사람’ 어항 속 열대어처럼 놓여 갈수록 집중력이 약해져서 큰일이다. 하나에 몰두해 옆길로 새지 않는 시간을 일종의 모래시계로 친다면, 나는 예전의 절반만한 크기의 모래시계밖에 없다. 그나마 집중력을 길게 유지할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인데, 책 기둥을 토템 삼아 디지털 도파민에서 달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도 창가쪽 자리에 앉아 겨울나무와 나란히 마주 보고 책장을 펼쳤다. 내 옆 자리의 사

  • [with+] 묵연(墨緣), 만나야 할 그림은 꼭 만난다

    [with+] 묵연(墨緣), 만나야 할 그림은 꼭 만난다 지면기사

    명대 서화 특별전 作 ‘국화 감상’에 조선인 도장… ‘안기’ 선생 소장품 청나라서 활동한 조선인 후예로서 中 4대 서화감정가, 동양미술사 중요 묵연 좇아 한걸음 또다른 인연 기대 2월의 첫날, 중국 명대 서화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경기도박물관을 찾았다.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도 기대됐지만, 사실 그곳에서 ‘그분’의 흔적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설레고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를 찬찬히 살펴보던 중 좌우로 긴 두루마리 그림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그 작품은 명나라의 대표적인 문인화가 심주(沈周, 1427~1509)의 ‘국화

  • [with+] 낙락장송의 죽음과…

    [with+] 낙락장송의 죽음과… 지면기사

    첫눈의 환호성, 재난 될 줄 미처 몰라 나무 명줄 끊으려 하는 계엄군 같아 허약해져가는 숲의 모습 걱정스러워 막무가내 국헌문란 언제까지 지켜보나 과정 중요하단 말로 스스로를 달래 날이 풀리면서 슬슬 산에나 가보자는 심정으로 며칠 전 청계산에 올랐다. 해의 방향이 겨울과는 확연히 다르다. 햇볕도 양광하다. 대동강물이 풀린다는 우수 무렵 같다. 벌써 오래 전에 하천변의 버드나무는 은은한 푸른 빛을 뿜어 올리기 시작했다. 요즘 산에 가본 분들은 알 것이다. 얼마나 처참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지. 산 초입에 절반이 뚝 꺾인 소나무가 길을

  • [with+] 꿈을 다시 데려오고 싶다

    [with+] 꿈을 다시 데려오고 싶다 지면기사

    한강 ‘채식주의자’ 등장인물 영혜 꿈은 정신병자의 말로 비하 당해 문 닫지 못한 채 달리는 택배차량 밥 먹는 작은 동물 쫓아내는 인간 현실 중요한 세상, 사랑할 틈 없어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어렵지 않은 구절들로 써져 있지만, 사실은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이다. 포스트잇을 잔뜩 붙인 책과 빼곡히 써내려간 감상노트를 들고, 독자들과 묻고 대답하며 소설 속에 숨겨진 비밀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던 중, 소설 속 등장인물인 영혜를 조현병 환자로 규정하는 신문 칼럼을 읽고 깜짝 놀랐다. 작가가 영혜를 병원에 입원시킨 이유는, 그가 치료를 받아야

  • [with+] 누가 죄인인가 -지식인의 배반

    [with+] 누가 죄인인가 -지식인의 배반 지면기사

    수백 수천의 심장을 움직이는 문학 尹 블랙리스트에 이름 올리지 못해 작가로서 책무 다하지 못한 것 같아 국민이 지켜낸 민주공화국 무너뜨린 12·3 불법계엄 시대 오적 누구인가 우리에게 실존주의 사상으로 익숙한 프랑스 철학자 샤르트르는 “언어는 장전된 권총과 같다”고 말했다. 조금 유머를 보태자면 이 말은 현실에서의 무력함에 한숨짓는 INFP 내향인 작가들을 격려하는 말일 테다. 물질의 소유가 모든 것을 규정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 것 없이 펜대 하나에 의지하고 있는 작가들은 문학의 무용함에 좌절한다. 굶주린 사람에게는 빵 한 조

  • [with+] 새로운 세상이 와도

    [with+] 새로운 세상이 와도 지면기사

    편리한 현대사회, 한편으론 허무해 책속에 답이 있다던 시대 낡았지만 아이에 아날로그 감성 전달하고파 온·오프라인 속 보이지 않는 경계 그 안에 변치않는 진심 존재했으면 시험이 끝나면 극장에 갔다. 어두운 상영관 안에 들어가 앉으면 쉬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시험 기간 내내 잘 참아낸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버스를 타고 극장을 지나갈 때마다, 벽면에 걸린 포스터를 보며 상영 중인 영화를 확인했다. 인터넷 예매는 없던 시절, 보고 싶은 영화를 내가 원하는 시간에 보려면 발품 팔기는 기본이었다. 혹여 표가 없어 아쉬워하고 있으면, 리

  • [with+] 아트하우스라는 조각배

    [with+] 아트하우스라는 조각배 지면기사

    아트시네마에서 본 ‘밀레니엄 맘보’ 이십년 지나 다시 만나니 기분 묘해 인생 짙어지면서 영화는 멀어졌지만 예술 일렁이는 공간 그 자체로 영화 새해 자주 아트하우스 찾기로 결심 이제는 작년이 되어버린 2024년의 12월31일, 나는 정동에 있는 아트시네마에서 ‘밀레니엄 맘보’를 보았다. 무척 좋아했던 대만감독 허우샤오시엔의 영화로 몽환적인 오프닝 장면이 유명하다. 개봉 때도 보았지만 이십년이 지나 다시 만나니 기분이 묘하다. 푸른 화면에 위태롭게 걷는 배우가 이십년 동안 정지되어있다가 다시 걸어가는 느낌. 영화의 시간이 그렇다. 필름

  • [with+] ‘북치는 소년’의 김종삼 시인

    [with+] ‘북치는 소년’의 김종삼 시인 지면기사

    동아방송 배경음악 담당 20여년 근무 수입 괜찮았지만 사글세집 면치 못해 술 속에 살다가 간경화로 세상 떠나 묘지에서 한눈에 보이는 북한산 영봉 수많은 기행 남기며 후배들에 영향 김종삼(1921~1984) 시인은 후배 시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시인이다. 그는 수많은 기행을 남겼다. 소학교에 다니는 딸이 소풍 가는 날이었다. 아버지인 김 시인이 딸의 소풍에 따라나섰다. 소풍지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난 후였다.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딸은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는 언덕 뒤에서 큰 돌을 가슴에 얹고 잠이 들어 있었다. 딸은 놀라서

  • [with+] 무명은 다 서럽다

    [with+] 무명은 다 서럽다 지면기사

    학력없는 서러움, 현실서도 그럴까 오백 나한상 190개나 발견한 김병호 “세계 유물이라더니 郡 내 요구 무시” 학술대회서도 내빈 소개조차 없어 ‘작은 배려’ 그리도 어려운가 의문 영화 ‘더 디그(The Dig)’를 보면서 무명은 다 서럽다는 생각을 했다. 학력이 없다는 이유로 고고학자라 불리지도 못하고 자신이 찾아낸 엄청난 발굴에서도 배제되는 주인공. 다행히 미망인의 배려로 훗날 역사에 남겨지게 되는데, 현실에서도 그럴까? 몇 년 전 아는 분의 안내로 강원도 영월의 창령사지를 찾은 적이 있다. 춘천박물관에서 ‘창령사지 오백 나한상’

  • [with+] 누구처럼 되지 않으려면

    [with+] 누구처럼 되지 않으려면 지면기사

    포털사이트, 취향따라 언론사 선택 SNS 팔로우·차단 ‘분노 댓글’ 전쟁도 요즘 AI, 요청 안해도 알아서 추천 뇌는 새 정보와 비교·융합 필요한데 닫힌 세계 맴돈다면 구태속 남게돼 지금은 대중들의 흥미가 좀 가라앉았지만 MBTI가 대화소재로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별자리든 혈액형이든 그닥 믿는 성격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즐기는 것을 굳이 꺼리는 성격도 아니어서 누가 물어보면 나도 MBTI가 이러이러하다고 말이나 할 겸 긴 테스트지를 통과하여 INFP라는 결과를 얻어두었다. 친구들과 만나면 MBTI를 서로 물어보는 것이 대화의 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