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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광장] 한시적 소음에서 벗어나 항심을 가다듬는 것

    [수요광장] 한시적 소음에서 벗어나 항심을 가다듬는 것 지면기사

    기적처럼 가을이 왔다. 폭염과 폭우, 재난으로 얼룩진 긴 여름이 가뭇없이 지나갔다. 어김없는 자연의 질서는 이렇게 또 새로운 계절을 선사한다. 또 다른 기적처럼 우리는 여러 순간을 견디고 품으며 살아가야 한다. 고마운 은총이다. 그런데 가을이 되면 우리는 으레 독서의 계절 같은 클리셰를 떠올리곤 한다. 이 계절에 나는 ‘산문’이라는 양식을 생각해본다. 몇 년 전 처음으로 산문집을 냈다. ‘단정한 기억’이라는 책이다. 그동안 펴낸 비평서들이 워낙 전문적 내용을 담고 있어서 지인들에게 읽어보라고 주지 못했는데, 산문집의 경우에는 과감하

  • [수요광장] 여성선수에게 ‘걸스 데이’ 언급하는 심판을 보면서

    [수요광장] 여성선수에게 ‘걸스 데이’ 언급하는 심판을 보면서 지면기사

    2026년 여름은 한국 축구 종사자와 팬에게 힘겨운 계절로 기억될 것 같다. 한국 축구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손흥민, 이강인같은 선수와 박항서, 김상식 같은 감독을 배출하였지만, 아름다운 축구 경기가 이루어지는 데 필요한 좋은 거버넌스 시스템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 지금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는 전방위적 비판을 들으며 개선을 위한 산통을 겪고 있다. 지난 7월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K-축구 혁신위원회’가 꾸려져 거버넌스 개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축구 거버넌스 개선의 하나로 축협은 프로축구리그 판정을

  • [수요광장] K-베이스볼

    [수요광장] K-베이스볼 지면기사

    백인천 감독이 별세했다. 이로써 프로야구 출범 당시 6명의 감독 중 5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롯데의 박영길 감독만이 유일하게 생존해 있다. 44년의 연륜이 쌓인 프로야구는 장족의 발전을 했다. 천만관중 시대에 돌입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에는 불멸의 기록들이 만들어졌다. 박철순 선수는 단일시즌 22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백인천 선수는 타율 4할1푼2리로 타격왕이 되었다. 불멸의 기록은 투타(投打)뿐이 아니다. OB는 삼미를 상대로 16전 전승을 기록했다. 전승 영광(반대 입장에서는 치욕)의 주역이 박철순 선수다. 공식기록은

  • [수요광장] 한국의 외교관 양성, 이대로 괜찮은가?

    [수요광장] 한국의 외교관 양성, 이대로 괜찮은가? 지면기사

    오늘날 국제 외교 무대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국가간 전략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공간이다. 국제 질서가 급변하고 있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경제·안보·기술·에너지·공급망까지 외교의 영역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 국가의 외교 역량은 외교관 개개인의 전문성, 판단력, 협상력에 보다 크게 좌우된다. 한국은 2013년 기존 외무고시를 폐지하고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과 국립외교원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외교관 선발·양성 체제로 전환했다. 제도 개편의 취지는 단순히 시험 성적이 높은 인재가 아니라 국제정세에

  • [수요광장] 정부는 사립대학을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수요광장] 정부는 사립대학을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지면기사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열 덕분에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World Bank) 자료를 토대로 대학 교육에 대한 정부의 공적 투자 규모(1인당 교육비)와 1인당 국민 소득 간 상관계수를 계산해보면 0.816이 나온다.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투자와 국가의 경제력이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80%는 사립대학교가 맡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그 80%를 포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숫자부터 보자. 사립인 미국 하버드대는 교수 1명이 학생 7명을 가르치고, MIT에는

  • [수요광장] ‘취업 안되면 만든다’ 스물세살의 바이브 코딩

    [수요광장] ‘취업 안되면 만든다’ 스물세살의 바이브 코딩 지면기사

    아시아에서 인공지능(AI) 패권을 다투는 나라를 꼽아보자. 일본을 빼놓을 순 없지만, 중국을 제외하면 남는 이름은 둘이다. 한국과 싱가포르. 인구 5천100만 대 600만. 규모는 판이하다. 그런데 AI에 건 판돈의 밀도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은 최근 AI와 반도체 분야에 총 1천500조원을 투자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꺼냈고, 국가 차원의 창업프로젝트 ‘모두의 창업’엔 6만3천명이 몰렸다. 싱가포르에서는 로렌스 웡 총리가 국가 AI 위원회 의장을 직접 맡았고, 엔비디아와 오픈AI가 잇달아 연구소를 세웠다. 두 나라 모두

  • [수요광장] 별과 오지와 오랜 인류의 기원을 결속하는 그리움

    [수요광장] 별과 오지와 오랜 인류의 기원을 결속하는 그리움 지면기사

    신경림(1935~2024) 선생은 소외된 약소자들의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형상화함으로써 그들의 삶과 감각 그리고 생활적 실감을 가장 구체성 있게 보여준 시인이다. 선생의 첫 시집 ‘농무(1973)’는 산업화 시대를 살아가는 농민들 삶의 세목을 담아냄으로써 한국 시의 사회적 상상력을 한 차원 높인 기념비적 세계로 평가받고 있다. 그 안에는 허물어져가는 농촌의 생활적 세부가 충실하게 재현되었고, 우리는 당대 농촌 사회에 대한 가장 탁월한 사실적 기록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 후로도 선생은 늘 어렵게 살아가는 고향 사람들과 이웃들을 위

  • [수요광장] 월드컵 졸전 대응, 정부와 국회도 달라져야

    [수요광장] 월드컵 졸전 대응, 정부와 국회도 달라져야 지면기사

    지난 월요일 새벽에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우승하면서 40일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한국팀은 조별리그를 넘지 못하고 34위에 그쳤다. 한국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12회 대회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3회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진출,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하여 처음으로 16강 진출,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수한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팀의 네 번째 조별리그 통과를 기대했으나 실패했다. 홍명보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감독직을 사퇴

  • [수요광장] 하루키 처럼

    [수요광장] 하루키 처럼 지면기사

    환갑이 지나니 시간이 빨리 간다. 정년이 코앞이다.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나. 지난 삶을 반추하면 후회와 회한으로 가득하다. 물론 보람 있고 기쁜 일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도 얼굴 화끈거리는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은퇴 선배의 말을 듣고,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본다. ‘70대의 후회’, ‘퇴직자의 현실 조언’, ‘미리알았다면’ 등의 제목의 영상이 가득하다. 노후 관심사는 건강, 재산, 인간관계, 소일거리로 요약된다. 관심사는 비슷하지만 현실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르다. 건강을 잃은 사람은 지난

  • [수요광장] 진화하지 못하는 고려인 정책

    [수요광장] 진화하지 못하는 고려인 정책 지면기사

    진화는 생물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해서 처절하게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말하면 환경 변화에 스스로를 혹독하게 변화시키지 못한, 진화하지 못한 생물은 죽는다. 국가의 정책은 급변하는 국내외 사회의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여 국가와 국민이 살아남도록 하는 행동방침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이 성공하면 국가와 국민은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냉혹한 국내외 사회에서 도태되고 존재감이 사라진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가 각 부문에 걸쳐서 추진했던 정책들은 다행스럽게도 급변하는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