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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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오답풀이 지면기사
그날 저녁,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보수진영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애초 승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는 걸 새삼 확인한 이들은 한숨과 원망, 자조를 쏟아냈다. 1997년 대선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만큼 진영이 총결집한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일말의 여지없이 참패했다. 3년 전 대선의 윤석열 후보와 비교해 김문수 후보 득표율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대략 10%p씩 빠졌다. 서울과 충청이 그랬고, 텃밭 영남과 강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재명만은 막아야 한다’는 캠페인은 먹혀들지 않았다. ‘뭘 해도 계엄보단 낫다’는 소리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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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행정은 공익추구가 본질이다 지면기사
행정은 공적인 활동이며 공익추구가 본질이다. 이 때문에 행정은 공익을 실현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며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해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의 척도는 합당한 법, 시민의견, 정치적 중립, 공정, 성실한 임무 수행, 정보의 투명, 목표 달성 등 합법성, 민주성, 중립성, 형평성, 책임성, 투명성, 효과성 등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가평군이 수백여억원을 들여 조성한 산림생태문화체험단지 운영을 두고 공익추구의 본질과 절차적 정당성 등이 결여됐다는 소리가 나온다. 애초 군은 산림휴양관광자원 조성 등의 목적으로 단지를 조성했으나 현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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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선거 부정하며 선거에 나서는 후보 지면기사
‘부정선거 척결로, 청년에게 미래를’.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주 각 가정에 배송된 대통령 후보 선거공보물 속 문구입니다. 얼마 전 직장 동료인 후배와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선거 이야기가 식사 자리에 빠질 수 없습니다. 그가 꺼낸 한마디는 이랬습니다. “선거제도를 부정하는 사람이 왜 선거에 나오죠?” 무소속 황교안 후보의 선거 공보물 얘기였습니다. 우리나라 선거 제도의 공정성을 믿지 않는 사람이 그 제도를 통해 권력을 얻겠다는 건 모순 아니냐는 요지입니다. 그날 퇴근 후, 아직 아무도 열어보지 않은 배송 봉투를 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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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오색시장 야맥축제 지면기사
“두부 한 모 사올래?” 어린 시절 엄마의 심부름에 달려갔던 곳은 집 근처 전통시장이었다. 집에서 나와 5분만 뛰어가면 시장이 있었다. 그때는 전통시장이 ‘대형 마트’ 같았다. 없는 게 없어서 이것저것 볼 것도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니던 곳이라서. 어른이 된 후, 아주 오랜만에 다시 시장을 찾았을 때 큰 주차장이 돼 있었다. 도심 한가운데 있던 시장이라 개발을 피하지 못했다. 10년마다 변하는 강산처럼 세태의 변화를 이기지 못했다. 그래서 오산에 있는 오색시장을 갔을 때 반가움이 컸다.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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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수도권제2순환선 안산~시흥 속도내야 지면기사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안산~인천 구간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제2순환선은 양평~이천(19.4㎞) 구간과 김포~파주(30.6㎞) 구간이 각각 내년, 후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이며 나머지 구간은 이미 개통했다. 김포에서 파주, 양주, 포천, 남양주, 양평, 이천, 오산, 화성(동탄·봉담·송산), 평택, 시흥, 안산, 인천을 연결하는 총 14개 구간(260.5㎞) 중에 아직 착공 일정을 잡지 못한 곳은 안산~인천 구간뿐이다. 제2순환선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는 교통 편의가 늘어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시흥시 거북섬에는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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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1일’ 전쟁 지면기사
달력의 페이지가 바뀌는 날. 오전 8시59분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주시한다. 드디어 9시. 재빠르게 충전을 선택해보지만 허사다. 작동을 멈춘 앱을 할 수 없이 껐다 켜면 기다림은 더 길어질뿐. 결국 ‘이번 달 인센티브는 모두 소진됐다’는 알림과 허탈감만 남았다. 매달 ‘수원페이’ 이용자들이 겪는 ‘1일’ 전쟁의 단편이다. 수원시는 지역화폐 사용에 대한 혜택으로 충전금액의 10%를 시 예산을 활용해 얹어준다. 무한정 지급하기엔 예산에 한계가 있다보니, 매달 한도를 정해두고 그만큼만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1일 오전 9시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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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쓸쓸한 로비 지면기사
정권이 바뀌면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일선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4년에 한 번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수장의 철학에 따라 시정 기조가 바뀌고 운영 방향이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시정 슬로건부터 시작해 그동안 추진해 온 각종 정책 등 전임자에 관한 모든 흔적이 지워지기 시작한다. 정당이 달라질 경우 변화의 폭은 더 커진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지만, 과도한 조치로 인해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신임 단체장의 야심찬 의지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용자는 많지 않다. 과거 군포시는 오랜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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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부산항 일극주의 지면기사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가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두고 인천 항만업계에선 부산항 ‘일극주의’가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전적으로 ‘중심이 되는 세력 따위가 한쪽에 집중된 경향’을 뜻한다. 지역의 불균형 발전과 이에 따른 쏠림현상이 심해질 때 사용하는 단어로 해양산업에서 부산항 쏠림이 더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게 인천 항만업계의 주장이다. 부산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물동량을 처리하는 항만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부산에 해수부를 이전하는 것은 국내 다른 항만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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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무분별한 수입 정책에 절망하는 농민들 지면기사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수입한 양파, 고추, 배추, 대파, 당근, 쌀 등 주요 농산물을 대량으로 시장에 풀면서 여주시를 비롯한 경기도 농민들의 좌절감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특히 햇양파 출하 시기에 맞춘 수입 양파의 시장 방출은 가격 폭락을 초래해 일부 농가는 수확 포기마저 고민하고 있다. 여주의 양파 재배면적은 크지 않지만 경기도의 2024년 양파 재배면적은 1천103㏊로 늘고 있고 생산량도 5만9천731t에 이른다. 다만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오히려 감소해 농가의 부담은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실정에 농산물 가격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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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탄핵 굿즈 지면기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까지 관련 집회에서 사용된 각종 물품들을 역사적 자료로 판단해 수집했다고 한다. 손팻말, 스티커, 신문기사 등 집회에서 으레 볼 수 있는 물건들인데,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케이-팝 문화에서 소환된 ‘응원봉’이다. 오래전부터 이 응원봉은 ‘굿즈’(goods)라 불렸다. 윤석열 탄핵 선고 소식을 발행한 ‘호외 신문’도 원래 값어치의 몇 배 가격으로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탄핵을 선고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경남지역 독지가 김장하 선생의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