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이 바뀌면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일선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4년에 한 번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수장의 철학에 따라 시정 기조가 바뀌고 운영 방향이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시정 슬로건부터 시작해 그동안 추진해 온 각종 정책 등 전임자에 관한 모든 흔적이 지워지기 시작한다. 정당이 달라질 경우 변화의 폭은 더 커진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지만, 과도한 조치로 인해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신임 단체장의 야심찬 의지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용자는 많지 않다.
과거 군포시는 오랜 기간 ‘책나라 군포’를 앞세운 책의 도시였다. 도시 곳곳에 책을 활용한 북카페를 비롯해 손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있었다. 책은 곧 군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상징물이었지만, 해당 단체장의 임기가 끝나자 책은 자취를 감췄다. 시청사 로비에 있던 북카페도 철거 수순을 밟았다. 로비 한쪽 공간을 2층까지 연결한 복층 구조의 작은도서관에는 6천여 권의 책이 비치돼 시민들의 휴식 장소로 이용됐지만, 현재는 벽면에 군포의 역사를 소개하는 사진과 글이 전시돼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 청사 정문 안쪽으로 들어서면 배드민턴을 치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너른 공간만 남았다.
단체장이 바뀐 이후 시는 이 공간을 다시 활용해 보겠다는 청사진을 그렸으나 예산 문제로 시의회와 1년 넘게 입씨름만 벌이고 있다. 시의회는 4억원에 가까운 예산은 과도하다며 9천만원을 승인했지만 시는 거듭 추가 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안건으로 최근까지 5차례 예산 삭감이 반복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도 양측은 옥신각신만 반복할 뿐이다. 사업은 점점 추진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시청 1층 로비 공간은 청사의 얼굴과 다름 없는 곳이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과도한 예산이 반복 투입돼선 안 되겠지만 지금처럼 방치해 두는 것도 참 아까운 노릇이다.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