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노트북] 언성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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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언성 히어로 지면기사

    경험이 쌓여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들이 있다. 나와 다른 상대를 ‘잘’ 대하는 것들이 그렇다. 2년 전 겨울 사무실로 한 중년 여성이 찾아왔다. 표정이 어두웠다. 십중팔구 억울한 사연이 있는 사람일 터. 동료 대부분은 외근 중이거나 업무에 정신이 없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내가 그를 맞았다. 다른 사무실 공간으로 그를 데려가 이야기를 나눴다. 중년 여성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놨다. 자신이 왕족이고 누군가 자신을 공격하고 감시한다는 내용이었다. 대화 도중 풍기는 낯선 냄새는 계속 코를 찔렀다. 가만히 하소연을 듣다 말이 끊

  • [노트북] 마라맛보다 각광받는 ‘순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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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마라맛보다 각광받는 ‘순한맛’ 지면기사

    ‘매콤한 마라맛에 중독된 대중들이 이제 순한맛을 찾는 상황이다.’ 올해 봄 가장 높은 영향력을 끼친 드라마 콘텐츠인 ‘폭싹 속았수다’의 열풍을 두고 한 평론가가 남긴 분석이다. 이곳저곳 폭발하는 액션 보다 마음에 잔잔히 드나드는 감동이 좋다. 피로 물든 처절한 복수극에 열광하던 관객들은 우리들의 일생 속 벌어지는 소소한 굴곡에 더 눈길을 주고 있다. 도파민의 시대가 정말 저물고 있을까.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고 새로 출시된 매운음식들의 스코빌지수가 천정부지가 올라가듯, 극한까지 중추 신경계를 자극할 것 같은 대중매체들이 보드랍게 변

  • [노트북] ‘공약 전쟁’ 속 평화로운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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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공약 전쟁’ 속 평화로운 인천 지면기사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물밑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지자체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6월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에 나서는 후보들의 공약에 지역 현안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트럼프발 관세 부과, 계속되는 경기 침체 속 대권 주자들도 저마다 경제 공약을 하나둘 발표하면서 여기에 발맞춰 국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단체장들이 국회와 정부 부처, 기관을 찾아다니면서 공약 세일즈까지 펼치고 있다. 대선이 끝나면 지자체장들의 임기도 1년 남짓 남는 상황에서, 새 정부 정책에 지

  • [노트북] 이제는 ‘정치 중심지’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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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이제는 ‘정치 중심지’ 인천 지면기사

    최근 전국적으로 가장 큰 현안은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조기 대통령선거다. 그런데 요즘들어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때보다 조기 대선을 향한 인천시민의 관심이 높다고 느끼곤 한다. 이전까지 정치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들은 어느 정치인이 무슨 당 소속인지,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심지어 인천시장이 누구인지도 몰랐는데 말이다. 조기 대선에 대한 인천시민의 관심이 뜨거운 건 무엇보다도 지난해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극적 가결, 헌법재판관 만장일치 탄핵 인용,

  • [노트북] 굿바이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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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굿바이 레전드 지면기사

    “만약 그 순간이 온다면, 그때가 네가 배구에 빠지는 순간이다.” 배구를 소재로 한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하이큐’의 명대사 중 하나다. 스파이크 하나, 블로킹 하나의 짜릿함때문에 배구에 빠진다는 의미다. 짧으면 30초 만에 끝나는 배구 랠리의 짜릿함은 그 어떤 스포츠보다 강렬하다. 문성민·김연경. 한국 프로배구의 주역이었던 두 레전드가 올 시즌을 끝으로 배구 코트를 떠난다. 두 선수 모두 은퇴 시즌에 팀이 우승하면서 챔피언이자 구단 최초 영구결번 선수로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마치게 됐다.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의 최고 프랜차이즈 스타

  • [노트북] 어느 기자의 작은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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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어느 기자의 작은 응원 지면기사

    195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알베르 카뮈.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그는 유한한 인간의 삶에 명징한 의식을 갖고 사는 것에 대해 말해왔다. 특히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부조리’는 카뮈가 가진 주요 철학이자 그의 문학세계를 꿰뚫는 한 축이다. 소설가 최수철이 카뮈를 주제로 쓴 여행기에는 부조리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부조리라는 감정은 세상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우리의 열망과 세상의 측량할 수 없는 비합리적 속성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감정은 과거에도 있어 왔고, 미래

  • [노트북] 아이와 함께 죽을 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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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아이와 함께 죽을 권리는 없다 지면기사

    지난달 수원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가족 4명이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자 아버지는 아파트 단지 지상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고, 집안에는 아내와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이 숨져 있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구두 소견, 현장 정황 등을 토대로 아버지가 나머지 가족을 살해한 뒤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모가 자녀의 목숨을 끊은 뒤 자살하는 일이 또 일어난 것이다. 자살을 결심한 부모에 의해 아이들이 생을 마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자녀 살해 후 자살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도

  • [노트북] 돌아온 의대생, 의료 정상화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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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돌아온 의대생, 의료 정상화는 언제쯤 지면기사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 휴학으로 투쟁하던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오고 있다. 정부와 각 대학이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기한 안에 학교에 등록금 납부, 복학·수강 신청을 하지 않으면 ‘제적’ 처리하겠다고 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학생이 학교에 복학을 신청했지만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제적을 피하기 위해 ‘미등록 휴학’을 포기했을 뿐, 복학한 뒤에 다시 휴학하거나 수강 신청 하지 않는 방법으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수강 신청을 하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도 있다. 상

  • [노트북] ‘민생·협치’ 말이 아닌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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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민생·협치’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지면기사

    경기도 민생현안이 공전하고 있다. 경기도 집행부와 경기도의회 간 갈등이 봉합될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도와 도의회의 구호뿐인 민생과 협치에 도민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도의회 제382회 임시회서 여·야·정은 모두 ‘민생’을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도의 선제적인 추경으로 중앙정부의 재정 정책을 견인하겠다”며 추경을 천명했다. 최종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은 도와 도의회가 참여하는 비상경제대책위원회 설치와 추경을 제안했다. 김정호 국민의힘 대표의원 역시 민생위원회를 구성해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자는 의

  • [노트북] 숫자로 파악할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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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숫자로 파악할 수 없는 것 지면기사

    한 달 전 화재가 발생한 인천 서구 한 빌라를 찾았다. 검게 그을린 외벽과 코끝을 찌르는 탄내가 화마의 잔혹함을 떠올리게 했다. 화재가 난 집에는 방학을 맞아 혼자 시간을 보내던 열두살 초등학생이 있었다. 아이는 화재로 중상을 입은 후 결국 세상을 떠났다. 화재 흔적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우편함에 가득히 쌓인 공과금 더미였다. 공과금 고지서 사이로 전기·가스요금 체납을 알리는 공고문이 보였다. 공과금 체납은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었다. 가정 내에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가정 내 위기 징후를 알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