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소설가는 신춘문예 당선 전화를 받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축하드린다”는 인사를 건넨 뒤 몇초가 지나서야 겨우 답이 돌아왔다. 얼어붙은 그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까지 전해졌다. 시 ‘나비’로 당선된 김밀아 시인의 소감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봄에 나비를 봤을 즈음, 리처드 용재 오닐이 연주하는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을 수도 없이 듣고 있었다”며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다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은 흥겨워야할 왈츠가 어딘가 모르게 묵직하다는 인상을 주는 곡이다.
지방선거는 공식 일정에 들어서지 않았지만, 이미 그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다. 최근 Chat 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선거 메시지와 공약 초안을 만드는 실험 기사를 쓰면서 선거판의 공기를 다른 이들보다 조금 일찍 마신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취재 과정에서 AI에 지역 현안을 입력하자 교통, 복지, 청년, 경제정책이 빠짐없이 정리됐다. 문장은 매끄럽고 구조도 단정했다. 틀린 말은 없었다. 그러나 낯설지 않았다. 지역이 달라지고 설정이 바뀌어도 결과물의 결은 비슷했다. 선거 때마다 반복돼 온 문장들을 통계로 보는 듯
최근 인천 산업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를 꼽으라면 ‘한국지엠 철수설’을 들겠다.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으로 촉발된 한국지엠 노사 갈등과 국내사업장 철수 위기는 새해가 시작된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사측은 임단협 상견례를 하루 앞두고 국내 9개 직영 정비사업소(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고, 한국지엠 부평공장 일부 부지를 팔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조치 등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일방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임단협과 맞물린 자산매각 방침에 노조는
경제부 기자가 경기 침체를 가장 선명하게 느끼는 순간은 통계가 아니라 전화기 너머에서 온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취재 과정에서 현장을 설명해 주던 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이 다시 전화를 걸어 폐업 소식을 전할 때다. 전화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로 끝났다. 매출이 급감했다거나 인건비가 버거워졌다는 하소연보다 먼저 나온 말은 “도저히 버티기가 안 된다”는 표현이었다.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라 서서히 숨이 막혀왔다는 이야기였다. 공장을 돌릴수록 손실이 커지고 가게 문을 열수록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사라지고 있었다. 그들이
사격선수들이 쏘는 22구경 실탄이 사냥에 사용된 것을 목격하거나 전해들은 적 있느냐고 전문 수렵인들에게 묻자 돌아온 답은 대체로 일치했다. 직접 봤다거나 과거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다는 것. 기획 취재 준비로 만난 이들이 들려준 오랜 수렵 활동에서의 직·간접 경험은 저마다 달랐지만, 선수용 실탄과 총기가 시중에 퍼져 사용된다는 내용은 새삼스럽지 않게 공통된 것이었다. 지난해 사격 국가대표 출신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의 ‘사격 감독 A씨의 경기용 실탄 수만발 유출’ 문제 제기로 사안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해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군들이 점차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는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전쟁터가 될 터이다. 이재명 대통령 덕분에 ‘대권 무덤’ 징크스가 깨졌다. 경기도지사는 대통령을 꿈꿀 수 있는 자리로 발돋움했다. 벌써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전 의원과 김병주(남양주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 내에서만 5명 이상의 후보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추미애(하남갑)·한준호(고양을) 의원부터 염태영(수원무)·권칠승(화성병) 의원도 거론된다. 현직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사실상 재선 도전 결심을 굳히고
매년 연말엔 결산을 하고, 새해엔 다양한 다짐을 한다. ‘2025 연말 결산’이라는 제목의 영상들이 지난 한 주 알고리즘을 뜨겁게 달궜다. 영화, 드라마, 책, 노래 심지어 밈(meme)까지 한 해 ‘꼭’ 경험해야 했을 콘텐츠들이 즐비하게 소개됐다. 아는 내용이 나올 때마다 반가웠지만, 낯선 이름을 접할 때마다 소외감을 느낀다. 내가 얼마나 유행에 뒤처졌나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변화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발전하듯이 유행도 순식간에 변화한다. 최근 영화의 흥행 성적은 개봉 첫 주 관객 수가 결정하며 입소문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생활폐기물 관련 토론회 현장을 찾았다. 서울, 경기를 비롯해 다른 지역의 환경 관련 단체들과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였다. 인천의 관점에서 수도권매립지 정책이나 생활폐기물 처리 문제를 다룬 토론회는 많이 접했지만, 이번엔 인천으로 쓰레기를 보내는 다른 지역의 시선을 접하고 싶어 찾아간 자리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천시민 입장에서는 경악할 만한 수준의 발언들이 나왔다. 이틀 뒤인 1월1일부터 생활폐기물을 소각하거나 재활용하지 않고는 땅에 묻을 수 없는 ‘직매립 금지’ 정책이 시행되는 가운데, 새 정책에 맞춰 각 지
인천 강화·옹진군은 접경지역이자 인구감소지역이지만,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각종 정책에서 역차별을 받아온 사실은 오랜 일이다. 개인적으로 다시 이 현안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강화·옹진 ‘기회발전특구’ 2차도 배제… 인천시, 당위성 확보 대응‘이라는 기사를 쓰면서다. 기회발전특구는 대규모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재정 지원이나 규제 특례 등 각종 혜택을 지원하는 구역이다. 기사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수도권 일부(인구감소지역, 접경지역)도 지정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는 데다 강화·옹진군은
연말이 되면 프로축구의 한 해 농사가 결정된다. 1부리그인 K리그1에서 상위권 팀들은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진출을 놓고 경쟁하고, 하위권 팀들은 2부리그인 K리그2로 강등되지 않고 잔류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 상위권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하위권의 강등과 잔류를 놓고 외나무다리를 걷는 상황에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올 시즌에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3위를 기록하면서 승강 PO에 오른 부천FC 1995가 K리그1 수원FC를 꺾고 사상 첫 1부리그 승격을 이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