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수도권이라는 단어는 쓰면 안돼요.” 최근 인천의 한 경제 단체 관계자들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나온 서글픈 푸념이다. 이 말에는 단순한 농담 이상의 뼈아픈 현실이 담겨 있다. 인천의 산업 현장에서 ‘수도권’은 더 이상 기회나 풍요의 상징이 아니다. 오히려 정당한 지원을 가로막고, 위기를 외면하게 만드는 행정적 낙인이자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돼버렸다. 가장 최근 이슈로는 인천 동구 지역에 대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문제가 있다. 동구 소재 대표 철강기업인 현대제철은 설비 폐쇄와 셧다운 등의 상황을 겪었고, 동국제강
중동 전쟁 이후 기사를 보다 보면 ‘전쟁 특수’라는 표현을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특정 산업이 수혜를 입고 수요가 늘어나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설명하는 데 이보다 간결한 말도 없을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시장은 언제나 상황에 반응하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기회를 찾는다. 그럼에도 이 단어를 들을 때마다 잠깐 멈추게 된다. ‘특수’라는 말이 주는 온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기사에서 이 말을 보통 명절, BTS 같은 좋은 흐름이나 기대할 만한 상황에서 사용해왔다. 그래서인지 전쟁이라는 단어와 함께 놓였을 때 설명은
“100건이 넘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반영된 건 10건 남짓해요.” 지난 19일 ‘경기도 외국인주민 명예대사&정책홍보단 위촉식’에서 들은 한 이주민의 푸념이다. 타지키스탄 출신 보키예프 아흐로르존(33)씨는 한국에서 10년 넘게 산 이주민으로서 이주민 대표 ‘경력직’이다. 경기도 외국인주민 명예대사도 2회차로 올해 새롭게 위촉돼 2년을 더 함께 한다. 그가 푸념하듯 털어놓은 이야기는 부천으로 이사오기 전, 서울에 살던 시절 서울시에 이주민 관련 정책을 제언하던 역할로 참여했던 경험이다. 그는 “정책을 제안해도 중앙정부(법무부 등)
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을 비수도권으로 분산하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의 용역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특정 기관을 반드시 유치하겠다며 사생결단의 자세로 나오는 지자체들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자체 간 경쟁 과열을 의식한 듯 지난 13일 충북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공공기관 이전은 (특정 지역에)집중할 계획”이라며 “한 개는 여기, 한 개는 저기 이런 식으로 공평하게 나눠놓으면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비수도권 지역에 나눠먹기식으로 기관을 분산시키면 ‘
“우리 동네?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로 없지. 뭐, 목소리가 작으니까 표가 안 된다고 생각하나.(웃음)” 최근 ‘역대 시장 선거로 본 ‘숙원 공약’’ 기획기사의 첫 편인 ‘구도심 균형발전’ 공약 취재를 하던 중 들은 이야기다. 인천 구도심 주민들은 정말 구도심 관련 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느끼는지, 구도심 활성화가 더디다고 생각하는지 알아보고자 유년 시절을 서구 구도심에서 보낸 친구에게 슬쩍 물었는데,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 기획에서는 16년 전 치러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10년) 인천시장 후보 공약들
한국 야구가 17년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선 라운드 8강에 진출했다. 호주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바늘구멍 같았던 2실점 이하, 5점차 이상 승리의 경우의 수를 뚫고 얻은 귀중한 티켓이다. 한때는 세계 최강을 달렸던 한국 야구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번번이 수모를 겪었다. 2021 도쿄올림픽에서는 6개 국가 중 4위를 기록했고,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에서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한국 야구는 리그 1천200만 관중을 돌파하고,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에 야구팬들에게서 ‘우물
집이란 무엇인가. 집이라고 하면 잠을 잘 수 있는 방, 끼니를 챙기는 부엌, 씻을 수 있는 욕실, 앉아서 쉴 수 있는 거실 등 대개 비슷한 장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세상 살이에 지친 날 무심코 “집에 가고 싶다”고 중얼거리는 것을 보면, 집은 단순히 기능적인 공간만은 아닌 듯하다. 힘들 때 돌아가 쉴 수 있는 곳, 그 곳에서만큼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고시원은 집이 될 수 있을까. 정부는 2009년 주택법에 준주택(주택에 준하는 건물) 개념을 도입하고, 고시원을 준주택 중 하나로 분류했다. 불법이던 고시원이 주
“제 이름을 찾을 수 있게 법이 바뀌면 꼭 다시 연락주세요.” 한국 국적을 회복했지만 러시아식 발음을 기준으로 한 생뚱맞은 이름을 갖게 된 사할린 동포들이 본래 이름을 찾을 수 있도록 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취재에 도움을 준 동포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모두 반가운 목소리로 “언제 내 이름을 되찾을 수 있냐”며 기뻐했다. ‘최이신옥’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최신옥 할머니도 연신 고맙다 했다. 고령으로 법원에 개명 신청하러 가기 어려워 잘못된 이름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한다. 할머니의 원래 이름은 ‘홍신옥’이다. 여성이 결혼하면
올해 초 인천 한 어민과 얘기를 나누다가 꽃게 ‘TAC’(총허용어획량)가 대폭 줄었다는 한숨 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어민들에게 TAC는 수입과 직접 연관되는 한 해 어획 활동의 한도다. 깊은 바닷속 상황에 따라 올해 할당된 TAC를 전부 채울 수도, 못 채울 수도 있지만, 매년 풍년을 기대하면서 전보다 많은 TAC를 바라는 게 어민들 마음이다. 그런데 올해 꽃게 TAC가 전년 대비 41.9% 줄었다. 일반 회사에서 매출이 10% 줄어도 현금 흐름에 치명타가 생긴다고 하는데, 잡을 수 있는 꽃게가 반토막 났으니 어민들의 소득 감소는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실시한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 전수조사에 따르면 입소자들의 평균 입소 기간은 24.3년에 달한다. 평균 연령은 44.1세이며 이 중 남성이 59.2%로 절반을 넘는다. 무전취식 등 범죄를 반복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니 교도소로 보내달라”고 말했던 이는, 24년 동안 수십차례 교도소를 드나든 46세 남성이었다. 그에게 교도소는 하나의 ‘시설’이었다. 장애가 있거나 거주지가 없는 노숙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하는 것은 법률로 규정된 국가의 책무다. 그럼에도 그는 한 시설에서 나왔을 때 또 다른 시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