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노트북] ‘가림막’이 되지 않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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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가림막’이 되지 않는 단어 지면기사

    제주에서 태어나 언론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굳힌 건 대학 때쯤이었다. ‘신문 제작 실습’이라는 수업을 듣게 되면서였다. 수업은 한 학기 동안 신문 4면을 취재해 채우는 것으로 평가하고, 1등을 하면 한 신문사 기획면에 출고 기회가 주어진다고 했다. 우리 조는 고민을 거듭하다 4개면 모두를 ‘제주어’로 바꾸기로 했다. 표준어 사용이 일상이 되면서 이른바 ‘사투리’로 불리며 소멸되어 가는 ‘지역의 말’들을 지켜낼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것’이라는 대학생의 무모한 도전이었다. 대학생 시절이 다시 떠

  • [노트북] 점자로 쓰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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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점자로 쓰인 기사 지면기사

    신문 기사를 점역본으로 만드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치가 않았다. 지난해 ‘한글점자의 날’(11월4일)을 맞아 보도한 기획시리즈 ‘손끝에 닿지 않는 훈맹정음’의 점역본을 만들어 보자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작업이었다. 막상 시작해보니 사진·표 설명, 점자 배치, 규격 등 신경 써야 하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점자를 읽을 줄 몰라서 점역이 제대로 됐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기자로서 처음 느껴보는 답답함이었다. 취재팀은 지난해 기획 시리즈를 통해 인천 강화 출신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이 창안한 한글 점자가 제

  • [노트북] 스테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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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스테인리스 지면기사

    여자도 여성혐오를 한다. 너무도 당연한 말인데 그렇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혐오는 특정 집단을 공격하겠다는 결의뿐 아니라 일상에서 ‘그럴 만하다’는 합리화를 통해서도 작동한다. 이 말은 노동 문제에도 적용된다. 노동자의 권리를 말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곧장 노동자 편에만 있다는 뜻은 아니다. 노동기사를 쓰는 기자도 당일 배송의 편리함을 누리고, 여성인권을 말하는 기자도 누군가의 돌봄노동에 기대어 산다. 가치 이슈는 손쉽게 공격받는 영역이다. 이런 모순 때문이다. 가치는 구조 속의 위치에서 드러나지만 현실에서는 선

  • [노트북] 김동연의 ‘달콤한’ 달달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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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김동연의 ‘달콤한’ 달달버스 지면기사

    민선 8기 임기 막바지를 향해가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달달버스’(달리는 곳마다 달라집니다)가 경기도 곳곳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지난 8월 평택을 시작으로 양주·남양주·수원·의정부·안양·시흥·연천·동두천·포천·가평·고양 등 12개 시·군을 찾았다. 주당 한 개꼴로 민생현장을 찾은 셈인데, 해외 출장과 국정감사 등 빡빡한 일정을 고려하면 매우 부지런한 행보다. ‘민생경제 현장투어’라는 주제 아래 의료·교통·문화·예술·안전 등 지역별 특색에 맞춘 현장에서 도민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도 열렬한 환호로 김 지사를 반기는 모습이

  • [노트북] 규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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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규제의 역설 지면기사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이 연상되는 요즘이다. 문 정부는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원칙 아래 부동산 시장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자 했다. 규제지역 확대, 다주택자 중과세, 대출 규제, 분양가상한제, 임대차3법 등 다양한 억제 카드를 꺼냈다. 규제 카드가 동원될 때마다 역설적이게도 집값은 상승했다. 공급 축소와 전세시장 불안이 이어지며 서울을 포함해 경기도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벼락거지’라는 웃지 못할 신조어가 나온 것도 이맘때다. 지난 15일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

  • [노트북] 교육부, 고교학점제 안착 위해 최선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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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교육부, 고교학점제 안착 위해 최선다해야 지면기사

    올해부터 고등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전면실시된 고교학점제가 아직도 학교 현장에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교원 단체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해 3년간 192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졸업하는 것이 고교학점제이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경기교사노동조합,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경기도 주요 교원 3단체는 올해 제도의 전면 시행 이후에도 끊임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고교학점제의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가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교학점제에서는 과목별로 40% 이상의 학업성

  • [노트북] 불편한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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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불편한 단어 지면기사

    출근길 횡단보도 앞에 선 한 남성에게 시선이 꽂혔다. 그는 손에 교통 깃발을, 상의에는 조끼를 걸쳤다. 분주히 교통 안내를 하고 있던 그의 조끼에 적힌 다섯 글자가 눈에 밟혔다. ‘녹색어머니회’ 고개를 갸웃하고 지나쳤지만 그날 이후 불편한 그 단어는 머릿속에서 빙빙 맴돌았다. 의아했다. 녹색어머니회는 초등학교 등하굣길에서 교통 지도를 하는 단체라고 한다. 아이들 안전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 안전을 지키는 활동을 당연스레 어머니의 역할로 한정짓고 있었다.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누구든 교통 지도를 할

  • [노트북] 도시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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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도시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지면기사

    신혼집을 구한 뒤 아내와 작은 논쟁이 있었다. 이사를 가면 보통 이웃집에 간단한 선물을 들고 인사를 하는데 나는 직접 초인종을 눌러 얼굴을 보며 잘 부탁드린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는 요즘 낯선 사람이 벨을 누르면 경계하기 때문에 차라리 쪽지를 붙여두고 문고리에 걸어두자고 했다. 나는 선뜻 이해되지 않았지만 결국 그렇게 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도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나도 인사를 잘 하지 않게 됐다. 몇 번 시도해봤지만 상대가 어색하게 눈을 피하거나 심지어 인사받는 줄 모르고 지나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 [노트북] 좋은 이민자 vs 나쁜 이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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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좋은 이민자 vs 나쁜 이민자 지면기사

    테슬라의 성공을 이끈 일론 머스크, ‘AI 시대의 황제’로 불리는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등 내로라하는 기업가들의 공통점은 미국이라는 둥지에 새롭게 뿌리 내린 이민자라는 점이다. 이들은 소위 ‘좋은 이민자’(good immigrant)로 불리며 이민자들의 롤모델이 된다.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세금을 잘 내고, 범죄 기록이 없으며, 모범적인 이들은 미국 사회 내에서 좋은 이민자로 분류된다. 미국에서 꾸준히 좋은 이민자들이 탄생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닦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

  • [노트북] 우리에게 필요한 치유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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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우리에게 필요한 치유의 시간 지면기사

    ‘웰빙(Well-being)’,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을 합한 단어인 ‘웰니스(Wellness)’. 지난 11일 인천 중구 ‘글라이더스 왕산’이 운영하는 ‘선셋 요트투어’를 마지막으로 ‘즐기자! 웰니스 인천 시즌2’ 기획 취재가 모두 끝났다. 이 기획은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가 발굴한 ‘인천 웰니스 관광지’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인천시민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인천 관광지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치유하기를 바라는 취지로 진행됐다. 카페 내 마련된 청음 공간에서 클래식과 함께 즐기는 커피(베토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