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직접·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검찰과 경찰 조직이 동시에 들썩이고 있다. 한 검사는 “직장이 사라지게 생겼다”고 자조 섞인 푸념을 토했고, 한 경찰은 “지금의 수사 인력으로는 결코 달갑지 않다”고 막막함을 토로했다. 70여 년간 한국 사법 체제를 지탱해 온 ‘수사하는 검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길목에서 각자의 우려들이 고개를 내민다. 이들의 걱정을 곰곰이 곱씹어보니 같은 곳에 맞닿아있었다. 수사기법, 즉 ‘노하우’를 전수해줄 인력과 체계가 사라진다는 것. 검사들은 노하우가 전해져 내려갈 물리적
폭염중대경보가 며칠째 이어지던 지난주 인천의 구도심인 제물포구 만석동 주택가를 찾았다. 오전 11시가 막 지났을 무렵 이 지역의 기온은 이미 34℃를 넘어섰다. 70대 주민 두 명이 집 앞 골목 한편에 놓인 허름한 의자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었다. 더운 날 왜 밖에 앉아 계시냐는 물음에 “전기세 무서워 살겠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낮 체감온도가 40℃까지 치솟는 유례 없는 무더위 속에서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취약계층이 선택한 방법은 ‘버티기’였다. 열기가 그나마 덜한 오전에라도 집 앞으로 나와 부채질을 하는 게 이들이 택할 수
기사 쓸거리를 찾기 위해 매일 드나드는 홈페이지 중 하나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이다. 그날의 주요 정부 부처 소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홈페이지인데, 하루 수십 건씩 쏟아지는 보도자료 제목 중 혹시라도 인천과 관련된 소식일까 싶어 주목하게 되는 키워드가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해양’이다. 인천이 우리나라 대표 해양도시 중 한 곳으로는 꼽힌다는 생각, 정확히는 개인적인 바람에서다. 지난 10일도 어김없이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료 목록을 훑는데, 눈에 띄는 보도자료가 있었다. 제목은 ‘2028년 유엔해양총회 개최
스포츠에선 오래된 격언이 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심판도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고, 선수들도 오심으로 수혜를 보든, 피해를 입든 멘탈을 잡고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엔 이 격언이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야구에서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로 스트라이크 여부를 판독하기도 하고 축구에서는 VAR(비디오판독)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K리그를 보면 이런 기술과는 달리 오심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수원삼성과 충북청주FC전에서 후반 11분 수원의 헤이스가 상대
‘텍스트힙’이라는 신조어를 알게 됐다. 외국의 10대들 사이에 SNS를 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이 ‘힙’해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새로운 매체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영상을 보는 것에 익숙해져 어딘가 낡고 희미해져 가는 것 같았던 ‘텍스트’의 존재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느낀 것이 바로 서울국제도서전이었다. 지난 6월에 열린 도서전은 5일간 15만명이 다녀갔고 개막전에 표가 매진되며 아침마다 오픈런이 생겼다. 많은 인파가 몰리고 인기 굿즈가 동나는 것은 물론 18개국 538곳의 출판사 부스와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지방노동감독관 채용에 나섰다. 도는 지난달 1일 노동직 7급 공무원 채용 공고를 낸 것을 시작으로, 총 170명 규모의 지방노동감독관을 선발해 내년 초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 막 제도 도입을 준비하는 다른 시도와 비교하면 단연코 빠른 속도다. 가장 앞선다는 것은 가장 많이 검증받는다는 것이다. 수십년 간 정부가 갖고 있던 노동감독권 일부를 처음으로 지방정부가 넘겨 받았다. 경기도는 그 시험대가 됐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업장을 가지고 있다. 경기도의 사례가 타 시도에서 참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시 한국에 와 여러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충남 아산 KTX 선로 공사 현장에서 숨진 고(故) 아웅민우씨와 함께 고국으로 돌아가는 친마이마이씨는 공항에서 배웅해 준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한국은 남편이 2인 1조 원칙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홀로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다 목숨을 잃은 나라이자, 그의 죽음을 함께 애도하고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 준 사람들이 있는 나라다. 매년 100명 넘는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일하다 사망하지만 유족 지원 체계는 미흡하다. 유족이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간절했다. 지난 6·3 지방선거 유세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목소리 높여 호소한 말이다. 그뿐만 아니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커다란 피켓을 들고 지역 주민들이 몰리는 곳곳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역을 돌며 유권자를 만났고, 한 표를 호소했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간절하게 했을까. 불확실성이었다. 후보들은 당선이라는 희망 한편에 낙선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지역과 정당, 인물에 따른 유불리는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지만, 수많은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6층서 불이 났다. 초기에 건물 동쪽에 집중됐던 불길은 7층과 건물 서쪽으로 거세게 확산했다. 인근 8개 시·도 소방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됐다. 효율적 공간 운영을 위해 물류창고 내 1개 층을 3개 층으로 나눠 빼곡히 쓰는 물류센터의 ‘메자닌 랙(Rack·선반)’ 구조가 화재를 더 키웠다. 소방관 845명과 장비 242대가 투입된 끝에 61시간 만인 지난 20일 오후 8시 겨우 큰불을 잡았다. 인근 주민들은 매캐한 연기를 피해 대피해야 했고 주변
올해 복날을 앞두고 찾은 전국 3대 개고기 시장인 성남 모란시장은 이미 ‘흑염소 시장’으로 모습을 바꿨다. 내년 2월 개식용종식법 시행을 앞두고 마지막 대목을 맞은 시장에는 아쉬움과 순응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개 사육농장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공급이 줄었고, 가격은 급등했다. 1㎏당 4만5천~5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말복 당시 2만5천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가격에 놀라 흑염소를 먹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흑염소가 보양식 시장의 주역으로 자리 잡는 것과 달리 제도적 기반은 미비하다. 지자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