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 전부터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길병원사거리에 있는 통신탑에 기다란 현수막이 걸리더니, 하루에 적어도 두 번은 통신탑 위에서 한 남자가 우뚝 서 아래를 바라본다. 내려다보는 시선 끝에는 밧줄에 바구니를 묶어 올려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전주에서 온 택시노동자 고영기씨가 지난 3월29일 택시발전법 개정안 폐기를 외치며 인천 남동구 한 통신탑에 올랐다. 그가 통신탑에 오른 지 보름을 넘긴 날 첫 인터뷰를 했다. 20m 상공 위 통신탑에서 고씨는 고개를 내밀며 기자를 찾았다. 고개를 잔뜩 올려다보며 간신히 인사를 나눴다. 고
무명배우는 오디션에서 온 힘을 다해 연기했지만 정작 캐스팅된 것은 그가 몰입을 위해 준비해 간 소품, 돌멩이였다. 최근 극장에서 정승오 감독의 영화 ‘철들 무렵’을 보다가 이 장면에서 묘한 감정이 일었다. 짜증이 났고, 동시에 좋았다. 자기 신념을 놓지 않고 버텨온 시간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사회가 인정하는 것은 대개 성공으로 귀결됐을 때다. 무명배우 정미(하윤경)의 삶이 그런가 하면, 그의 아버지 철택(기주봉)은 명문대 운동권 출신이지만 정치인도, 이름난 시민단체 대표도 되지 않았다. 그는 용접공으로 살아왔다. 실패도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주요 출입처 보도자료를 보면 대부분 AI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AI 가전=삼성전자’ 공식 굳히기에 나선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용자의 활동량 등을 감지해 실내 온도를 스스로 제어하는 에어컨, 청소 경로와 강도를 자동 조절하는 로봇청소기, 실시간으로 축구 경기 장면을 분석하고 다양한 소리를 자동 최적화해주는 TV까지. 신형 가전을 보면 감탄만 나온다. 경제부 기자로서 빠르게 변하는 AI 생태계를 글로 옮기면서, 늘 한편으로 마음 한구석이 묵직했다. AI 관련 기사를 쓰긴 하지만, 정작
민선 8기가 끝나간다. 재선을 꿈꿨던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당내 경선 문턱을 넘지 못하고 도정으로 복귀하게 됐다. 김 지사의 남은 임기는 2개월 남짓이다. 당장 이달 중순 도의회 임시회에서 정부 추경에 발맞춘 도 추경안을 처리해야 하는 등 남은 숙제가 적지 않다. 경선 탈락 후 “주어진 모든 책임을 끝까지 이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도정으로 복귀해 마지막 소임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년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민선 8기 김동연 호는 분명한 성과를 남겼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섰단 평가다. 전국 광역단체 최초 기후위성
오는 6월3일 치러지는 경기도교육감 선거가 이제 5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진보 진영 후보 4명의 단일화 과정에서 계속 잡음이 나오고 있어서다. 경기도 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경기교육혁신연대’(이하 혁신연대)라는 단일화 기구에서 박효진·성기선·안민석·유은혜 예비후보 4명 중 1명을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선출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인데, 여론조사 방식과 혁신연대의 선거 관리에 대해 후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혁신연대는 회의를 통해 여론조사 45%, 선거인단 투표 55%를 합산하
“이제 수도권이라는 단어는 쓰면 안돼요.” 최근 인천의 한 경제 단체 관계자들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나온 서글픈 푸념이다. 이 말에는 단순한 농담 이상의 뼈아픈 현실이 담겨 있다. 인천의 산업 현장에서 ‘수도권’은 더 이상 기회나 풍요의 상징이 아니다. 오히려 정당한 지원을 가로막고, 위기를 외면하게 만드는 행정적 낙인이자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돼버렸다. 가장 최근 이슈로는 인천 동구 지역에 대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문제가 있다. 동구 소재 대표 철강기업인 현대제철은 설비 폐쇄와 셧다운 등의 상황을 겪었고, 동국제강
중동 전쟁 이후 기사를 보다 보면 ‘전쟁 특수’라는 표현을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특정 산업이 수혜를 입고 수요가 늘어나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설명하는 데 이보다 간결한 말도 없을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시장은 언제나 상황에 반응하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기회를 찾는다. 그럼에도 이 단어를 들을 때마다 잠깐 멈추게 된다. ‘특수’라는 말이 주는 온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기사에서 이 말을 보통 명절, BTS 같은 좋은 흐름이나 기대할 만한 상황에서 사용해왔다. 그래서인지 전쟁이라는 단어와 함께 놓였을 때 설명은
“100건이 넘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반영된 건 10건 남짓해요.” 지난 19일 ‘경기도 외국인주민 명예대사&정책홍보단 위촉식’에서 들은 한 이주민의 푸념이다. 타지키스탄 출신 보키예프 아흐로르존(33)씨는 한국에서 10년 넘게 산 이주민으로서 이주민 대표 ‘경력직’이다. 경기도 외국인주민 명예대사도 2회차로 올해 새롭게 위촉돼 2년을 더 함께 한다. 그가 푸념하듯 털어놓은 이야기는 부천으로 이사오기 전, 서울에 살던 시절 서울시에 이주민 관련 정책을 제언하던 역할로 참여했던 경험이다. 그는 “정책을 제안해도 중앙정부(법무부 등)
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을 비수도권으로 분산하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의 용역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특정 기관을 반드시 유치하겠다며 사생결단의 자세로 나오는 지자체들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자체 간 경쟁 과열을 의식한 듯 지난 13일 충북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공공기관 이전은 (특정 지역에)집중할 계획”이라며 “한 개는 여기, 한 개는 저기 이런 식으로 공평하게 나눠놓으면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비수도권 지역에 나눠먹기식으로 기관을 분산시키면 ‘
“우리 동네?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로 없지. 뭐, 목소리가 작으니까 표가 안 된다고 생각하나.(웃음)” 최근 ‘역대 시장 선거로 본 ‘숙원 공약’’ 기획기사의 첫 편인 ‘구도심 균형발전’ 공약 취재를 하던 중 들은 이야기다. 인천 구도심 주민들은 정말 구도심 관련 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느끼는지, 구도심 활성화가 더디다고 생각하는지 알아보고자 유년 시절을 서구 구도심에서 보낸 친구에게 슬쩍 물었는데,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 기획에서는 16년 전 치러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10년) 인천시장 후보 공약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