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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수침 밀가루를 말리면서 지면기사
서화·도판 자료 배접하는 데 쓸 수침 밀가루 디지털라이징 기술과는 다른 전통 보존 기술 사계절 지나 무색무취 순수 전분 결정체 돼 어지러운 세상도 이렇게 정화되면 좋으련만 지난해 물에 담갔던 밀가루를 건져 말리고 있다. 서화나 오래된 도판 자료들을 수선하거나 배접하는 데 쓸 수침 밀가루이다. 지난해 2월에 담갔으니, 춘하추동 네 계절을 지나며 삭고 삭아 더 이상 부패할 수 없는 무색무취의 순수 전분 결정체가 되었다. 풍진 세상도 이렇게 정화되면 좋으련만! 본래는 열달을 기약하고 수침하여 연말에 건져 말리려고 했으나 이럭저럭 해를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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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작고 시시하지만 도움이 되는 지면기사
일상적인 일·사건 하나로 관계가 좌우되거나 ‘바보’가 정치 군사 리더들의 위선 실체 폭로 이 작고 시시한 힘과 인생, 얼마나 위대한가 후안무치 정치인 무너뜨리고 세상 바꿀수도 ‘작고 시시하지만 도움이 되는’은 레이먼드 카버(1938~1988)의 단편소설 ‘A small good thing’을 우리말로 바꿔본 것이다. 소설은 ‘대성당’에 수록된 작품이다. 번역자는 소설가 김연수. 그는 ‘A small good thing’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으로 번역했다. 작품을 읽어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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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정부에 실망한 일하는 노인들 지면기사
‘국민연금 소득활동 연계 감액제’ 폐지 불발 상당수 불이익 감수하고 생업전선 뛰어들어 노인 빈곤율 지난해 기준 40.4% 선진국 1위 저출생·소비침체에 고령층 근로 필요한 실정 정부가 노령연금 감액제 철폐 관련 식언(食言)을 했다. 2023년 10월 정부는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민연금 소득활동 연계 감액제’를 폐지하겠다고 큰소리쳤다.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 고령자 경제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이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이 내용이 삭제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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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이재명 재판 역시 지체되어선 안된다 지면기사
尹 대통령에 대한 탄핵 최종 선고 시기는 이재명 위증교사 2심 판결 등과도 맞물려 헌재도, 법원도 늦어지지 않게 결론 내야 차기권력 ‘민주적 정당성 확보’ 가능해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의 최종 선고의 시기는 차기 대통령선거의 가장 유력한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도 직결되어 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사건의 2심 판결 기일 또한 대선과 맞물려 있는 변수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헌재의 탄핵심리가 빨리 내려질 수 있다는 주장과 탄핵심판의 기한인 180일을 거의 채울 정도로 오래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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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한국 보수의 미뤄졌던 죽음 지면기사
韓 보수 괴멸 위기 놓여… 묘비 세워질 판 정변 막전막후·대응 보노라면 궤멸 넘어서 8년전 탄핵 앞장 尹, 대권주자 된것이 반증 ‘좀비’ 안 되려면 英 보수당같은 용기 필요 1920년대 들어 노동당이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전까지는 자유당이 보수당과 더불어 영국의 양대 정당 구도를 이뤘다. 자유주의와 사회자유주의를 이념적 바탕으로 60여 년 동안 모두 7명의 총리를 배출한 명문 정당이다. 제1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영국이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 정당이었음에도 1922년 총리직을 내어준 뒤 단 한 번도 집권에 성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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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풍선전쟁과 한국의 위기 지면기사
21세기 한반도에선 퇴행적인 공방 벌어지고 유럽선 北 러시아 파병 등 남북 현대전 위기 韓, 트럼프 재집권에 외교적 입지 위축 상황 尹 정부 이념지향적 가치외교로 타개 난항 한반도에는 기묘하고 우스꽝스러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남북한이 전단이나 쓰레기를 풍선에 매달아 상대편에 날려 보내는 풍선전쟁이다. 북한이 날려 보낸 풍선은 바람을 타고 서울 시내 곳곳으로 날아와 터지며, 용산대통령실 마당에까지 날아와 터진다. 참으로 너저분하고 퇴행적인 공방을 21세기에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오물풍선이 공중에서 터지면 생화학 물질검사를 하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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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역사와 문화의 인드라망 지면기사
깊게 파고들면 모든 것은 인다라망으로 연결 알베르 카뮈 ‘이방인’ 다른 작가 작품서 영감 배재학당-주시경-종로서적 긴밀관계 이뤄 촘촘해진 세상, 누구든 어찌 소홀히 대할까 온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인드라망은 한자로 인다라망(因陀羅網)이라고도 한다. 원뜻은 불교의 신적 존재인 인다라(Indra) 곧 제석천의 궁전 위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 그물을 뜻한다. 이 그물에는 구슬이 달려 있고 이 구슬들은 서로가 서로를 비춘다. 화엄학의 핵심 개념인 인다라망은 전 우주와 일체의 현상이 서로 하나로 연결돼 있어 항상 교류하며 융합돼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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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동북아 해외 일손 유치경쟁 지면기사
유럽·미국 등 ‘글로벌 노스’ 반이민 목소리 일손 도움없인 장기침체·고물가 극복 불가 코로나 이후 육체·가사노동 대부분 외국인 몫 이주민과의 공생, 비교우위 위한 중요 관건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7일 대선 승리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최우선 국정과제로 미국의 국경 강화와 이민자 대량 추방을 꼽았다. ‘이민자의 천국’ 캐나다에서는 일자리 감소를 내세우며 “제발 그만 오세요” 타령 중이다.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에서 반(反)이민 목소리가 더 커질 예정이다. 서구에서 이주 노동자가 절실히 필요한 시절은 끝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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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적대적 공생'과 '적대적 공멸' 지면기사
윤 대통령, 기자회견서 원론적 입장표명 그쳐 국내정치 혼란, 국제환경에서 예측불가 예고 정국, 언제까지 혼돈의 소용돌이로 갈 것인가 민심과 동떨어진 여당, 보수 앞날 암울하게해 정국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의 주요 논점은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씨의 통화 및 연락 등에 대한 윤 대통령의 납득할 수 있는 해명과 김건희 여사의 특검에 대한 입장 등이었다. 그 밖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요구했던 사항에 대해 향후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가 등이었다.윤 대통령은 특검은 위헌이고, 야당의 정치선동이며,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임기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 받아든 레임덕에 가까운 지지율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김 여사 특검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기자회견에서 12번에 걸친 사과를 하면서 자세를 낮췄지만 사과의 이유와 대상도 모호했다. 인적쇄신이나 개각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다. 시국의 엄중함과 민심의 분노의 임계점에 대한 성찰이 사과에 배어나오지 않았다. 그 반영이 특검에 대한 시각이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이유이며, 정국 반전의 모멘텀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문제는 향후 정치의 흐름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 이미 시동을 건 대통령 하야, 임기단축 전제 개헌, 정권퇴진 등을 공세적으로 강화하고 나서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곧 다가올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을 것이다.향후 정권의 변화와 쇄신은 비상한 형태로 구현되지 않으면 정권은 급전직하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 후 '휴대전화를 바꾸지 않은 걸 명태균 사태의 진앙'으로 진단한 것으로 보이는 언급을 했다. 윤 대통령의 인식이 여전히 안이하고 한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단적으로 방증하고 있다. 국정운영의 기조도 변치 않는 상태가 이어지고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 등이 반복되면 '탄핵'은 민주당이 정치적 부담을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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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디아스포라, 인천 지면기사
대규모 민족이동 기원 일컫는 '디아스포라'인천, 韓 근대이민 출발지로서 특별한 좌표 재외동포 재통합으로 미래 나아가기 위해이스라엘처럼 한국인 '귀환의 법칙' 고려를BC 598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신흥 강국인 칼데아 제국(신바빌로니아)의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유다 왕국을 공격한다. 이듬해 3월 예루살렘을 함락시킨 그는 유다의 왕과 백성들을 칼데아의 수도 바빌론으로 끌고 갔다. 이후 두 차례나 더 가해진 공격으로 수많은 유다 사람들이 또 포로가 되어 바빌론으로 향했다. 그리고 해방될 때까지 60년간 4만5천여명으로 추정되는 억류민들이 메시아를 기다렸다.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유다 백성들의 강제 이주와 억류를 역사는 '바빌론의 유수(幽囚)'라고 부른다. 오늘날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일컫는 대규모 민족이동의 기원이다.파종(播種)과 이산(離散)의 뜻을 가진 '디아스포라'가 비단 유대인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16세기 중반부터 19세기까지 자행된 노예무역을 통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으로 강제 이주하게 된 아프리카인들의 슬픈 역사가 있고, 19세기부터 동남아시아, 북미, 유럽 등지로 퍼져나가 각 지역에 차이나타운과 같은 중국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된 차이니즈 디아스포라가 존재한다. 아이리시 디아스포라는 19세기 중반의 대기근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1845년부터 7년간 이어진 최악의 기근으로 100만명의 아일랜드인이 굶어 죽거나 질병으로 사망했고, 그만큼의 생존자들이 이민선에 올라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지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어느 민족의 디아스포라인들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역사가 아닌 게 있겠냐마는 한민족의 디아스포라야말로 참으로 눈물겹다. 구한말 국운이 기운 조국을 떠나 만주로, 연해주로, 다시 중앙아시아로 내몰리며 '차오셴쭈(조선족)'와 '까레이스키(고려인)'로 모진 세월을 살아냈다. 징용과 경제적인 이유로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패전 이후에도 '자이니치(在日)'로 남아 차별과 모멸을 견뎌왔다. 해방 이후 '코메리칸(한국계 미국인)'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