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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증오와 대립의 정치가 재연되지 않으려면 지면기사
미국의 모순적 헌정제도 중에서 핵심적인 것 중의 하나가 대표의 불평등성이다. 이는 연방제란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주(state)라고 하는 연방의 구성단위로부터 충원되는 상원 의원의 수가 그 지역의 유권자 수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각 주에 배당되는 상원 의원의 수가 인구와 비례하지 않음으로써 나타나는 불평등성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즉 인구가 많은 주가 작은 단위의 주를 숫자의 힘으로 제압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고안이라는 점이다. 상원은 전국적인 수준에서 다수 지배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디자인된 것이다. 19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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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다시, 이재명의 언어 지면기사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다. 하이데거와 같은 철학자들이 언어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의 말대로라면 인간의 사고는 언어에 의해 형성된다. 언어 없이는 존재에 대해 사유할 수 없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존재가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장소다. 그래서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언어는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5년 전, ‘이재명의 언어’라는 글을 썼다. 2020년 9월 칼럼이다. 당시 이재명은 경기도지사였다. 대선을 1년6개월이나 앞뒀음에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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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달그림자와 대통령 심리학 지면기사
‘호수 위의 달 그림자’는 탄핵 정국이 남긴 말이다. 이 말은 2월4일 헌법재판소 제5차 변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남긴 말이다. 당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증언이 끝나자, 대통령은 정치인 체포나 국회의원 강제 연행을 지시한 적도 없고, 그런 일이 일어난 적도 없다고 부인하면서 국회나 사법기구가 “호수 위에 뜬 달 그림자 같은 것을 쫓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탄핵심판과 내란죄 수사 자체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수방사 요원들에게 “문을 부수고라도 본회의장에 진입하여 4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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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비정규직 교수시대 지면기사
국내 대학의 교수사회는 신분제 사회이다. 같은 직급의 전임교수라도 ‘성골’에 비유되는 정년트랙 교원과 ‘진골’ 출신 교수로 불리는 비정년트랙 교원이다. 정년트랙 교수는 일단 임용되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조교수에서 부교수, 정교수로 승진할 수 있을뿐 아니라 정년퇴직이 가능하다. 교수 채용 시 정년트랙은 비정년트랙보다 임용조건이 훨씬 까다로울 뿐 아니라 경쟁률도 매우 높으며 임용 후 대우도 훨씬 더 좋다. 교수가 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말은 정년트랙 교수를 지칭한다. 비정년 트랙 교수들은 종류가 상당히 많다. 강의전담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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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대선과 개헌 지면기사
개헌의 당위성 정치·시민사회 모두 공감 입법부 권한행사·재의요구 충돌 일상화 대선이후 개헌 일정표 제시 반드시 필요 후보들 공동합의문 발표만해도 큰 수확 대통령 선거때마다 1987 체제의 종식이 대선 공약으로 등장하곤 했지만 정작 성과는 없었다. 권력구조는 물론 어떠한 헌법 조항에 대해서도 합의되지 않았고, 정치적 수사 차원에 그쳤다. 탄핵정국에서 개헌 이슈가 제기되었지만 어차피 대통령의 탄핵이 마무리되지 않은 국면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제7공화국으로의 전환은 동력을 받을 수 없었다. 개헌이 성사되려면 우선 국민의 합의가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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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인천국제공항과 청라 지면기사
초기 명칭 ‘서울 메트로폴리탄 에어포트’ 당시 정부, 국민 공모로 ‘인천’ 논란 회피 시민 노력 최종 확정… 현재 ‘서구’ 진통 새 이름 짓기도 의견 모아 합리적 결과를 ‘서울 메트로폴리탄 에어포트(Seoul Metropolitan Airport)’. 인천국제공항이 처음 해외에 소개될 때의 이름이다. 1992년 6월16일 수도권신공항 건설 기본계획이 확정 고시된 직후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제공항 건설 사실을 대외적으로 막 알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첫 삽도 뜨기 전이다. 공항의 명칭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88올림픽’으로 전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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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헌법재판소가 파국을 막아야 한다 지면기사
헌재 재판관 지명, 3분의 2가 대통령 영향 대통령 탄핵땐 중립성 유지 어려운 구조 한국의 위기는 법률가들이 일으킨 ‘법란’ 4일 파면여부 선고… 국민 보고 판결하라 헌법재판소가 오는 4일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기일로 예고했다. 하지만 그동안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지연은 탄핵 선고를 기다리던 국민들 인내심의 임계치를 넘어서게 했다. 기일 지정도 없었고 지연의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미뤄져 왔기 때문이다. 탄핵심판은 쟁점이 명료해서 기각될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지금은 8명의 재판관들이 5대 3으로 갈라졌다는 관측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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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정치가 경제 망친다 지면기사
대학가 ‘취업 장수생’ 눈에 띄게 늘어 1인당 국민소득, 2년째 일본 앞섰지만 산업구조 고도화·노동 유연화 합작품 ‘민주주의적 자본주의가 약자 내몰아’ 요즘 대학가의 신입생 환영행사는 다채롭고 풍성하다. 글보다 동영상에 친숙한 Z세대 신입생 배려차원이나 코로나19 때 선후배 사이에 상견례도 못했던 아픈 기억 탓에 새내기들이 더 소중하고 반갑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25학번들은 선배들이 마련해준 잔칫상이 반갑지만은 않다. 졸업을 미룬 ‘취업 장수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주요 대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이면서 중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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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윤 대통령 복귀는 국익에 부합할까 지면기사
헌재 결정 승복 않으면 다음 대안은 없어 진정 헌법 수호의지 강해 계엄 선포했을까 군 동원한 국회 진입이 정당했나 생각해야 극우 논리가 악령처럼 배회… 결정 다가와 헌법재판소의 피청구인 윤석열에 대한 결정 선고가 늦어지면서 갖은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다. 탄핵의 인용, 기각만 다투다가 급기야 각하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망과 주장은 자유다. 그러나 헌재의 판단 기준은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느냐 여부와 만약 위헌·불법적이었다면 대통령직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것인가를 따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의 쟁점이 비상계엄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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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이제, 개헌의 강을 건널 때 지면기사
승자독식과 대통령 탄핵 얼룩진 6공화국 새 시작하자는 의지 있지만 총론만 무성 유정복 인천시장 제안, 각론으로서 의미 제왕적 해체와 의회 권력 견제 방식 흥미 1787년 제정된 헌법에 따라 연방제 공화국인 미합중국이 탄생한 게 1789년 4월30일의 일이다. 숱한 정치적 변화에도 단일 공화국의 연속성을 유지해 온 유일한 국가다. 이어 출범한 프랑스 공화국은 미국과 달리 3세기에 걸쳐 부침을 거듭한 끝에 오늘의 제5공화국에 이르렀다. 공화정으로선 이것저것 안 해 본 것 없는, 그야말로 ‘산전수전+공중전’의 역사다. 배경은 크게 다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