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엔 결산을 하고, 새해엔 다양한 다짐을 한다. ‘2025 연말 결산’이라는 제목의 영상들이 지난 한 주 알고리즘을 뜨겁게 달궜다. 영화, 드라마, 책, 노래 심지어 밈(meme)까지 한 해 ‘꼭’ 경험해야 했을 콘텐츠들이 즐비하게 소개됐다. 아는 내용이 나올 때마다 반가웠지만, 낯선 이름을 접할 때마다 소외감을 느낀다. 내가 얼마나 유행에 뒤처졌나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변화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발전하듯이 유행도 순식간에 변화한다. 최근 영화의 흥행 성적은 개봉 첫 주 관객 수가 결정하며 입소문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생활폐기물 관련 토론회 현장을 찾았다. 서울, 경기를 비롯해 다른 지역의 환경 관련 단체들과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였다. 인천의 관점에서 수도권매립지 정책이나 생활폐기물 처리 문제를 다룬 토론회는 많이 접했지만, 이번엔 인천으로 쓰레기를 보내는 다른 지역의 시선을 접하고 싶어 찾아간 자리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천시민 입장에서는 경악할 만한 수준의 발언들이 나왔다. 이틀 뒤인 1월1일부터 생활폐기물을 소각하거나 재활용하지 않고는 땅에 묻을 수 없는 ‘직매립 금지’ 정책이 시행되는 가운데, 새 정책에 맞춰 각 지
인천 강화·옹진군은 접경지역이자 인구감소지역이지만,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각종 정책에서 역차별을 받아온 사실은 오랜 일이다. 개인적으로 다시 이 현안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강화·옹진 ‘기회발전특구’ 2차도 배제… 인천시, 당위성 확보 대응‘이라는 기사를 쓰면서다. 기회발전특구는 대규모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재정 지원이나 규제 특례 등 각종 혜택을 지원하는 구역이다. 기사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수도권 일부(인구감소지역, 접경지역)도 지정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는 데다 강화·옹진군은
연말이 되면 프로축구의 한 해 농사가 결정된다. 1부리그인 K리그1에서 상위권 팀들은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진출을 놓고 경쟁하고, 하위권 팀들은 2부리그인 K리그2로 강등되지 않고 잔류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 상위권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하위권의 강등과 잔류를 놓고 외나무다리를 걷는 상황에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올 시즌에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3위를 기록하면서 승강 PO에 오른 부천FC 1995가 K리그1 수원FC를 꺾고 사상 첫 1부리그 승격을 이룬
과거 저널리즘 산업은 톱다운 방식이었다. 즉 저널리즘이 위에서 콘텐츠를 밑으로 전달해 한 방향으로 흘러가던 시기였다. 수십 년이 흘러 변화의 바람은 이를 바꿔놓았다. 독자들은 다양하고 새로운 정보를 원하고 언론이 그것을 제공하는 바텀업 방식이 되었다. 이런 가운데 진정한 의미의 저널리즘의 중요성은 날로 강조되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 뉴스의 접근성은 분산이 되고 신뢰 또한 떨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달도 언론에게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왔다. 갈수록 복잡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시대의 흐름 속에 언론계는 살아남을 방안
장애를 가진 학생에겐 두 명의 선생님이 필요하다.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특수교사와 학교생활을 돕는 특수교육지도사다. 혼자서는 밥을 먹을 수 없거나 화장실에 가기 어려운 학생들의 옆에는 특수교육지도사가 항상 함께 한다. 덕분에 학생들은 학교에 무사히 적응할 수 있지만, 지도사들의 학교생활은 무사하지 못하다. “학교 안에서 다치는 일도 있다더라”는 질문에 지도사들은 “일주일에 너댓번은 이런 상처가 생긴다”며 웃어보였다.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와 달리 사진 속 상처들은 미간이 찌푸려지게 만들었다. 팔 전체에는 검붉은 색 피멍이 들어 있
흔히 말하는 ‘덕질 DNA’가 없는 나는 수많은 K-팝 팬들을 친구로 두고도 진득하게 아이돌을 좋아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팬들이 얼마나 아이돌을 사랑하는지 알게 된 경험이 있는데, 바로 친구에게 응원봉을 선물해주었을 때다. 당시 ‘비스트’를 좋아했던 친구는 내가 준 응원봉을 투명 케이지에 담아 자신의 방에 가장 좋은 자리에 두었다. 누구도 그 응원봉을 꺼내 만져볼 수 없었다. 사랑하는 아이돌의 무대를 보러 갈 때만 꺼낼 수 있는, 그야말로 친구에겐 ‘보물’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겨울, 윤석열 전 대통령 퇴진 집회에는 정말 많은
겨울 한파보다 더 매서운 냉기류가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사이에 흐르고 있다. 2026년도 본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는데, 사상 두번째 ‘준예산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성희롱 발언 혐의로 기소된 의회운영위원장의 행정사무감사 사회권 문제를 둘러싼 ‘양우식 사태’로 시작된 파열음은 경기도민의 살림살이를 결정짓는 예산 심의까지 집어삼킬 태세다. 지방자치법은 광역의회가 회계연도 시작 15일 전, 즉 12월16일까지 다음해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못 박았다. 이는 법이 정한 ‘대원칙’이다. 그러나 경기도의회에서 이
수능 고사장 취재에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긴장감이 역력한 학생들의 표정을 마주하면 선뜻 말을 붙이기 어렵다. 수능이라는 무게를 생각하면 발걸음을 멈춰 세우기는 더욱 쉽지 않다. 취재에 응해준 학생들에게는 응원의 마음을 담아 질문을 건넨다. 진학을 희망하는 학과가 어딘지, 수능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게 있는지…. 수험생들의 이야기는 매년 11월 하루, 수백개의 기사 속에서 한 해의 기록으로 남는다. 6개월 전 만났던 고3 학생들에게는 조금 다른 질문을 건넸다. 직업계고 학생들이 주인공인 영화 ‘3학년 2학기’의 특별 상영회 자리였
제주에서 태어나 언론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굳힌 건 대학 때쯤이었다. ‘신문 제작 실습’이라는 수업을 듣게 되면서였다. 수업은 한 학기 동안 신문 4면을 취재해 채우는 것으로 평가하고, 1등을 하면 한 신문사 기획면에 출고 기회가 주어진다고 했다. 우리 조는 고민을 거듭하다 4개면 모두를 ‘제주어’로 바꾸기로 했다. 표준어 사용이 일상이 되면서 이른바 ‘사투리’로 불리며 소멸되어 가는 ‘지역의 말’들을 지켜낼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것’이라는 대학생의 무모한 도전이었다. 대학생 시절이 다시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