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노트북] 인현동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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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인현동의 기억 지면기사

    인천 토박이인 나에게 ‘인현동’은 주말마다 나들이를 떠났던 동네였다. 교회 예배를 마친 후 오갔던 동인천역 지하상가, 줄지어 있던 즉석 떡볶이 가게와 놀거리 많던 인천학생문화회관. 인현동 곳곳에서 보냈던 추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30여 년 전 그곳에서 믿기 힘든 대형 참사가 발생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인천기독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나의 어머니는 ‘인현동 화재 참사’ 발생 당시의 기억을 들려주곤 했다. 앳된 얼굴을 한 학생 수십 명이 들것에 실려 연이어 응급실로 들어왔던 장면은 큰 충격으로 남았다고 한다.

  • [노트북] 안녕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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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안녕한 여름 지면기사

    지난 한 달여간 최대 관심사는 날씨였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휴대전화 날씨 앱으로 낮 최고 기온부터 확인했다.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울까’. 집 밖을 나서기 전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했다. 한낮에 야외 취재가 있는 날에는 뜨거운 햇빛과 숨이 턱 막히는 온도가 무섭기까지 했다. ‘입추’가 지나 더위가 조금은 가셨지만 아직 부족하다. 절기에 맞춰 귀신같이 무더위가 가신다는 ‘입추매직’을 기다렸었는데, 이젠 ‘처서매직’을 간절히 기다린다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전과는 달라져버린 기후를 모두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예년보다 빠르게 찾아온

  • [노트북] “소수점 이하로 무한질주하는 원주율의 아름다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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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소수점 이하로 무한질주하는 원주율의 아름다움으로” 지면기사

    역사는 사라진 이름을 품고 있었다. ‘박승극’이라는 이름을 처음 본 건 오래전 고향집 책장에서였다. 먼지 쌓인 문학전집으로만 알던 그 이름을 최근 일제강점기 농민운동 자료 속에서 다시 마주했다. 그는 남상환과 함께 수원의 농민들을 모아 땀 흘린 대가조차 지키기 어려운 현실을 바꾸려 했다. 그러나 질서교란 명목으로 일제에 끌려가 고문과 긴 구금을 견뎌야 했다. 무죄가 나왔을 땐 이미 삶은 무너져 있었다. 해방이 찾아왔지만, 냉전과 반공의 시대는 경계 밖에 섰던 그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한 세기가 흘러도 외로운 싸움은 낯설지 않다

  • [노트북] 발작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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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발작 버튼 지면기사

    “남들 다 하는 결혼, 한 번쯤은 해봐야 하지 않겠어?”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본가에 갈 때마다 들었던 말이다. 외동인 자식이 부모 사후에 외롭지는 않을까 걱정 어린 마음에 꺼냈던 말이었을 테지만, 내게 결혼이란 단어는 ‘발작 버튼’이었다. 그 두 글자가 귀에 들릴 때면 “결혼 안 할 거니까 이젠 축의금 좀 그만 내세요”라는 퉁명스러운 답이 자동응답기처럼 재생됐다. 두 글자가 그렇게도 무겁게 느껴져 회피하고 싶었다. 황망하게 어머니를 먼저 보낸 후, 결혼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어머니가 영면에 드는 순간부터 납골당 안치까지 남자친

  • [노트북] 극장가 새바람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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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극장가 새바람 불까 지면기사

    “진짜 하늘이 돕는건가 싶었어요. 시작이 좋습니다.” 신작 개봉을 앞둔 배우 조정석이 영화 할인 쿠폰 발행에 대해 한 말이다. 정부에서 내수 진작을 통한 민생 회복과 영화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관람권 6천원 할인 쿠폰을 발행하면서 영화산업 관계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할인권 발매 첫날 현장 반응은 뜨거웠다. 450만장을 선착순으로 발급하면서 관련 사이트들이 먹통이 되기도 했다. 영화계는 코로나19 이후 침체기를 맞았다. 관객들의 OTT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고 산업 지형이 바뀌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에

  • [노트북] 양동산업단지는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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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양동산업단지는 ‘위로’다 지면기사

    지평막걸리가 양평을 떠났을 때 모두들 아쉬워했다. 기술도 브랜드도 있었지만 이곳엔 공간이 없었다. 규제 탓에 공장을 지을 땅조차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지평주조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화 막걸리 공장을 충남 천안에 세웠다. 만약 규제가 덜했다면, 그 거대한 생산시설이 지금쯤 양평 지평면 어딘가에 들어설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양평은 오랫동안 중첩된 규제에 시달려왔다. 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지역,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어디 하나 비켜갈 곳 없이 규제지도로 덮인 군 전

  • [노트북] 승계의 늪에 빠진 인천 산업단지,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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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승계의 늪에 빠진 인천 산업단지, 살려야 한다 지면기사

    최근 주말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한 작품이 있다. 3대가 대를 이은 90년 전통 가족 기업(양조장)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회차 초반, 갑작스런 대표의 부재로 해당 기업은 잔존 위기를 맞는다. 대표의 가족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가업을 물려받는 걸 주저한다. 사업에 관심이 없어 가업 승계를 거부하거나, 명문 사립대학의 교수로 임용될 정도로 능력이 뛰어나거나, 본인의 본업을 놓고싶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기업은 결국 폐업 직전의 상황까지 몰린다. 결국 드라마 주인공인 대표의 아내가 남편의 뜻을

  • [노트북]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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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가고 있는가 지면기사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흔히 정교 분리의 문맥에서 인용되는 이 성경 구절은 사실 ‘책임과 귀속은 분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올해 초 무관할 차량등록제의 구조적 문제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이기도 하다. 무관할 차량등록제 시행 15년, 차량등록은 어디서나 가능해졌지만 등록 업무가 집중된 지자체에는 정작 세금이 남지 않는다. 수원, 인천, 안산, 창원, 전주 등 업무가 몰리는 지역들은 비슷한 행정 부담을 반복해 겪고 있다. 징수 행정은 특정 지역이 담당하고 세수는 전혀 다

  • [노트북] LA 도심 속 방치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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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LA 도심 속 방치된 거리 지면기사

    미국 LA 방문시 무조건 피해가야 할 거리이자 LA 관광 주의사항 중 하나로 꼽히는 ‘스키드 로우’를 내 눈으로 목도한 후기는 씁쓸 그 자체였다. 차 안에서 거리를 가로지르는데도 코끝을 찌르는 대마초 냄새, 그 근방에 주저앉아 주사기를 신체 어느 한 곳에 스스로 찔러 넣는 이들과 약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들, 어둑해질수록 하나둘 텐트 밖으로 나와 좀비처럼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 중 백인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스키드 로우는 LA 다운타운 도심에서 코너 하나만 돌면 나오는 빈민가 거리다. 50블록 규모 정도 도로

  • [노트북] 인생은 시간이 아닌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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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인생은 시간이 아닌 방향 지면기사

    “저는 항상 될 거라고 믿었어요. 단지 시간의 문제였죠.” 포뮬러 원(F1) 데뷔 15년 차인 독일 드라이버 니코 휠켄베르크. ‘꾸준함’이 큰 강점인 그는 3위 이상의 성적으로 시상대에서 트로피를 받는 ‘포디움’에 한번 오르지 못했다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붙었다. 지난 7일 경기에서 3위의 성적으로 239번의 경주, 5천593일 만에 포디움에 오른 그는 “언빌리버블”이라는 감탄 대신 묵묵히 “해냈다”는 소감을 연거푸 내뱉었다. 현재 최하위권 팀에 소속돼 말 그대로 기적이 일어나야 목표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지만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