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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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FC안양의 K리그1 승격을 기원하며 지면기사
2024시즌 프로축구 K리그2 FC안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1일 기준 K리그2(2부리그)에서 24경기를 치러 승점 46(14승 4무 6패)을 기록해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2위 전남 드래곤즈가 승점 42(12승 6무 7패)를 기록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고 수원 삼성이 승점 40(11승 7무 7패)으로 3위에 자리하며 FC안양의 자리를 노리는 상황이다.FC안양은 이제 리그에서 12경기를 남겨뒀다. 프로축구 세계의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두 달 정도만 잘 버텨 우승하면 역사적인 첫 K리그1(1부리그) 승격을 이루게 된다. FC안양은 지난 2022년 수원 삼성과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패하며 K리그1 승격의 문턱에서 좌절감을 맛본 적이 있다. 이번에는 프로축구 최상위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기대감을 높인다.FC안양의 선전은 한 구단의 K리그1 승격 도전기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로 시민구단도 K리그 무대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구단인 FC안양의 구단 운영비 대부분은 안양시가 지원한다. 그렇다 보니 기업구단들에 비해 공격적인 투자가 쉽지 않다. 실력 있는 선수를 영입하려면 많은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우수 선수 영입이 곧 좋은 성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FC안양은 기업구단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그렇기에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올 시즌 K리그2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FC안양의 질주는 대단한 것이다.여기에 FC안양 구단주인 최대호 안양시장의 구단에 대한 높은 애정도 현재 팀의 상승세에 한몫한다. '축구광'인 최 시장은 FC안양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최 시장은 시즌 초에 열리는 FC안양의 해외 전지 훈련장을 직접 찾는다. 또 홈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그의 모습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축구계에서는 최 시장의 FC안양에 대한 관심도가 '진심'이라고 이미 오래전부터 소문이 났다.시민구단의 구단주인 해당 연고 지역 지자체장이 모두 최 시장처럼 팀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개막전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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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올 여름은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야 지면기사
"지구가 고장 났다."수많은 취재의 결론이 하나로 귀결되고 있다. 탄천 인근 아파트에 못 보던 벌레들이 갑자기 폭증한 것도, 광교산 아래 집에서 십여 년 넘게 살아온 주민이 산사태의 공포에 떨어야 하는 것도, 갑자기 불어난 오산천에 하수도가 역류해 반지하 집이 침수된 것도 전문가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기후 변화'라는 공통된 답을 내놓는다.그러고 보면 올해 여름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알던 여름이 아니다. 이전에도 이 정도 폭염과 호우는 있었지만, 두 개를 하루에 동시에 겪어 본 적은 없었다. 어릴 적 태국에 여행을 가서 신기하게 보았던 스콜이 이제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무쌍한 날씨는 단순히 우산을 챙기지 못해 갑자기 비를 맞는 찝찝함으로 그치질 않는다.기후는 사회다. 질병관리청 웹 사이트에는 매일 온열 질환자 수가 갱신된다. 지난달 많아야 하루에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온열 질환자 수는 8월이 되자 어느덧 세 자릿수로 늘었다. 경기도는 아직 여름이 한참 남았음에도 벌써 누적 환자 수가 300명을 넘어가고 있다. 불과 3년 전인 2021년의 전체 누적 환자 수 기록은 깨진 지 오래다.기후는 경제다. 도내 곳곳에는 폐사한 가축과 농작물 피해 소식도 계속 들려온다. 도는 지난해 폭염 피해로 가축들이 폐사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393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지난 한 해 동안 가축 재해 보험 지급액은 366억5천500여만원에 달했다. 최근 5개년 중 최고 금액이다. 농작물 재해 보험 지급액 역시 지난해 272억6천500여만원으로 3년새 꾸준히 상승해 왔다.기후는 정치다. 지난 6일 정부는 처음으로 폭염 현장 상황관리관을 전국에 파견해 대처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지난 4월엔 총선을 앞두고 시민사회에서 거대 양당 후보들의 기후 관련 공약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결국 기후는 현실이다. 이제는 그동안 문제없이 기능하던 시설물과 매뉴얼이라도 재점검하고 보강해야 한다. 홍수 피해를 막는 제방의 높이와 강도도, 폭염에 대응하는 야외 작업 기준도 다시 살펴볼 때다. 전에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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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죽음의 동물원, 비극의 고리를 끊어라 지면기사
3월26일 성남의 한 도로에 타조 '타돌이'가 나타났다. 10차선 도로를 내달리고 차들과 나란히 터널을 통과하는 장면이 사진과 영상에 담겨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도심 속 난데없는 타조의 등장에 사람들은 신기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무사귀환을 응원했다. 다행히 타돌이는 1시간가량 질주를 마치고 생포돼 자신이 탈출했던 체험형 동물원으로 돌아갔다.6월4일 부천의 한 실내동물원을 지난 1월에 이어 6개월 만에 다시 찾았다. 이 동물원 '정글존'에 사는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의 생활환경은 나아졌을까.하지만 작은 기대는 금방 무너졌다. 반달가슴곰은 무기력한 채 같은 자리에서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정형행동'을 반복했다. 여전히 이들의 비좁은 정글을 채운 건 콘크리트 바닥과 인공 조형물뿐이었다.경인일보가 기획취재팀을 꾸려 찾은 독일, 네덜란드의 동물원은 좁은 철창 우리로 규격화된 국내 동물원의 모습과 달랐다. 무엇보다 동물복지, 종 보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눈에 띄었다.독일 뮌헨 헬라브룬 동물원은 10년 새 보유 동물 종 숫자를 750여 종에서 520종가량으로 줄였고, 네덜란드 뷔르거 동물원은 동물이 최대한 야생 환경에 맞춰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열대 우림존'의 비중을 키우고 있었다.이들은 기존 동물원의 전시 기능을 최소화해 받아들이면서도, 오늘날 동물원이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역할을 부단히 찾았다. 동물원을 향한 시민들의 애정도 남달랐다. 헬라브룬 동물원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개선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한참 뜸을 들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외려 자부심을 드러냈다. 앞서 국내 동물원에서 만난 시민들이 전시된 동물을 보고 양가감정을 갖는 것과 대조적이었다.낡고 협소한 우리에서 평생을 살거나, 탈출을 감행하고 끝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국내 동물원의 이야기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빤하지만 이는 법과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한 탓이다. 허가된 동물원만 등록 가능하도록 '동물원수족관법'이 개정됐지만 기존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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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마약 '편견'과의 전쟁 지면기사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가던 무렵 독일로 떠났다. 교환학생 신분으로 6개월 동안 독일의 한 대학교에 파견갈 기회를 얻었다. 베를린에서 기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시골 동네였다.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오는 외국인 학생이 대다수인 기숙사여서 그랬을까. 당시 코로나 규제가 조금씩 완화되고, 백신 접종자가 늘며 분위기가 풀어져서였을까. 기숙사 안에서 공공연히 대마초를 피우는 학생들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았고 심지어는 권유하는 장면까지 목격했다.처음 맡아보는, 담배와는 사뭇 다른 냄새가 대마초 향이라는 것을 알고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충격적이게도 "나도 한번 해볼까?"였다.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경험할 수 있는 사회. 이젠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구할 수 있다는 걸 알아버린 청소년들은 어느새 마약중독자가 되고, 더 값싼 마약을 찾다가 마약판매업에 발을 들인다. 십여년 전엔 대마 투약 혐의가 불거진 유명 연예인의 "마약인줄 몰랐다"는 말이 얼토당토 않았지만, 이젠 그 말이 얼추 개연성을 갖게 됐을 정도다.물론 '호기심'이 마약 투약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사회는 적어도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낸 이들이 빠져나올 통로를, 작은 구멍이라도 연결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들은 이 순간에도 끝이 안보이는 싸움을 하고 있다. 마약과의 싸움과 동시에 사회의 편견과 싸우고 있다. 그래서 섭외도 취재도 어느 하나 매끄럽지 못했다. 기자가 다가가면 움츠러들고 피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이들이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반드시 단약에 성공하리라' 하는 스스로의 다짐이자, 살기 위한 용기였을 것이다.마약중독자 자녀를 둔 엄마조차도, 처음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센터를 방문할 때 마약중독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두려웠다고 한다. 이젠 사회가 먼저 용기내 마약중독자들에게 손내밀어야 할 때다. 이들의 용기가 헛되지 않게, 사회가 마약중독자들을 똑바로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 /이영지 정치부 기자 bbangzi@kyeongin.com이영지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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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죽음에 관하여 지면기사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죽고 나서 장례식장의 풍경을 상상해봤다. 당장 오늘 죽음을 맞이했다고 가정하면 가족들과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이 장례식장을 지킬 것이다.조문객들은 술잔을 나누며 망자와의 추억을 꺼내 보거나 오랜만에 한자리에서 만난 지인과 안부를 묻기도 한다. 적어도 마지막 길만큼은 흉보거나 험담하지 않고 좋은 기억만 꺼내주길 바랄 뿐이다.여러 사람의 추억 속에 있는 망자는 아마 점차 잊혀질 것이다. 그래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선 희미한 반짝임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마지막이 평범하다고 느껴졌다. 성대한 장례는 아닐지언정 소소한 업적이라도 남겨 희미한 반짝임을 많이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얼마 전 제보를 접하고 이런 생각이 싹 바뀌었다. 지난달 21일 인천가족공원에서 영면에 든 무연고자 고(故) 송선옥(가명)씨의 마지막 길은 쓸쓸했다. 그의 마지막 길을 더욱 차갑게 만든 건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공영장례'였다.송씨의 위패 앞에는 대추, 옥춘당, 약과와 함께 배, 사과가 차려졌다. 우연히 이곳을 들른 한 시민 눈에 먼지 쌓인 대추와 옥춘당이 들어왔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유난히 반짝이는 사과와 배가 있었다. 가짜였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과일이 송씨의 마지막 길에 올라왔다.죽은 사람에게 진짜든 가짜든 무엇이 중요하겠냐마는, 텅 빈 장례실에 올라온 초라한 과일이 마음에 두고두고 걸렸다. 기사가 나간 후 해당 공영장례를 지원한 지자체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가짜 과일을 제물(祭物)로 받은 송씨 덕분에 다른 무연고자들에겐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송씨는 이렇게라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희미한 반짝임으로 남았다. 내 기억 속에서도 그렇다. 평범한 죽음이 시시하다고 생각했던 오만함이 부끄러워졌다. 어떻게 기억되느냐가 아닌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bmc0502@kyeongin.com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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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노장(老將) 그리고 베테랑(Veteran) 지면기사
"저는 이 일을 너무 사랑합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7번의 시즌 챔피언과 이전까지 103번의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한 F1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 미하엘 슈마허와 함께 역대 최고의 레이서로 꼽힌 그가 3년 간의 침묵을 깨고 지난 7일 104번째 우승을 차지하자 보이지 않던 눈물과 함께 기쁨을 호소했다.40대를 눈앞에 둔 그는 챔피언을 놓친 2021년부터 한창 어린 선수들로부터 고전하자 '이제 한물갔다'는 식의 조롱 섞인 비판까지 받았다.2014년부터 2020년까지 챔피언을 휩쓴 전성기를 지나 '은퇴'까지 거론된 그는 통상 20대가 주름잡는 F1 그랑프리 무대에서 다시 이뤄낸 값진 승리로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격언을 몸소 보여줬다.평균 연령 40세,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들의 고군분투 이야기를 담은 '최강야구'는 방영한 지 3년이 넘어가고 있는 반면 시청자들의 관심도는 지속 상승 중이다. 이달 발표된 콘텐츠 화제성 조사에서 비드라마 부문 1위에서 최강야구가 5번째 1위를 차지했다.프로만큼 완벽함은 아니지만, 불혹의 나이라는 한계를 이겨내고 이뤄내는 승리에 시민들은 더 환호했다. 오죽하면 최근 프로야구 팬들이 최강야구를 통해 입문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물간' 베테랑들의 성장 스토리가 더욱 각광받고 있다.'명퇴 부추기는 사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령, 고경력자들에 대한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 조사를 보면 명퇴 등의 비자발적 실업자 증가 폭이 50대가 27.1%로 가장 높고, 40대도 20.7%에 육박했다.이달 초 서울 시청역에서 벌어진 역주행 사고는 고령운전 문제를 넘어 '노인 혐오' 여론까지 부추기게 될 정도로 한 때 베테랑이었던 이들의 설 자리를 우리 스스로 좁히고 있다. 노장이 아직 살아있음을 느끼고, 존중해주는 사회가 앞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고건 정치부 기자 gogosing@kyeongin.com고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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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공급대란이 낳은 '생숙 사태' 지면기사
인천 송도의 한 생활형 숙박시설(이하 생숙) 입주예정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준공 허가를 받았다고 해 입주 점검을 했는데, 여전히 공사 인력과 자재가 오가는 공사판이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시설과 상가는 언제 공사가 끝날지 모르고, 주거 공간은 공기 맞추기에 급급했던 흔적이 잔뜩 드러났다.내장재가 균일하게 시공되지 못한 건 사소한 편에 속했다. 전선이 드러나 있거나 필수 소방시설인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가구도 있었다. 공사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준공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관할 지자체의 현장 점검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도 허가가 나는 제도적 허점에서 비롯됐다. 주택에 해당하는 아파트와 달리 생숙은 건축법의 적용을 받아 허가받기 수월한 탓이다.생숙은 최근 몇 년 사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장기 투숙 수요에 대비해 취사 등이 가능한 숙박시설이지만, 2017년 이후 부동산이 과열되면서 당시 정부의 주택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규제를 받지 않으니 대출을 통한 자금 마련이 수월했고,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수요가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규제 사각지대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생숙은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아파트처럼 거주할 수 있다'는 분양대행사의 안내문을 믿은 입주예정자들은 하루아침에 난감한 상황을 마주했다.생숙은 부동산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뛸 것이란 공포감은 영끌과 패닉바잉을 낳았다. 주택가격 폭등에 민심 폭발을 우려한 정치권이 제도의 문제를 외면한 책임도 있다.올 하반기 금리 인하가 나라 안팎으로 화두가 된 지금 생숙 사태가 다시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정부는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공급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자잿값 폭등과 인력난에 처한 건설 현실을 보면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다. 금리가 내리면 집값은 꿈틀거릴 테다. 그럼에도 생숙처럼 '언 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부동산 여론을 가라앉히려는 정책이 또 나와선 곤란하다. /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dal@kyeongin.com한달수 인천본사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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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조금은 더 달라질 2주기를 기대하며 지면기사
지난 18일은 지난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재직 중이던 한 교사가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시 인천뿐 아니라 전국의 교사들은 열악한 교육활동 현장에 분노하며 '교권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교육청 출입 기자로서 서이초 교사의 순직 1주기를 맞아 그동안의 변화와 남은 과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이슈추적]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교권 보호' 성과와 과제' 기사를 출고하기 전까지 3일 정도는 인천 교원단체와 교사들을 틈틈이 인터뷰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들의 공통된 답변은 '교권 보호 5법' 개정 등 변화는 분명히 있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현직 교사들로부터 여전히 열악한 교권의 현주소를 들을 수 있었지만, 지면 관계상 담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이 글로나마 일부를 풀어보고자 한다.인천시교육청 차원에서 구성된 민원대응팀의 효과는 생각보다 미미했다. 어차피 화가 잔뜩 난 학부모들은 학교로 직접 전화하거나 찾아오기 때문이다. 학교에 민원 대응 담당자를 두더라도 문제다.모든 악성 민원이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다 보니 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한 학교는 바쁜 교사들을 대신해 교감이 이 업무를 맡았는데, 교사들에게 민원이 가지 않도록 막아주려다 결국 병가를 냈다고 한다.또 교권보호위원회는 평소 교사들이 요청해도 잘 열리지 않지만, 혹시 열리더라도 일부 관리자(교장, 교감 등)들이 일이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중재하는' 분위기가 남아있다고 한다. 물론 가해 학부모 또는 학생이 아닌, 교사가 참으라는 식이다.지난 1년간 관련법 개정, 인천시교육청 '2024 교육활동보호 매뉴얼' 발간 등 변화하려는 움직임은 분명 있었다. 앞으로의 1년은 이렇게 수립된 대책들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지니도록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목소리다. 내년 서이초 교사의 순직 2주기에는 교사들이 조금은 더 보호받으며 안심하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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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당연할 것이라는 편견 지면기사
'편견 :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경기도가 올해부터 노인 돌봄사업에 전면적으로 AI(인공지능)를 도입했다. AI 상담원이 1주일에 한 번씩 독거노인에게 전화하는 AI 말벗서비스 사업을 알게 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당시 취재는 편견으로 시작됐다. '독거노인에게 일주일에 한 번 전화하는 게 어떤 효과가 있을까, 아마도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으로 취재에 착수했지만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일주일에 한 번 오는 안부 전화가 적정하다는 어르신들의 의견도 있었고, 사업의 기반이 되는 네이버 클로버 측에서도 주 1회가 적절하다는 의견이었다. 결국 AI 말벗서비스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올해 운영 두 달만에 사업 목표량인 5천만명을 달성했다. AI 상담원이 위기 징후를 감지해 복지서비스를 연계한 사례도 다수다.지난 6월 다시 AI 말벗서비스를 취재할 때도 편견이 작용했다. 독거노인이면 홀로 지내기 때문에 적적할 것이라는 편견, 이로 인해 말동무가 필요할 것이라는 편견이었다. 편견은 또 뒤집혔다. 말벗서비스를 활발히 이용하는 공모(78)씨는 "혼자 지내는 삶이 즐겁다. 나름대로 드라마도 보고, 책을 읽기도 하고 USB에 좋아하는 영상들을 담아서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며 "적적해서 AI 안부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공공서비스에 대한 책임감으로 전화를 받는다"고 말했다.취재를 하면서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하면 막막함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런 질문의 대부분은 확신이 아닌 의심에서 시작된 편견이었다. 기자를 준비하며 종종 읽었던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펼쳐봤다. '기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편견의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편견은 특정 계층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기도 하고 정책의 확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자를 준비하며 편견을 경계해야 한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의 다짐을 돌이켜 본다. /이영선 정치부 기자 zero@kyeongin.com이영선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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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유적부심' 지면기사
문화유산이 사람들과 공존하며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김포 신안리 신석기유적 취재에서도 여전했다. 경기도는 특히 개발 이슈가 많은 곳이기에 문화유산이 발굴됐을 때 재산권 등 분쟁의 여지가 적잖이 발생한다. 취재 현장에서도 여러 갈등과 문제로 인해 땅에 묻혀야만 했던, 또는 훼손될 수밖에 없었던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그런 지점에서 김포시가 해당 유적의 땅을 상당 부분 매입해 놓은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적어도 이 유적이 이대로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주변에 덕포진이라는 유적이 있었던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번 발굴 자체가 덕포진 유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는데, 주변에서 유적의 존재를 인식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신안리 신석기 유적을 세상에 알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온전한 신석기유적, 그것도 무더기로 발견된 집터와 유물은 우리나라의 신석기시대를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되는 것은 물론 기원전 3천700~3천400년에 존재했던 땅의 모습을 오늘날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단 10㎡의 땅도 유적지로 지정하기 쉽지 않은 오늘날에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는 땅이 현상적으로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사회적 자산"이라는 이야기는 더 와닿은 이유다. 언젠가 이러한 곳들을 둘러싼 아파트 단지가 생긴다 해도 오롯이 남아있는 이 땅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후손들에게까지 이어질 것이다.사실 눈에 보이는 어떠한 형태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땅 아래를 깊이 들여다봐야 찾을 수 있는 유적은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유적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며 그 가치와 의미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는 여전한 숙제이다. 유적의 활용을 두고 김포시의 담당 학예연구사는 '유적부심'에 대해 말했다. 내가 사는 곳에 문화유산이 있어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문화유산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 그 바람이 하나의 단단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구민주 문화체육부 기자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