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선 문화체육부 기자
이영선 문화체육부 기자

“만약 그 순간이 온다면, 그때가 네가 배구에 빠지는 순간이다.”

배구를 소재로 한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하이큐’의 명대사 중 하나다. 스파이크 하나, 블로킹 하나의 짜릿함때문에 배구에 빠진다는 의미다. 짧으면 30초 만에 끝나는 배구 랠리의 짜릿함은 그 어떤 스포츠보다 강렬하다.

문성민·김연경. 한국 프로배구의 주역이었던 두 레전드가 올 시즌을 끝으로 배구 코트를 떠난다. 두 선수 모두 은퇴 시즌에 팀이 우승하면서 챔피언이자 구단 최초 영구결번 선수로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마치게 됐다.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의 최고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국내 V리그에서 뛴 15시즌 전부 현대캐피탈 소속이었다.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에 몸담는 동안 3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고 2015~2016, 2016~2017시즌 정규리그 MVP로 뽑혔다. 그가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2016~2017시즌엔 챔프전 MVP가 되기도 했다.

김연경도 2005~2006시즌 1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 국내 V리그에서 뛰는 동안 흥국생명에만 몸담았다. 그녀는 데뷔 시즌부터 신인상, 득점상, 공격상, 서브상, 정규리그·챔프전 MVP 등 6관왕에 오르며 전설을 예고했다. 이에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팀에 있는 동안 정규리그 우승 3회, 챔프전 우승 3회, 통합우승 2회의 금자탑을 쌓았다.

문성민은 챔프전에서 코치 역할을 자처하며 팀의 중심이 됐고, 김연경은 챔프전 마지막 경기까지 에이스 활약을 보여줬다. 누군가는 앞으로 이들에 버금갈 배구선수가 나올 수 있겠냐고 의심한다. 한국 배구의 미래로 불린 두 레전드는 한국 배구의 과거가 됐고, 이제 새로운 미래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서 몸담은 두 레전드의 새로운 앞날을 응원한다. 굿바이 레전드.

/이영선 문화체육부 기자 ze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