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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자발성 지면기사
지난달, 7년째 운영 중이던 답사 모임을 해체했다. 필자와 또래이거나 그보다 위인 일곱 명의 여자들이 한 달에 한 번 서울의 볼거리를 찾아 떠나는 자리였다. 당초 10년을 이어가겠다고 생각했지만, 뜻밖의 돌부리를 만나 좌초되었다. 인생살이도 그렇지만 소모임 역시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해야만 유지될까 말까 할 정도로 위태롭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감히 말할 수 있다. 사람(마음)을 알려면 모임을 만들어보라고. 처음 모임이 시작된 것은 2019년 1월이었다. 막 고등학교를 퇴직한 교사가 방에만 박혀 있으려니 너무 답답하다며 필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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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김밥천국의 차별정책 지면기사
내 소울푸드는 야채김밥이다. 한 끼 식사를 하기는 애매하고 간식으로 때우기는 뱃속이 영 허전할 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야채김밥은 내가 제일 자주 찾는 분식집 메뉴다.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입구에 있는 연신내 김밥집은 내 단골 김밥집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세 자매가 운영하는 곳으로, 티브이에도 출연한 적 있는 맛집이다. 재료는 어디든 엇비슷하게 쌀밥에 단무지, 햄과 당근, 시금치와 우엉이 들어가는데도 김밥의 맛은 천차만별이다. 재료의 신선도 차이도 있을 테고 손맛도 한 몫할 것 같다. 어쨌든 연서시장 김밥집은 내가 이제까지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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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지루함의 가치 지면기사
추석의 긴 연휴를 좀 더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 오랜만에 넷플릭스를 켜고 영화를 고른다. 현재 가장 인기가 있는 영화 TOP 10이 제일 먼저 보이고 내가 보았던 영화들을 고려해서 추천하는 영화목록들도 펼쳐진다. 새로 올라온 영화 드라마, 각종 영화제 수상작 등 인공지능은 다채로운 상차림으로 여러 콘텐츠를 추천한다. 하지만 쉽게 영화를 고를 수 없다. 대신 리모컨으로 영화들을 옮겨다니며 30초가량의 예고편 격인 짧은 영상을 계속 보는 것이다. 마치 뷔페에서 여러 음식들을 조금씩 맛보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 저 영화로 그리고 다시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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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안 갈래 지면기사
고작 스무 살에 첫사랑을 했는데, 그 애와 나는 멀리 살아서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번쯤 만났다. 만나거나 헤어지는 건 언제나 기차역에서였다. 플랫폼에 서서 기차가 들어오기를 고개 빼꼼히 내밀고 쳐다보거나, 행여 제때 내리지 못할까 봐 이르게 기차 연결 칸에 서서 종종걸음을 쳤다. 만나서 무얼 했는지는 이제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만나자마자 헤어질 생각에 벌써 슬펐을 테고, 내 첫사랑은 그래서 늘 징징대는 연애였을 거다. 막차 시간이 되면 내가 떠나는 쪽이든, 배웅하는 쪽이든 안 가겠다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그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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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미래의 여름을 향해 흔드는 작은 깃발 지면기사
작년에 갔던 베트남 꾸이년에 다시 가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여름의 기억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긴 해변을 가지고 있는 이 도시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따뜻하다. 외국인보다 자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오는 곳이고, 특히 9월2일 독립기념일 즈음에는 인파가 절정을 이루는 것 같다. 작년에도 일을 잔뜩 끼고 갔는데 단편소설 하나, 장편소설 교정보기, 칼럼 쓰기 등 하려던 일을 모두 수월하게 해내고 왔다. 올해도 비슷한 보따리를 꾸린다. 단편소설 하나, 네 번째 창작집 교정보기, 칼럼 쓰기 말이다. 베트남 카공족과 여행객 모드를 반반 섞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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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내 마음속의 자화상 지면기사
“촌스럽지만 오히려 도도하게 보이고, 편협해 보이지만 감쌀 줄 알며, 게으르고 산만한 듯하지만 오히려 참된 모습에 가깝다네. 네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세상과 동떨어진 케케묵은 사람이라고 말하겠지.” 보면 볼수록 머릿속에 잔상이 남게 되는 어떤 그림이 있다. 이 그림에는 다리 위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그의 곤두선 신경세포를 상징하듯 주변은 어둡고 탁한 붉은색과 푸른색이 만들어낸 어지러운 선율이 가득하다. 그렇다. 이 그림은 ‘절규’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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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지금, 주변 풍경 지면기사
차를 탈 수도 안 탈 수도 없는 애매한 지점에 살고 있어 걷는 일이 빈번하다. 출퇴근도 마찬가지다. 사무실까지의 거리가 2㎞ 정도여서 5년 전부터 그냥 걸어다닌다. 그러다보니 차로 휙휙 지나칠 때는 몰랐던 주변의 많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아파트를 막 나오면 어린이공원이 나타난다. 놀이기구가 설치돼 있어 현장학습을 오는 유치원 아이들부터 방과 후의 청소년들까지 왁자지껄 놀다 가는 곳이다. 노인들이 많아 아이들의 자취는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길 건너편에는 자그마한 연못이 있는데 지금 한창 예쁜 색깔의 수련이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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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파리의 미용사가 되고 싶다 지면기사
친구가 파리에 산다. 중학교 동창인데, 유학한 이국에서 반려자를 만나 결혼했다. 여름마다 가족과 함께 고국으로 휴가를 와서 파리 생활을 들려준다. 친구에게서 파리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깜짝 놀란다. 내가 상상한 파리와 너무 달라서. 파리는 예술과 패션의 도시 아닌가? 언젠가 멋스럽게 차려입었을 때 파리지앵 같다는 칭찬을 듣고 우쭐해진 적이 있었다. 이십 대에 내 영웅은 고흐였다. 고흐가 그린, 꼬불꼬불하고 울퉁불퉁하고 뜨거운 세계를 사랑했고, 고흐가 사는 도시라서 또 파리가 좋았다. 그런데 친구의 파리는 내 상상 속 파리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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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여름에 기억해야 할 것들 지면기사
여름을 좋아한다. 애초에 타고나길 더위를 덜 타는 체질이기도 하거니와 유년기의 아름다운 순간은 대부분 여름방학이라는 마법 같은 시간과 함께였기에 여름을 안 좋아할 수가 없었다. 외할머니댁에 놀러 가 시골 평상에 누워 올려다보던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라든가 풀벌레 울음소리 가득한 논둑길을 걷던 여름 수련회의 기억, 태어나서 처음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했던 해운대 해수욕장에서의 여름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사촌 형들이 어린 동생들을 깜짝 놀래켜 주기 위해 문방구에서 사온 다양한 종류의 불꽃놀이 폭죽들도 생각난다. 불을 붙여 불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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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그때 그 여름 지면기사
종종 그림을 그린다. 디지털 드로잉을 시작한 이후로는 아무 때나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좋다. 물감이며 물통을 챙기지 않아도 되고, 그렇기 때문에 카페에서나 작업실에서나 침대에서나 언제든 그릴 수 있다. 그저 태블릿만 충전을 잘해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태블릿 속 흰 도화지 화면을 한참 쳐다보다가 무엇을 그릴지 결정했다. 노란 마룻바닥. 예전 내가 자란 집의 그 마룻바닥을 그리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80년대 풍경이다. 80년대라면 벽과 천장은 짙은 나무색이어야 한다. 나무 패널을 모양 있게 붙인 천장엔 긴 형광등 하나가 달렸다. 알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