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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목욕탕의 유바바 지면기사
요즘 목욕탕 가는 사람도 있냐는 놀림을 받으면서도 나는 종종 동네 목욕탕에 간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긴장이 풀어지는 이완의 순간을 즐긴다. 목욕탕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은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 시간. 나는 우유를 하나 사서 절반은 마시고 나머지 절반은 마사지를 한다. 요즘은 씻지 못하고 잠들 때가 있을 정도로 바쁜 시절을 보내고 있어서, 얼굴과 몸에 우유를 문지르고 있는 시간이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모처럼 힐링이 되기도 한다. 목욕탕은 지은 지 오래 되었고 관리도 소홀해 그리 깨끗하지 않다. 거울에는 얼룩이 튀어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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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자기연민과 자기확신 지면기사
먹고 살길이 막막해질 가능성이 농후하고 부귀영화와 사이가 나빠질 확률이 높아질 게 뻔하지만 시를 쓰는 것을 내 인생의 운명으로 받아들이자고 스스로 결심한 후 누군가 처음으로, 너는 무엇을 쓰고 싶냐고 물었을 때, 내 대답은 “슬픈 걸 쓰고 싶다”였다. 그 친구는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내 문학관에 대해 질문을 던진 친구였다. “맞아, 우리는 아주 슬픈 걸 쓰자.” 약속을 했다. 그리고 그 말은 하나의 기준으로 내 마음에 자리 잡았던 것 같다. 그 친구는 일찌감치 슬픈 것을 쓰기 시작했다. 가끔 발표되는 그의 글들을 읽으며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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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100년의 시간 지면기사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친척 언니의 딸 A를 오랜만에 만났다. 새침했던 고교생은 이공계 대학원에 다니는 번듯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표정이 이미 좋지 않았다. 고모할머니, 당숙 어른, 당숙모 등 도대체 무어라 불러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어른들에게 취직은 했는지, 남자친구는 있는지, 왜 여태 부모 등골을 빼먹고 있는지 한참 잔소리를 들은 후였기 때문이었다. “괜히 데려왔어. 안 그래도 스트레스 받는 애를.” 친척 언니가 뾰로통한 얼굴로 내게 귀엣말을 했다. 이젠 세월 변한 걸 알고 그런 말 좀 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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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평직으로 짠 직물처럼 지면기사
3월 내내 바빴다. 새로 맡은 강의가 있어 준비와 적응에 시간이 걸렸고 장편과 단편 둘 다 작업 중인 상태였다. 심사를 맡아 읽고 토론해야 할 원고도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그 결과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각각 다른 곳에 이동해서 일을 해야 했다. 주말 특근이라. 직장인이 아닌 다음부터 이런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다. 주말에도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서 일하고, 그 다음날도 일하다가 월요일을 맞이하는 리듬이 오랜만이어서 저절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이른바 ‘사회생활’이란 것을 하던 시기에, 그러니까 내가 작은 잡지사 기자였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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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조선을 요리하는 능란함 지면기사
엊그제, 원고를 마무리하고 OK를 냈다. 책쟁이들 말로 ‘손을 털었다.’ 이제 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물론 인쇄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래도 일단 내 손을 떠났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 책은 만드는 데 7개월이 걸렸다. 보통 책이 출간되는데 2~3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적잖은 시간이 든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원고가 잘 읽혀서 재미있게 일할 수 있었다. 예전에 두꺼운 책을 만들 때 느꼈던 그 막막함이 별로 없었다. 그때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했다. ‘두꺼운 책은 우리 같은 1인 출판사가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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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쿠팡에서 의자를 주문했다 지면기사
온라인으로 의자를 주문하고 배송날짜만 기다렸다. 오랫동안 소파를 살까 말까 고민해왔는데, 플라스틱을 먹고 떼죽음을 당한 새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떠올리고 단념했다. 스펀지가 플라스틱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결론이 좀 이상했다. 소파를 사지 않는 게 아니라 의자를 사겠다는 생각으로 변질됐다. 그냥 뭔가 사고 싶었나 보다. 온라인 샵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의자들을 보고 또 봤다. 가격을 비교하고 재질을 확인했다. 원목처럼 보이는데 합판에 나무 시트를 덧씌운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수일간의 탐색 끝에 결국에 마음에 드는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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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허기로운 삶 지면기사
출근을 하면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서로에게 묻는다. “오늘 점심은 뭐야?” 옆에 앉은 동료는 휴대폰으로 찍어둔 ‘이주의 메뉴’ 사진을 찾아 뒤적거린다. “닭갈비, 콩나물, 미역 줄기, 배추김치, 미역국이야.” 면세점으로 한차례 L카트를 끌고 출고를 다녀온 후 화물차에 롤테이너로 실려 오는 상품들을 입고하고 나면 금방 밥 먹을 시간이다. 출근을 하면 이미 배가 고프기 때문에 점심 메뉴가 가장 먼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침을 먹고 나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화물차 기사님 역시 차에서 내려 우리를 만나자마자 묻는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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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소설을 쓰는 마음 지면기사
나는 예술대학을 졸업했다. 우리 학과, 문예창작학과는 예술대학 건물 1층이었으나 북쪽을 향해 난 건물이라 늘 복도며 강의실이 어둑신했다. 전공 수업은 대개 작품 합평으로 이루어져서 선배들이며 동기들은 합평 날짜에 맞추어 작품을 쓰느라 늘 꾀죄죄한 꼴이었다. 문예창작학과 옆으로 영화과와 연극과, 그리고 서양화과와 한국화과가 있었다. 똑같은 예술대라지만 그들은 참말 달랐다. 물감 범벅이 된 앞치마를 두르고, 손톱엔 덕지덕지 물감 때가 앉았으나 그들은 언제나 해사하고 낭만적이었다. 고질고질한 문창과 남학생들이 감히 들이대지도 못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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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스무 살의 일기장 지면기사
웅크려서 글 쓰는 버릇, 집중할수록 무너지는 자세, 그렇게 쭉 살아왔으니…. 결국 오십견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통증이 심한 것은 아니나 내 오른팔은 만세를 하지 못하고, 뒷짐을 질 때마다 곡소리가 난다. 도수치료를 받은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생각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아무래도 책상을 바꿔야겠어’. 나는 결혼을 하면서 육인용 탁자 두 개를 사서 하나는 식탁으로, 하나는 책상으로 썼다. 식탁은 종종 가족과 지인들로 채울 때도 있지만 책상은 나만의 영토였다. 프린터기도 올려놓고, 책과 노트북과 독서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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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혼자만 그럴까? 지면기사
공항이 북새통이라는 명절 즈음에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었다. 그러나 여행을 6일 남겨놓고 일이 벌어졌다. 낮에도 영하권이었던 그날 따라 사무실이 유난히 추웠다. 밤늦게 작업을 끝내고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한기가 확 덮쳤다. 너무 추워 진저리가 쳐졌다. 걸어가다간 큰일 나겠다 싶어서 막 뛰었다. 혈액순환이 되면 나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숨을 헐떡이며 잠시 섰다가 다시 뛰고를 반복했다. 좀 참을 만한 상태가 되었을 때 집에 도착했다. 그래서 별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니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몸살이 들어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