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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대중(大衆)의 힘으로 지면기사
처음 가졌던 직업이 일생을 지배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습관을 보면 그렇다.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는 뒤에 출판사에 근무하면서도 기자처럼 일했다. 아침에 기사를 써놓고 낮에는 출입처 사람들을 만나서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취재도 하는 그 느슨한 방식이 몸에 배 있었기에 꼼꼼한 ‘출판 편집자’들은 나를 노는 사람 취급하며 거저 월급을 받아가는 것으로 여겼다. 평소 가까운 사람들은 내가 정치적인 발언을 하면 ‘기자의 습’을 버리지 못했다고 비난을 해댔다. 뉴스를 분별해내는 게 나의 강점일 수 있는데 그런 지적을 반복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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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엄마의 발견 지면기사
아빠가 돌아가시자, 엄마는 평수가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계획했다. 내가 열두 살 때부터 언니가 결혼하기 전까지 우리 네 식구가 사십 년 간 살아온 학익동 아파트는, 언니의 결혼과 막내딸인 나의 독립, 아빠와의 사별로 이제 쓸데없이 넓기만 한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과 영영 헤어져야 한다는 게 몹시 서운했지만, 추억 때문에 엄마더러 그 넓은 집에서 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흔한살에 혼자가 된 엄마는 씩씩했다. 장례식 때도 눈물을 보이시지 않았고, 아빠의 나무 관에 ‘그동안 수고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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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무신론자의 기도 지면기사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방송에서는 카운트 다운을 하고 사람들은 시간이 하나의 마디를 거쳐 새로운 시간으로 시작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조금은 흥분한 얼굴빛으로, 혹은 다소 쓸쓸한 표정으로 지나간 시간을 더듬고 있다. 떠오르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새해의 행복을 비는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손에 든 작은 전자기기로 수신될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기다리기도 한다. 깜짝 놀랄만한 행운이 새해에는 자신과 가족의 보금자리로 깃들기를 각자의 신에게 기도하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불행이 우리의 삶 속에 침범하지 않기를 바라며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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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크리스마스 선물 지면기사
초등 4학년인 딸은 갖고 싶은 게 별로 없다. “요즘 애들이 다 그렇지, 뭐. 원하기도 전에 엄마 아빠가 알아서 딱딱 사다 바치니 아쉬울 게 없잖아?” 사람들은 그 때문이라고 했다.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문구점에 함께 갔다가 노란색과 하늘색 지우개 두 개를 두고 무얼 고를까 하도 고민을 하기에 “둘 다 사”라고 했더니 딸은 입이 함지박만큼이나 벌어졌다. “정말? 그래도 돼?” 아이는 신이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천원짜리 지우개 두 개를 사주고 나는 퍽 너그러운 엄마 흉내를 낼 수 있었다. 그러지 말걸 그랬나.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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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출판사의 오십살 생일 지면기사
지난 12일에 ‘문학과지성사’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내가 첫 책을 낸 출판사의 행사 초대장을 받고 잠시 기분이 묘했다. ‘문지랑 나랑 동갑이잖아?’ 우리 둘 다 75년 토끼의 해에 태어났다. 내가 학교에 다니고 성년이 되고 서른이 넘어 등단하는 동안, 문지는 군사정부에 의해 폐간을 겪고 계간지의 이름을 ‘문학과 사회’로 바꾸기도 하는 등 부침을 겪으며 활발하게 많은 책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동갑’이라는 것에 마음이 끌려 기념식에 참석했다. 반세기를 회고하는 선생님들의 말씀에는 세상을 떠난 동료 문인들의 빈 자리가 또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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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겨울, 그림 속 시간의 언어 지면기사
동장군이 “나 왔소”라고 인사를 하듯 12월 첫 주부터 전국에 폭설을 뿌렸다. 하얗게 내리는 눈을 보면 사람들은 무장 해제된 듯 천진해지면서도 금세 마음이 바빠진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계절 겨울은 자연의 변화와 인간의 삶, 시간의 흐름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옛 그림을 볼 때 계절감과 시간성은 주제나 구도, 기법에 비해 그저 부차적인 표현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봄이면 살짝 핀 꽃을 그리고, 가을이면 낙엽을, 겨울이면 눈 쌓인 풍경을 그린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회화의 역사에서 계절과 시간 표현은 생각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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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숲속의 은신처, 연미산 지면기사
먼 산에 울긋불긋한 단풍이 남아있던 11월의 끝자락, 다시 충남 공주를 찾았다. 공산성이나 무령왕릉을 보려는 게 아니다. 이름하여 ‘자연미술을 찾아서’였다. 공주는 1981년부터 ‘야투’(野投)라는 자연미술가 단체가수십 년간 국제 자연미술제를 개최해오고 있는 도시인데 일반인들에게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구도심에는 제민천을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오래된 건물들이 나지막하게 들어서 있는데 그 중심에 야투를 처음 시작한 미술가 고승현씨가 운영하는 ‘자연미술관 고(ko)’가 위치해 있다. 담쟁이 넝쿨로 감싸져 지붕을 삐죽 내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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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단골이 사라진 세상 지면기사
나에게 제법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준 상실의 기억은, 스무살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까지 매주 가던 단골술집이 사라졌을 때의 일이다. 내 단골집은 지하에 있는 라이브 바였는데, 사장님이 기타연주자여서 한 잔 정도의 술값으로 라이브 공연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회사일로 늘 피곤에 찌들어 있었는데 단골술집에서 한 잔 하며 사장님이 연주해 주는 음악을 들으면 다음 한 주를 살아갈 용기가 생겼다. 술집에 들락거리기를 몇 년째, 어느 날 들어선 술집에 더 이상 사장님이 없었다. 사장님 대신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 손님을 맞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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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지면기사
얼마 전 친구로부터, 글을 쓸 때 압박감이 너무 커서 상담을 신청한 청년이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겠냐는 요청을 받았다. 친구가 내게 전한 것은, 작가가 되기 위해 문학창작을 해나가는데 있어 외로움과 고립감이 크다는 간단한 정보였지만 그 마음을 모두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 모두라고는 할 수 없을 테지만 적어도 내가 겪어본 일이기에 그 이야기가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작가라는 직업은, 겉으로 보기엔 꽤 매력적이고 행복한 일이다. 독자들의 박수 갈채를 받고 자신의 이름이 인쇄된 책을 만들 수 있다. 그건 빛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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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제이미 혹은 에밀리 지면기사
아주 오래전, 나는 혼자 사는 직장인이었고 출장도 잦았다. 일년에 삼분의 일쯤은 집을 비웠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연히 해외 뉴스에서 로봇 강아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그만 은색 로봇 강아지는 꼬리를 살랑살랑 예쁘게도 흔들며 주인을 따라다니고, 재롱을 부렸으며, 당연히 사룟값도 들지 않았다. 출장 땐 건전지를 빼놓으면 되니까 강아지 호텔비가 들 일도 없었다. 나는 꽤 진지하게 고민했다. 키울까? 가격이 꽤 비쌌으나 무엇보다 좋은 건 로봇 강아지는 무지개다리를 건너지 않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일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