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막론하고 조직폭력배는 존재했다. “검계(劍契)의 이름이 나오기에 이르러 풍속이 허물어지고 세도가 무너짐이 극도에 달했다.” 조선왕조실록(순조 3년 8월 9일)은 무뢰한들의 약탈과 능범을 기록했다. 조선 중기 사회 소외계층이 모임을 조직해 원한 있는 양반과 탐관오리를 죽이고 약탈했다. 유곽이나 기생집의 진상 손님을 손봐주는 ‘왈짜’도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주먹들이 등장했다. 드라마 ‘야인시대(2002.7~2003.9)’ 김두한과 구마적이 1대 1 정면승부하는 장면으로 상징된다.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뒤에서 습격하지 않는다. 1기 낭만주먹들은 나름의 불문율이 있었단다. 광복 이후 1950~1960년대 조폭들은 정치와 결탁한다. 일명 ‘2기 정치깡패’다. 나이트클럽·카지노 등 이권을 챙기고 정치테러를 저질렀다. 정치인의 하수인으로 국민을 탄압하면서 범죄화되기 시작했다. 1970~1980년대 3기는 전국구 조폭시대로 불린다. 양은이파·서방파·OB파 등 호남 3대 조직이 부상했다. 갖가지 ‘연장’으로 잔인한 보복을 일삼으며 흉포해졌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4기 조폭은 범죄 위장 기업형으로 변했다. 슬롯머신 등 돈을 좇아 업종을 갈아탔다. 1990년대 후반부터 조폭영화가 쏟아지면서 어둠의 세계가 미화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2010년 이후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조폭들로 세대교체됐다. 온라인 금융 사기로 영역을 확장했다. 마약과 도박, 주식 리딩방 등으로 지능화하고 있다. MZ조폭들은 점조직으로 활동한다. 조직보다 돈이다. 범행을 위해 적과도 손잡는다. 범죄를 치밀하게 기획하고 기업형으로 진화했다. 조직원 포섭 방법도 달라졌다. SNS에 외제차와 명품시계를 올리고 재력을 과시한다. 이들에 현혹돼 가입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은 조폭에 DM(다이렉트메시지)을 보내기도 한다.

최근 3년간 인천의 4대 폭력 범죄단체의 조직원 9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간석식구파·주안식구파·꼴망파(신포동식구파)·부평식구파 MZ조폭들은 난투극을 벌이고 행인을 폭행했다. 로또 번호제공 사이트를 만들어 5천여명에 51억원을 가로챘다. 서민을 상대로 중고차와 가상 자산으로 15억원 규모 사기 행각도 벌였다. 현실 속 어둠의 세계는 스크린의 판타지와는 다르다. 단순히 조폭단체에 가입만 해도 중범죄자가 될 수 있다. 사회악이자 공공의 적일 뿐이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