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가 43년을 바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그의 건축철학을 돌로 빚은 공간이다. 성당에 들어서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바닥까지 물들고, 나뭇가지처럼 갈라지며 하중을 분산하는 기둥들이 압도한다. 성당 외부가 ‘돌로 지은 성경’이라면, 내부는 ‘기둥과 빛이 이루는 경이의 숲’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가우디는 자연의 구조에서 신의 설계도를 읽어냈다. 그에게 건축은 기도였을 테다. ‘신의 건축가’ 가우디의 최후는 허망했다. 미사를 마치고 거리를 걷던
청년을 지칭하는 단어들은 시대의 자화상이다. 취업도 학업도 하지 않는 ‘니트족’,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N포세대’, 부모 품을 떠나지 못하는 ‘캥거루족’. 돌아가다(return)와 캥거루족이 결합한 ‘리터루족’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부모 집으로 회귀한 ‘부메랑키즈’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치솟는 주거비와 생활비, 장기화된 경기침체는 청년들을 결국 부모의 집으로 되돌려보냈다. 사회의 ‘쓴맛’을 본 이들에게 ‘부모님의 품’이 피난처였다. 본가로 유턴한 청년들은 이제 ‘전업청년’이라 불린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
“선서! 우리는 여성 발달장애인 풋살 선수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선서합니다. 하나,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하나 된 팀으로 함께한다. 둘, 우리는 정정당당한 경기와 올바른 스포츠 정신을 실천한다. 셋,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끝까지 도전하며 스스로 성장해 나간다. 넷, 우리는 여성장애인 스포츠의 희망과 가능성을 널리 알리며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어간다.” 최근 열린 여성 발달장애인 풋살리그 ‘W.E(Woman Empowerment) 플레이 컵’ 출범식에서 울려 퍼진 선수 선서문이다
유럽에 올리브유가 있다면, 한국은 참기름이 있다. 참기름은 삼국시대부터 한결같이 사랑받아온 향미 식재료다. 조선시대 빙허각 이씨는 ‘규합총서(1809)’에 약식, 병자, 편포 등 참기름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을 소개했다. 허준의 ‘동의보감(1610)’은 참기름이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약재로 쓰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참기름은 부엌은 물론 약방과 경대에도 놓여 있던 삶의 동반자였다.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도 예로부터 ‘진유(眞油)’라 불린 참기름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봤다. K-화장품 로드숍과 함께 전통시장 골목 안 방
폭염은 교도소 담장 안에서 더 가혹하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20년을 옥에서 지낸 고(故) 신영복 선생이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여름 징역의 고통을 토로한 대목이다. 올여름도 심상치 않다. 성미 급한 열대야가 5월부터 찾아왔다. 과밀 수용이 심각한 교도소일수록 선풍기만으로 폭염을 버틸 수 있을지 고민이 깊다. 법무부가 예산 12억원을 들여 교도소에 에어컨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에 갑론을박이 뜨겁다. “시민들은 전기세가 무서워 틀지도 못하는데 감방이
에볼라(Ebola) 바이러스는 50년 전인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에볼라강에서 처음 발견됐다. 면역계를 교란하며 다발성 장기 부전과 전신성 내출혈을 유발한다.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 접촉을 통해 사람 간 전파된다. 한때 치사율이 90%에 달해 ‘죽음의 바이러스’로 불렸다. 에볼라 바이러스에는 다섯 개의 종이 있다. 가장 치명적인 자이르(Zaire)형은 2014년 서아프리카 대유행 때 1만1천300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그런데 이번 유행을 일으키는 종은 자이르형이 아닌 분디부교(Bundibugyo)형이다. 현재 에볼라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은 용도에 따라 다른 색깔의 번호판을 단다. 가장 흔한 흰색은 비사업용 일반 차량, 노란색은 영업용 택시·버스·화물자동차, 하늘색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 주황색은 덤프트럭·굴삭기 같은 영업용 중장비, 감청색은 외교 차량이다. 2024년 1월, 연두색이 더해졌다. 취득가 8천만원 이상의 법인 승용차에 부착이 의무화됐다. 법인 명의 고가 차량의 사적 유용을 사회적 시선으로 억누르겠다는 당시 윤석열 정부의 의도였다. 회삿돈으로 슈퍼카를 굴리는 사주 일가의 행태를 도로 위에 공개하겠다는 발상이었다. 출발은 제
‘영리한 소비’의 미덕은 소유보다 공유다. 비싼 값을 치르고 혼자 사용하는 대신, 나눠 쓰고 비용을 줄인다. 값을 쪼개는 이른바 ‘분철’은 아이돌 덕후들 사이에서 익숙한 구매전략이다. 여러 장의 앨범을 함께 산 뒤 각자 원하는 멤버의 포토카드와 엽서, 스티커를 나눠 갖는다. 콘서트 티케팅과 팬사인회 응모, 응원봉 공동구매까지 팬덤 소비의 영역 전반으로 확장됐다. 해외 공연 원정에서는 호텔방과 택시까지 분철할 정도다. 랜덤과 한정판으로 희소성을 부추기는 굿즈 시장에서 분철은 덕후들의 팬심이자 문화가 됐다. 덕후들의 분철은 OTT(온라
영화 ‘축제(감독 임권택·1996)’ 속 장례식장은 요란하다. 노름판이 벌어지다가 고성이 오간다. 밤이 깊어갈수록 빈소는 왁자지껄하다. 취기에 젖은 새말아재가 삼경(三更)을 아뢰니 다함께 일어서 곡소리 한다. 언뜻 보면 상가(喪家)라기보다 동네 잔칫집에 가깝다. 그러나 그 소란은 죽음을 가볍게 여긴 결과는 아니었다.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기지 않도록 밤새 곁을 지키던 공동체의 방식이었다. 삶과 죽음, 눈물과 웃음이 한 공간에 뒤섞이던 집단적 위로의 문화였다. 조문객으로 북적이던 장례식장 풍경은 빠르게 달라졌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역대 정부치고 ‘국민펀드’ 하나 없는 경우가 없다. 과거 이명박정부 녹색성장펀드부터 박근혜정부 통일펀드, 문재인정부 뉴딜펀드에 이어 윤석열정부 때는 혁신성장펀드가 있었다. 이름마다 당시 정부의 핵심 어젠다가 담겨 있다. 하지만 2009년 기세 좋게 출발했던 녹색성장펀드는 ‘MB가 가면 녹색도 간다’는 말처럼 박근혜정부가 들어서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14년 “통일은 대박” 발언 이후 탄생한 통일펀드 역시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다. 뉴딜펀드와 혁신성장펀드는 조달 금액의 절반도 투자하지 못하면서 ‘용두사미’가 됐다. 정권이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