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군고구마가 뉴욕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로 떠올랐다. 세계의 수도에서 과거 한국의 구황작물이라니 뜻밖의 조합이다. 하지만 살인적인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에 대응하는 합리적인 소비라면 수긍이 간다. 뉴요커들이 즐겨먹는 샐러드볼은 15~20달러(약 2만2천~3만원), 햄버거 콤보도 10달러(약 1만5천원)를 훌쩍 넘는다. 15~20% 팁까지 생각하면 지갑 열기가 두렵다. 반면 K군고구마는 한 개에 2~4달러(3천~6천원)로 가성비를 자랑한다. 한 개를 먹어도 든든한 슈퍼푸드는 대안 메뉴로 손색없다. 바삭하게 그을린 껍질 속
기후불안(Climate Anxiety) 시대다. ‘삼한사온(三寒四溫)’ 겨울철 리듬이 깨진 지 오래고, 기온은 난폭하게 오르내린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니 이동성 고기압이 미세먼지를 품고 한반도에 갇힌다.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미(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가 걱정이다. 시베리아 고기압의 주기가 고장 난 탓에 두 계절을 오락가락한다. ‘봄 같은 겨울’이 이어지다가 느닷없이 ‘장대한파’가 칼바람을 휘두른다. 극지방 찬 공기를 가두던 제트기류가 약해져 남하했다가 머물면서 수은주가 뚝뚝 떨어진다. 온난화가 초래한 기이한 기후
이란사회 저항의 중심에는 여성이 있다. 부패한 팔라비 왕조를 붕괴시킨 1979년 이란혁명의 선봉에 섰다. 이란혁명을 젠더혁명으로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혁명의 대가는 유독 여성에게 참혹했다. 신정체제는 이슬람 율법으로 여성의 신체와 자유를 유린했다. 왕조시대에도 미니스커트를 입던 여성들은 하루 아침에 히잡에 갇혔다. 15년 망명생활 동안 국민을 계몽해온 호메이니의 ‘카세트 테이프 혁명’은 여성을 사회에서 격리했다. 2022년 9월 마흐사 아미니라는 쿠르드족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구타당한 후 사흘
長歎一聲 先弔日本(장탄일성 선조일본·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고,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사형을 앞두고 중국 뤼순형무소에서 남긴 유묵 중 하나다. 폭 41.5㎝, 길이 135.5㎝ 명주천 위 여덟 글자는 대한독립과 동양평화를 향한 의연한 절창(絶唱)이다. 창날 같은 필치로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은 자멸을 불러올 것’이라고 준엄하게 경고한다. 침략자에 대한 증오를 초월한 선구적인 세계관을 보여준다.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은 상호 협력과 공존이 필요한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수결란에 스스로를 東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국제기구 66곳의 탈퇴 각서에 서명했다. 유엔 산하 평화, 인권, 기후, 무역 등과 관련한 31곳에서 손 떼겠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거부감을 보여온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와 ‘PC(정치적 올바름)’와 연계된 비유엔기구 35곳도 정리대상이다. 지난해 트럼프 2기 취임 직후 파리 기후변화협약과 WHO(세계보건기구) 탈퇴 선언은 복선이었다. 미국이 주도했던 ‘유엔 헌장’의 인권과 자유라는 대전제를 거부하는 역설이다. 국제기구에 지갑을 열어온 미국의 손익 계산기가 정확히 작동했다. 국제사회
프로축구 K리그 스토브리그는 뜨거웠다. 2026시즌 K1과 K2 29팀의 감독이 모두 확정됐다. ‘감독 사가’의 주인공은 단연 이정효였다. 2022년 프로감독 데뷔 원년 광주FC K2 우승 다이렉트 승격,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진출과 시민 구단 최초 8강 진출(2024~2025시즌)에 이어 2025 코리아컵 준우승 등 성적표가 화려하다. 재정적 한계가 있는 시민구단에서 디테일한 전술로 실력을 입증했다. 그는 스타플레이어도 국가대표 출신도 아니다. 자칭 ‘동수저’ 감독은 이제 ‘명장’이라 불린다. 이정효는 K1
“너 대한민국 말 못 알아들어”, “아이큐가 한자리야”,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8년 전 통화녹취가 ‘파묘’ 됐다. 바른정당 의원이던 2017년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언론 기사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턴 직원을 질책했다. 폭언에 시달린 직원은 보름 만에 그만뒀다. 이 후보자는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했지만, 엎질러진 물이다. 탄핵 반대 삭발을 강요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해 1월 국민의힘 중구·성동구을 집회에 참여한 기초의원들의 입을 통해 알려졌다. 지명 2시간 만에 ‘초고속 제명
독일 정부는 2012년 ‘추 구트 퓌르 디 톤네(쓰레기통에 넣기에는 너무 괜찮은)’ 사업을 시작했다. 아깝게 버려지는 음식물과 탄소 배출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했다. 효율적인 푸드 셰어링(음식 나눔) 실천은 ‘공정 나눔 냉장고’를 통해 이뤄졌다. 신선한 식재료와 깨끗하게 남은 음식을 넣어두면 필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미국 뉴욕에는 2020년 무료 거리 냉장고가 처음 설치됐다. 예술가들은 냉장고를 개성 있게 꾸몄고, 지역 주민들은 냉장고에 애칭까지 붙여줬다. 캐나다 토론토의 공동체 냉장고 운영 노하우는 캘거리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에는 범인과 범죄 시간, 장소를 예측하는 치안시스템 ‘프리 크라임(Pre-crime)’이 등장한다. 주인공 존 앤더튼(톰 크루즈 분)은 신분 위장을 위해 안구 이식수술까지 받는다. 사람들이 광고판을 지나가면 자동 얼굴인식으로 구매력 높은 상품 정보를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 속 상상력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지문·음성·얼굴·홍채·정맥 등 생체 인식의 영역은 놀라운 속도로 확장 중이다. 경찰은 2017년부터 ‘3D 얼굴인식 시스템’으로 범죄자를 검거하고 실종자도 찾는다. 인천공항은 2023년 여권·
덴마크 거리를 지켜온 빨간 우체통이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한다. 국영 우체국이 내년부터 편지 배달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우편제도가 탄생한 유럽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편지 발송량이 90% 이상 줄어든 탓이다. 덴마크 정부가 추진해온 ‘국가 디지털화’가 영향을 미쳤다. 402년간 이어온 우편제도는 디지털의 속도와 편리성에 추월당했다. 이미 우체통 수천개가 철거됐다. 상태가 양호한 우체통 1천개는 경매를 통해 ‘추억 수집상’들의 손에 넘겨졌다. 매겨진 가치는 개당 2천 덴마크크로네(약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