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기(利器)는 인류를 돕기 위해 존재한다. 그럼에도, 때론 불편한 적으로 돌변한다. 나의 일상을 도둑촬영하고 살포하는 도구가 된다. 집 안팎에서 기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지경이다. 해커들의 그릇된 재능 낭비에 온라인 세상이 흉흉하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러시아의 한 웹사이트가 1만7천개 IP캠(인터넷 프로토콜 카메라) 영상을 생중계해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한국 영상도 2천600개나 됐다. 거리, 주차장, 학원부터 성인 마사지업소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개됐다. 2023년엔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진료실 영상이 유출돼 논란
전국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는 여행 트렌드가 됐다. 빵덕후들의 도장깨기는 골목상권을 심폐소생하고, 노잼도시도 빵잼도시로 만들었다. 골목골목 프랜차이즈 빵집이 자리하고, 도심 외곽에는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속속 들어섰다. 하지만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은 빵덕후들을 슬프게 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올 6월 기준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138.52다. 2020년과 비교하면 38.52%나 뛰었다. 국내 양대 프랜차이즈는 올해 초 나란히 5%대 가격 인상으로 눈총을 받았다. 불황 속 소비자들은 ‘천원
스마트폰은 나의 분신(分身), 아니 신체의 일부가 됐다. 안 보이면 불안해지는 노모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 시대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곧바로 패닉이다. 용돈을 줄일지언정 통신요금 미결제는 용납할 수 없다. 온종일 영상과 콘텐츠 등 재밌는 볼거리가 쏟아진다. 자칫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어 디지털 감옥에 갇히기 쉬운 디지털 환경이다. 내년 3월 1학기부터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이 법으로 금지된다.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학생들은 수업 중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P
‘조기’(조기 퇴직), ‘명태’(명예 퇴직), ‘황태’(황당한 퇴직).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등장한 생선 시리즈 신조어다. 이후 ‘동태족’(한겨울에 명퇴한 사람), ‘알밴 명태족’(퇴직금을 두둑이 챙긴 명퇴자)이 뒤를 이었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88만원 세대(비정규직 박봉), 3포(연애·결혼·출산)·5포(3포+내집 마련·인간관계)·n포 세대는 청년을 일컫는 상징어가 됐다. 45세 정년 ‘사오정’과 56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이라는 ‘오륙도’는 2025년 오늘의 세태와도 중첩된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를 보니,
똑똑똑… “복지등기우편이 왔습니다.” 집배원은 도심 골목에서 외딴섬까지 가지 못할 곳이 없다. 지자체가 공과금 미납 등 위기 가구에 복지 안내문을 등기우편으로 보내면 집배원이 찾아간다. 주거환경과 생활실태를 살피고 집배업무용 PDA(휴대정보단말기)에 입력 후 지자체에 회신한다. 어르신의 안부를 묻고 잠깐이나마 말벗이 된다. 집배원은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역할도 한다. 특히 은행 점포가 없는 지역에서는 용돈배달 서비스도 인기다. 등기비용과 수수료만 내면 수취인에게 편지와 함께 현금 100만원까지 보낼 수 있다. 2022년 7월 시
앉아서 버는 돈이 많다.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직격하는 말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짠물 이자’, 빌릴 땐 더 높은 이자를 독촉한다. 경기 불황 탓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렸고, 은행 예금금리도 2%대로 주저앉았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예·적금 금리와 주담대 금리 그래프가 ‘X’자로 엇갈리니, 고객들은 늘 손해 보는 기분이다. 영속적 내수시장과 오랜 과점체제는 은행의 굳건한 울타리가 됐다. 가계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담대로 대출해 주고 이자를 챙기는 것은 리스크 없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전직 대통령 부인 중 최초로 구치소에 구속 수감되는 신세가 됐다. 역대 영부인들도 과거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았다. 2004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검찰 조사를 받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2009년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김 여사는 현직 영부인 신분으로도 처음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7월 검사들의 휴대폰까지 반납받아 ‘황제 조사’ 논란이 일었다.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은 건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윤옥 여사에 이어 두 번째다. 피의자 신분으로
2017년 12월 미국 캔자스주에서 총성이 울렸다. ‘아버지를 죽이고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20대 청년 앤드루 핀치를 범인으로 오인해 방아쇠를 당겼다. 사건은 온라인 게임에서 촉발됐다. 케이시 비너와 셰인 개스킬은 ‘콜 오브 듀티: WWII’ 게임을 하다가 다툼이 벌어졌다. 도발하던 개스킬은 제3자에게 엉뚱한 집주소를 알려줬고,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졌다. 무책임한 전화 한 통은 공권력을 휘둘러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다. 스와팅(Swatting·거짓 신고)은 미국 특수기동대(SWAT)에서 따온 말이다.
골목상권이 모처럼 웃었다. 지난달 21일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풀리자 돈이 돌기 시작했다. 지급된 후 일주일간 소상공인 카드 매출 증가율을 따져보니, 안경원(56.8%), 패션·의류업(28.4%), 면 요리 전문점(25.5%)에 고객이 몰렸다. 대중음식점·마트 식료품·미용 등 생활밀착 업종의 효능감은 높다. 뜻밖의 수혜 업종도 있다. 소비자의 효심이 발동했다. 부모님 드릴 건강기능식품이 불티났다. 애연가들도 소비쿠폰 찬스를 십분 활용했다. 편의점에서 ‘담배 사재기’ 풍경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흡연지원금’이라는 농담까지 나온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현 인류의 인지·언어 기능에 한참 못 미칠뿐 아니라, 도덕성을 결여하고 있다.” 세계적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는 생성형 AI 열풍을 경계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분할 수 있는 판단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생성형 AI는 학습 시점에 따라 정보가 달라지고,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습득한다. 모르는 것도 아는 척하고 그럴싸한 대답으로 사람을 속이기까지 한다. 진실과 오류를 같은 양으로 주입했을 때, 똑같은 비중으로 답하는 것은 AI 설계의 치명적 약점이다. AI디지털교과서(AIDT)는 도입부터 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