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 많이 받으세요.” 복(福)을 나누는 덕담의 민족답게 복권(福券)은 오래전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복권의 개념은 조선 후기 ‘계’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산통계(算筒契)는 계원들의 수효대로 표기한 알을 통 속에 넣고 돌려 밖으로 빠져나온 알로 당첨자를 정했다. 일정한 계전을 내고 뽑힌 계원이 다액의 할증금을 받았다. 번호표를 100명에게 나눠주고 추첨하는 방식인 ‘작백계(作百契)’도 인기였다.
해방 이후 최초의 공식 복권은 ‘올림픽 복권’이다. 1947년 대한올림픽위원회가 이듬해 열릴 제14회 런던올림픽 참가경비 마련을 위해 발행했다. 이후 해외 귀환 이재민 구호자금을 위한 후생복표(1949), 산업 부흥과 사회복지 자금 마련을 위한 애국복권(1956)도 나왔다. 정기적으로 발매된 첫 복권은 주택복권(1969~2006)으로 추첨 방식을 도입했다. “준비하시고 쏘세요.” TV 생중계로 유행어까지 생겼다. 복권 액면가는 100원, 1등 당첨금은 300만원이었다. 당시 아파트 한 채가 200만원이었으니,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내집 마련의 희망이었다.
복권시장의 최강자는 단연 ‘로또’다. 로또는 2002년 12월 등장하자마자 ‘광풍’이 불었다. 1조원이던 복권시장 판매규모는 1년 만에 4조원을 돌파했는데, 로또가 3조8천억원 규모를 차지할 정도로 불티났다. 2019년에 4조원, 2021년에는 5조원 천장을 뚫었다.
로또는 지난해 5조9천562억원으로 역대 최대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코로나19 영향 탓에 2020년부터 판매량 증가율이 주춤했지만 지난해 5.4%로 반등했다. 814만5천분의 1인 로또 1등 확률의 꿈을 품고 한 주를 버티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1등 행운의 주인공은 총 763명, 최고 당첨금은 1147회차 33억2천300여만원이었다. 반면 1등이 63명 쏟아진 1128회차는 4억2천여만원에 그쳤다. 인생 한방을 노리기엔 다소 아쉬운 액수다. 지난해 로또 구매자가 가장 많았던 주는 2월 10일 설날 추첨한 1106회차로, 1천266억원어치가 팔렸다.
복권은 ‘수학을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떼어가는 세금’이라고 불린다. 유통기한 일주일 짜리 희망인데, 불황형 상품인 로또가 많이 팔렸다는 건 그만큼 삶이 팍팍해졌다는 증거다. 우울한 로또 판매 신기록이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