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일본 나고야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냉전의 벽이 높던 시절, 어색한 장면이 발생했다. 대회 기간 중 미국 선수 글렌 코언이 중국팀 버스에 올라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선수 좡쩌둥은 수건 선물을 건네고 사진을 찍었다. 우연한 만남은 1년 뒤 미·중 ‘핑퐁 외교’로 개화했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은 세계 최강 중국을 함께 무너뜨렸다. 우승 메달을 건 현정화와 리분희는 이름이 새겨진 ‘우정반지’를 나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고 ‘평화의 아이콘
“인간에게 한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기쁘다.” 42.195㎞ 마라톤 풀코스 2시간 ‘마의 벽’을 깬 케냐 사바스티안 사웨의 우승 소감이다. 사웨는 26일(한국시간) 열린 런던 마라톤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사웨는 6주 동안 주당 평균 200㎞를 달렸단다. 1시간 59분 30초, 뛰어난 마라톤 유전자와 도전정신, 스포츠과학과 고강도 훈련이 융합한 결정체다. 한국 마라톤 역사엔 고난과 환희의 서사가 엉켜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시상대 위에 한국인 2명이 나란히 올랐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은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보유국이기에 가능한 수식이다. AI(인공지능) 열풍 속에 데이터가 산업의 혈액이라면, 메모리는 혈액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다. 이른바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초고수익 기세가 놀라울 정도다. 결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한 분기 만에 넘어섰다. SK하이닉스 역시 1분기 매출 52조5천762억원, 영업이익 37조6천102억원, 말 그대로 ‘어닝 서프라이즈’다. 전
“적게 사고, 잘 선택하고, 오래 사용하라.” 패션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말이다. 편리함과 속도를 지향하는 현대 소비의 속성을 저격했다. 부품을 못 구해서, 고쳐쓰기 귀찮아서, 수리비와 새 제품 가격이 비슷해서…. 새것의 유혹에 지갑을 여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느새 고장 난 물건에 대한 불편함은 새 제품이 주는 소유욕으로 맞교환된다. ‘지속가능성’은 구호로 남고, 실천은 번거로운 선택이 된다. 그러는 사이 자원은 더 빠르게 소모되고, 폐기물은 쌓인다. 소모적인 소비 흐름에 맞서는, 작지만 꾸준한 시도가 있다. 수원시가 운영하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열두 번째 봄이 돌아왔다. 304명의 소중한 생명이 스러지는 장면을 전 국민이 참담하게 목격했다. 국가는 부재했고, 안전망은 작동하지 않았다. 꽃 같은 아이들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에게 숨쉬는 것조차 죄책감이 됐다. 그들은 사회가 덧씌운 편견, 트라우마와 싸우며 ‘기억의 힘’으로 버티고 버텼다. 노란리본에 생채기가 나는 사이에도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도 참사, 아리셀 참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사회적 비극은 끊이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고통을 겪고 있다.
‘더 이상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노동자가 안전한 사회 만들어야’ 화성시 만세구 전곡산업단지 아리셀 참사 현장 옆 울타리, 파란 리본이 봄바람에 나부낀다. 2024년 6월 24일, 스물세명의 노동자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희생자 가운데 한국인은 5명, 중국 국적이 17명, 라오스 국적이 1명이었다. 한 개의 리튬전지에서 피어오른 연기는 순식간에 배터리 3만5천개의 연쇄 폭발로 번졌다. 손쓸 겨를도 없이 화마는 공장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다. 현장에는 리튬 화재용 특수 소화기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 법적 의무가 없는 탓이
반세기 만에 인류가 다시 달에 다가갔다. 1일 발사된 아르테미스 2호는 달 뒤편에서 촬영한 ‘지구넘이(Earthset)’ 사진을 지구로 보내왔다. 월평선(月平線) 너머로 푸른 지구가 가라앉는 장면은 경이롭고 장엄하다. 1968년 아폴로 8호가 남긴 ‘지구돋이(Earthrise)’ 사진이 연상된다. 달 주위를 돌며 관측 임무를 완수한 아르테미스 2호는 무사 귀환만을 남겨두고 있다. 10일 오후 8시 7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샌디에이고 연안 해상에 안착하게 된다. 아르테미스 2호에는 한국이 만든 K-라드큐브가 탑재됐다. 가로 36.5
가성비로도 모자라 극가성비를 추구하는 시대다. 급기야 ‘거지맵’이 인기란다. 이름부터 애잔하다. 오죽하면 이럴까 싶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앞두고 ‘거지맵’의 가성비 맛집 지도를 탐험한다. 몇천 원 차이를 찾아 골목을 누비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고물가를 견디기 위한 자구책이자 일종의 셀프 처방이다. 요즘 ‘구내식당이 최고의 복지’라는 말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거지맵’에는 저렴한 식당 정보가 촘촘히 담겨 있다. 지도 위 가격 표시를 클릭하면 식당 주소와 메뉴, 가격 정보는 물론 이용자들의 맛 평가 댓글을 확인할 수 있다.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산/그리운 만 이천봉 말은 없어도/이제야 자유만민 옷깃여미며/그 이름 다시 부를 우리 금강산…” ‘DMZ 평화의 길’ 코스 강화평화전망대에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가 서 있다. 노래를 만든 시인 한상억, 작곡가 최영섭 모두 강화 출신이다. 망향의 한을 목격했을 두 사람의 노래가 애타고 절절하다. 이곳 제적봉에서 개성까지 직선거리 18㎞, 맑은 날엔 송악산 능선이 손끝에 잡힐 듯하다. 풍경 하나하나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발걸음을 붙잡는다. 실향민들의 삶의 터전이던 대룡시장을 거닐다 보면, 평화는 관념이
거리 악사의 연주소리에 걸음이 멈출 때, 객석에서 명연주에 마음이 술렁이던 순간, 악기에 대한 동경을 품게 된다. 첼리스트 요요마는 어린 시절 파블로 카잘스의 연주를 듣고 감명을 받았고, 모차르트를 사랑한 ‘샛별’ 손열음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됐다. 부천필하모닉 계관(桂冠)지휘자 임헌정 역시 학창시절 피아노와 첼로를 접했다. 하지만, 연주자의 꿈을 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당시 비싼 레슨비와 제한된 환경 때문에 엄두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부천을 음악도시 반열에 올린 포디엄의 거장으로서, 그의 음악적 여정은 악기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