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로도 모자라 극가성비를 추구하는 시대다. 급기야 ‘거지맵’이 인기란다. 이름부터 애잔하다. 오죽하면 이럴까 싶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앞두고 ‘거지맵’의 가성비 맛집 지도를 탐험한다. 몇천 원 차이를 찾아 골목을 누비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고물가를 견디기 위한 자구책이자 일종의 셀프 처방이다. 요즘 ‘구내식당이 최고의 복지’라는 말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거지맵’에는 저렴한 식당 정보가 촘촘히 담겨 있다. 지도 위 가격 표시를 클릭하면 식당 주소와 메뉴, 가격 정보는 물론 이용자들의 맛 평가 댓글을 확인할 수 있다.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모두 지옥을 설계해 놓았다. 신을 부인하고 교리와 계율을 어긴 자들을 심판하고 가두고 고통을 가하는 장소다. 계율과 규범을 어긴 자들에 대한 최후의 심판이 없다면 종교를 믿을 이유가 없다. 천국과 지옥으로 내세의 보상과 처벌이 확실해야 현세의 신성과 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형벌들로 지옥을 묘사한 것도 이 때문일 테다. 지옥 중에서도 불교의 지옥이 가장 체계적이다. 죄 지은 자가 죽으면 먼저 시왕지옥에 끌려가 10명의 시왕들에게 차례차례 심판을 받고 죄목과 죄질에 따라 형벌을 받는다. 이 관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산/그리운 만 이천봉 말은 없어도/이제야 자유만민 옷깃여미며/그 이름 다시 부를 우리 금강산…” ‘DMZ 평화의 길’ 코스 강화평화전망대에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가 서 있다. 노래를 만든 시인 한상억, 작곡가 최영섭 모두 강화 출신이다. 망향의 한을 목격했을 두 사람의 노래가 애타고 절절하다. 이곳 제적봉에서 개성까지 직선거리 18㎞, 맑은 날엔 송악산 능선이 손끝에 잡힐 듯하다. 풍경 하나하나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발걸음을 붙잡는다. 실향민들의 삶의 터전이던 대룡시장을 거닐다 보면, 평화는 관념이
지난해 11월 7일 뇌사 판정을 받은 한 영화감독이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 앞서 10월 20일 뇌출혈로 쓰러진 고 김창민 감독이다. 만 40세 김 감독은 ‘그 누구의 딸’과 ‘구의역 3번 출구’ 등 독립영화 분야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재 보다 미래가 창창했던 한 영화인의 사망과 장기기증 보도로 사회에 잔잔한 감동이 일었고 영화계와 팬들이 추모했다. 미담으로 남을 뻔한 김 감독의 사망이 잔혹극으로 변했다. 뇌출혈은 지병이 아니라 폭행의 결과였다. 쓰러진 그날 새벽 김 감독은 아들과 함께 심야식당을 찾았다가 옆 테이블
거리 악사의 연주소리에 걸음이 멈출 때, 객석에서 명연주에 마음이 술렁이던 순간, 악기에 대한 동경을 품게 된다. 첼리스트 요요마는 어린 시절 파블로 카잘스의 연주를 듣고 감명을 받았고, 모차르트를 사랑한 ‘샛별’ 손열음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됐다. 부천필하모닉 계관(桂冠)지휘자 임헌정 역시 학창시절 피아노와 첼로를 접했다. 하지만, 연주자의 꿈을 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당시 비싼 레슨비와 제한된 환경 때문에 엄두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부천을 음악도시 반열에 올린 포디엄의 거장으로서, 그의 음악적 여정은 악기와의
책 관련 기사가 신문 1면을 장식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지난 27일자 경인일보 1면은 ‘책이 냇물처럼 흘렀다’는 표현과 함께 전날 있었던 인천 동구 배다리의 한 책방이 이사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여러 사람이 참여해 손에서 손으로 ‘인간 컨베이어’가 되어 몇 백m 떨어진 새로운 집으로 1만여 권의 책을 옮겼다는 내용이었다. 배다리 헌책방거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독립서점 나비날다책방의 이삿날 풍경이었다. 이름하여 ‘책 나르샤’ 프로젝트. 인천 배다리는 한때 서울 청계천, 부산 보수동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헌책방거리로 꼽힐 만큼
종교에 무지한 사람들이라도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를 몇가지 상식으로 이해하고 구분한다. 세 종교 모두 하느님을 유일신으로 모신 아브라함에서 기원했다.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인 세 종교의 신도들은 궁극적으로 하느님이 축복을 계약한 아브라함들의 자손들이다. 기원이 같은 세 종교가 예수의 등장으로 어긋났다. 기독교는 구약성경과 함께 신약성경으로 하느님의 독생자 예수의 신성을 믿는다.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예수의 신성을 부인하고 유일신 하느님 말씀만 믿는다. 유대교는 구약성경만 읽고, 이슬람교는 마지막 예언자 무함마드가 하느님의 말씀을 기
오늘은 제11회 서해수호의 날이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전에서 희생된 55인의 장병을 기리기 위해 2016년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바다는 여전히 평안해 보이지만, 결코 저절로 주어진 평안이 아니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놓인 일상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고 산다. 매년 돌아오는 3월 넷째 주 금요일은 묵직한 울림으로 망각을 일깨운다. “선배님, 우리 바다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날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수원 삼일공업고등학교는 올해도 어김없이 추모를 이어갔다. 55인의 영웅 가운데 고 박경수 상사는 삼
2016년 필리핀에서 발생한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주범 박왕열이 25일 강제 송환됐다. 살해된 한국인 3명은 1조원 대 금융사기범죄, IDS홀딩스 사건의 종범들이었다. 박왕열은 이들의 필리핀 은신을 지원했다. 대가로 카지노 사업자금을 빌렸다가, 투자수익금 분배를 요구받자 총기로 살해하고 이들의 범죄수익금 138억원을 챙겼다. 금융사기 혐의자들이 도피한 앙헬레스는 천사의 도시가 아니라 악마의 소굴이었다. 박왕열은 신속하게 체포됐다. 필리핀 경찰에 파견된 코리안 데스크 이지훈 경감이 곧바로 공조수사를 펼쳐 국내의 공범 김춘수를 특정
1997년 제주시 구좌읍에 풍력발전단지가 건설되자 곧바로 관광객들의 사진 명소가 됐다. 거대한 풍력발전기도 원경으로 사진에 담으면 네덜란드의 풍차처럼 낭만적인 풍경이 물씬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관광자원 효과로 전국에 풍력발전단지 건설 붐이 일었다. 제주만큼 바람이 많은, 양간지풍의 백두대간 곳곳에 풍력발전단지들이 도열했다. 삼양목장은 대관령 정상을 잇는 풍력발전기들이 펼친 장관으로 관광명소가 됐다. 하지만 풍력발전기 바로 옆에 서면 두려움이 앞설지 모른다. 구조물의 크기가 그 정도로 거대해서다. 풍향과 풍력에 따라 설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