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인쇄소의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발명된 에어컨은 인류 문명을 구원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유럽인들에게는 ‘기후를 거스르는 가전제품’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환경 도덕주의와 엄격한 기후 정책은 에어컨 설치의 장벽을 높였다. 유럽의 에어컨 보급률이 여전히 20%대에 머무는 결정적 이유다. 그러나 기록적인 폭염으로 프랑스의 자존심인 에펠탑과 루브르박물관의 문이 일찍 닫혔다. 최고 권위의 도로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마저 역사상 처음 험난한 언덕 코스 일부를 축소하기로 했다. 문명과 문화의 상징들도 대자연의 역습 앞에서는 고
광주 여고생 납치·살해 사건의 핵심 증거를 인멸한 경찰의 2차 범죄로 사회 전체가 발칵 뒤집어진 가운데 두 개의 법 개정 논쟁이 점화됐다. 하나는 형사소송법상 검찰의 보완수사권이다. 검찰이 보완수사로 밝혀낸 경찰의 추악한 독직에, 보완수사권 폐지를 강행하는 민주당이 곤경에 처했다. “경찰이 살인마의 편이냐”는 피해자 어머니의 절규에, 당과 진영 내부에서조차 보완수사권 유지 주장이 치솟고 있다. 폐지론자들은 보완수사권을 대체할 대책들을 쏟아내지만, 대체 불가능한 보완수사권의 효능에 쩔쩔맨다. 또 하나는 형법의 ‘친족 면책 특례’다.
스마트안경의 원조격은 2013년 출시된 ‘구글 글라스’다. 대놓고 사이버틱한 디자인과 낮은 배터리 효율, 1천500달러에 달하는 가격까지, 결과는 용두사미였다. 렌즈 옆으로 돌출된 디스플레이는 타인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혹시 몰래 찍고 있나?” 착용자들은 ‘글래스홀(glasshole)’이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결국 일반 판매는 2년 만에 중단됐고, ‘실패한 혁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10여 년 후, AI 스마트안경 시장에는 메타가 깃발을 꽂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등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해 메타안경을 700만개 팔아치우며,
지난 2일자 참성단 ‘배재고와 광주일고의 화해’에서 두 학교 선수들의 뜨거운 화해를, “어른들은 입닫고 기다려야 할 시간”이라 했다. 지난 6일 배재고는 광주를 찾아 사과했고, 광주일고는 용서했다. 사과의 언어는 진심이었고 정중했다. 배재고 야구부 주장은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들로 인해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광주일고 선수들과 학부모님, 광주 시민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감독과 교장도 학생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 책임을 고백하고 부끄럽다고 자책했다. 광주일고의 용서는 쉽지 않았기에 진정한 용서였다. 주장 선수는
국민가곡 ‘그리운 금강산’은 인천이 주재한 노래다. 인천 강화 출신 한상억 시인이 노랫말을 쓰고, 역시 강화 태생인 최영섭 선생이 곡을 붙였다. 가장 한국다운 가곡을 써 왔다는 평가를 받는 최영섭 선생이 지난주 타계했다.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금강산’을 하늘에서나마 늘 가까이 할 수 있게 됐다. ‘그리운 금강산’은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남북 관계 복원을 염원하는 큰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위로해 왔다. 한반도의 끊어진 허리, 그 동쪽 끝 금강산의 노래를 서쪽 끝 강화도 출신 시인과 작곡가가 힘을 합쳐 만들었다니 경이롭
도수치료 비용은 그동안 몇 만원에서 수십 만원까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었다. 환자 입장에서는 설명을 들어도 적정한 가격을 알기 어려웠고, 그 틈을 실손보험이 메웠다. 암암리에 ‘실손으로 받는 치료’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17조원 중 도수치료를 포함한 근골격계 질환 보험금은 2조6천900억원으로 15.8%를 차지했다. 암·뇌·심혈관질환 관련 보험금 2조5천500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비정상이다. 보건복지부가 치료와 소비의 경계를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이달부터 도수치료를 ‘관리급여
“경기도가 제공하는 혜택 중에는 와닿는 혜택이 없어 이용하지 않는다.” 28세 청년 한 모씨의 말이다. (경인일보 3일자 1면 ‘병역명문가 혜택을 찾아라’) 국가 지정 ‘3대 병역명문가’의 당사자인데, 경기도에서 누릴 예우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자치단체들의 상이한 명문가 혜택으로 국가가 ‘3대 병역명문가’ 명패로 기린 명예에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호국보훈의 달인 지난 6월 참전명예수당 논란이 일었다. 참전유공자에게 지급하는 전국 지자체의 명예수당이 천차만별이라서다. 6·25전쟁과 월남전 참전 유공자에게 국가가 지급하는 명예수당은
한국에는 3천390개의 섬이 있다. 유인도는 480개, 무인도는 2천910개나 된다. 섬나라라 불러도 손색없는 수치다. 한국섬진흥원의 자료를 보니, 유인섬 수는 전남이 277개로 57.71%를 차지해 압도적 1위다. 이어 경남 80개(16.67%), 인천 40개(8.33%), 충남 37개(7.71%), 전북 25개(5.21%) 순이다. 유인섬에는 81만3천475명이 살고 있지만, 섬 10곳 중 6곳은 주민이 1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섬은 바다에 둘러싸인 영토를 넘어 살아 숨쉬는 생태계의 거대한 심장이다. 동시에 섬마다 깊게 뿌리
지난달 29일 청룡기 고교야구 대회에서 큰 사달이 났다. 배재고 선수들이 광주제일고 선수들을 ‘스타벅스’와 ‘탱크데이’로 야유한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지방선거 정국과 사회가 홍역을 치렀다. 야구경기장에서 재발될 줄 몰랐을 테니, 광주일고 선수단이 받았을 충격과 상심을 가늠하기 어렵다. 배재고는 1일 교직원과 야구부 선수·학부모가 광주일고를 직접 방문해 사죄할 뜻을 전했다. 광주일고는 “현재 우리 학생들은 사과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며 “오늘 방문은 재고해 달라”고 거절했다. 사죄의 요청과
“촉법은 나라에서 주는 배움의 기회 아닌가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속 촉법소년의 대사는 뻔뻔함을 넘어 조롱에 가깝다. 폭력을 일삼고 마약을 유통하는 청소년에게 나이는 가장 강력한 방패다. 더 큰 문제는 드라마가 현실의 과장이 아닌 점이다. 최근 안산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2학년 학생이 같은 반 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유는 “기분이 나빠서”였다. 가해 학생은 형사처벌이 아닌 가정법원 소년부 송치 대상일 뿐이다. 현행 촉법소년 기준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그대로다. 정부는 최근 강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