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국회 선진화법
    참성단

    국회 선진화법 지면기사

    ‘악법도 법’이 소크라테스의 말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학계에서는 로마의 법률가인 울피아누스가 “이 법은 지나치게 심하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기록된 법이다”고 한 말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이 말이 소크라테스의 말로 와전된 건 1937년 일본 극우주의 법 철학자 오다카 도모오가 출간한 ‘법철학’에서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든 것도 실정법을 존중했기 때문”이라며 “악법도 법이므로 이를 지켜야 한다”고 했던 글 때문이다.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회선진화법 85조 2항은 대충 이렇다. ‘국회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 또는 소관 상임위 위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2012년 5월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이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꾀한다는 명분에 따라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이다. 신성한(?) 국회에서 몸싸움이나 난투극을 일소하고 날치기와 같은 후진적 국회문화를 척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른바 ‘몸싸움 방지법’이라고도 한다.이 법 덕분에 국회의 일상적인 풍경이었던 난투극이 사라졌다. 전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했던, 쇠망치가 등장하고 소화기가 뿌려지고 급기야 최루탄까지 터지는 폭력국회도 온데 간데 없어졌다. 그렇다고 국회의 품위가 높아졌다고 생각하면 그건 큰 오산이다. 물리적 충돌은 사라졌지만 선진화법으로 국회가 파행된 사례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지난해 4월 임시국회는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부딪치면서 국회 전체를 마비시켰다. 방송법 하나가 120여개 다른 법안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이 법으로 지연되자 선진화법 개정요구가 거세게 불었다.요즘 국회선진화법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국회선진화법이 ‘망국법’이냐, ‘악법’이냐 논란이 일 때마다 국민들은 이렇게 서로 딴죽 걸며 국회를 파행시키느니 차라리 검투사처럼 목숨을 걸고 싸워 이기는 쪽 손을 들어 주는 게 낫다고 탄식한다. 법 앞에 ‘선진(先進)’이라고 명명한 것은 협상과 타협을 통해 한

  • 브라질야구와 중국축구
    참성단

    브라질야구와 중국축구 지면기사

    축구 왕국 브라질이 야구는 젬병이고 중국 또한 거의 모든 스포츠에 뒤지지 않지만 축구만은 글렀다. 하지만 근년 들어 사정이 꽤 달라졌다. 브라질은 일본계 이민을 중심으로 야구 레벨이 상승,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선수까지 생겼고 지난 3월 상파울루 시내 야구장에선 U18(18세 이하) 브라질 대표 팀과 일본체육대 팀의 친선 야구경기가 벌어졌다. 결과는 브라질 승리였다. 처음부터 브라질이 리드, 일본이 추격하자 관중석 열기는 달아올랐고 막판에 무사만루의 핀치를 극복한 브라질이 3대2로 이겼지만 그건 전적으로 일본인과 일본계 이민 덕이었다. 그날 경기의 쿠로키(黑木豪) 일본체육대 코치부터 브라질 U18대표 팀을 지도한 바 있고 조르지 오쓰카(george·大塚) 브라질 야구연맹 회장도 일본계일 뿐 아니라 야구 선수 60~70%가 일본 출신이다.축구를 족구(足球:쭈치우)라고 부르는 중국은 어떤가.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이 이란 42위, 일본 53위, 한국 56위인데 중국은 83위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개최국의 예선 면제 덕분에 중국이 첫 출전했지만 전패했고 그 후 월드컵 근처에도 못 갔다. 그런데 중국 족구와 족구운동원(축구선수)은 왜 기를 못 펼까. 중국에도 프로리그는 일본과 같은 시기인 1994년 출발했지만 승부조작이 만연, 2013년엔 33명의 선수가 영구 추방되는 등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최근 해외 선수들을 대거 영입, 드디어 광저우 헝따(廣州恒大) 팀이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를 제패했고 이번(올해)에도 그 팀은 서울을 제치고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위대한 중화민국 실현의 중국 꿈(中國夢)에 축구 강국 또한 포함된다’고 강조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축구를 초·중등 필수과목으로 두는 등 지난 2월 말 중앙개혁 전면심화 지도자대회에서 축구발전의 전면적 개혁을 선언했다.장기 목표는 월드컵 유치와 우승이다. 그리되면 중국 축구의 세계 제패와 함께 브라질 야구 또한 세계 정상으로 뛰어오를지도 모른다. 중국의 축구 제패라! 쉽지는 않을 게다.

  • 김정은 우상화
    참성단

    김정은 우상화 지면기사

    북한 교사용 교재의 김정은 우상화는 이렇다. ‘3살 때 총을 쐈고 3초 이내에 10발을 명중, 100% 통 구멍을 낸다. 자동차 운전도 3살 때 했고 8살에 도로를 질주했다. 6살 때 야생마를 기마수 보다도 잘 탔다. 피아노 등 여러 악기를 누구보다도 잘 연주한다. 스포츠도 못하는 종목이 없다. 10대에 정치 경제 철학 역사 수학 물리 군사 외교 등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 등. 김정은 우상화는 세습 전부터였다. 2010년 10월 평양 군사퍼레이드를 본 오익제 조평통 부위원장은 ‘천리혜안의 영지(英智), 해박한 식견, 신비의 판단력, 무비(無比)의 담력, 대를 잇는 절세의 위인’이라고 찬양했다. 게다가 ‘영 독 불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중 일 러시아어까지 학습 중이며 정치 경제 문화 역사 군사에도 정통하다는 게 그 해 10월 16일자 중국 언론 보도였다. 그게 사실이면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가 강림(降臨)한 거다. 우상화(idolize)의 ‘偶’는 ‘허수아비 우’자다. 목석, 금속 따위로 만든 불상이 우상이고 미신 대상물도 우상이다. 그렇다면 그의 헤어스타일처럼 세상의 모든 우상 중 가장 독특한 우상이 아닐까. 하지만 CNN은 솟구친 그 헤어스타일이 그의 파워 표출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지난 2월 20일 CNN TV엔 그의 모습과 함께 ‘Kim Jong-un shows off new, power haircut’ 자막이 떴다. 그럼 그의 독기(毒氣)가 그 머리카락에서 뻗쳐오른다는 건가? 올 들어서도 15명의 고위층을 소총이 아닌 중화기로 그야말로 박살을 냈다는 거 아닌가.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의 주인공 랜들 박이 흉내를 내 보기도 한 그 별난 헤어스타일을 뉴욕타임스는 또 ‘Joey Essex haircut’이라고 했다. 영국 동남부 주(州)의 캥거루새끼 같다는 거다. 짧은 머리가 또 crop이지만 농작물 말고 새의 멀떠구니라는 뜻도 있다.아무튼 한반도의 미래가 그 청년 머리에 걸려 있다는 건 지독한 난센스고 막심 막대한 민족의 비극이다. Google이 선정한 최고 미래학자에다가 미

  • oh!월 oh!일
    참성단

    oh!월 oh!일 지면기사

    oh!월 oh!일5월 5일은 감탄사 oh!가 겹치는 ‘oh!월 oh!일’인가. 낙엽 져 헐벗은 채 혹독한 추위를 이겨낸 온 산의 나무들이 일제히 녹색 이파리를 피워내고 온갖 꽃들이 경염(競艶)하듯 만발하다니! 온 들에도, 공원에도, 집 뜰에도…. 저건 기립박수 감 아닌가!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기립, 손뼉을 쳐대며 새 풀 옷에 꽃 장식 왕관을 쓴 계절의 여왕에게 목청껏 환호성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 꽃 축제, 신록(新綠) 축제는 다음 차례다. 영어권 국가에선 5월을 백화가 만발한다고 해서 may flower(5월 꽃)라 찬미 찬탄하고 그 많은 꽃 중에서도 암리(岩梨) 또는 암당자(岩棠子)라 부르는 산사(山査)나무의 눈부신 백화를 제일로 꼽는 까닭은 may가 바로 산사나무를 뜻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예 ‘5월 꽃’이 개척한 나라다. 영국 청교도가 아메리카 개척 길에 오른 배가 may flower호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Mayday(5월祭)에 열광하는 이유도 그거다.또한 may가 그리스신화의 봄과 풍요와 증식(增殖)의 여신인 마이아(Maia)에서 왔듯이 5월은 풍요와 증식을 상징한다. 들판의 푸르러 가는 농사도 그렇고 어린이들의 환성으로 가득한 oh!월 oh!일 오늘 어린이날도 그렇다. 그러나 금년 어린이날 축제와 환호 뒤엔 어두운 그림자가 어린다. 심각한 출산율 저하 때문이다. 1980년 570만이던 초등생이 작년엔 300만이었듯이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어린이날 어린이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oh!월 oh!일 감탄사 옥타브도 점점 내려갈 거고 끝내는 제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와는 반대로 중국의 두 번째 출생 아이는 출생신고도, 호적에 올리지도 못한다. 그 존재감 zero의 유령 아이를 막기 위해 해외 원정 출산이 많다는 거다. 또한 전 세계 어린이의 23%는 교육도 받지 못한다. 우리 땅에도 가난과 결손가정 아이, 고아, 가정폭력과 학대, 왕따 등 불행한 어린이는 많다. 어린이 교통사고도 5월이 많다고 했다. 5월 5일 만이라도 조난 신호 Mayday

  • 아베의 영어연설
    참성단

    아베의 영어연설 지면기사

    일본인은 영어가 서투른 니가테(苦手), 헤타(下手) 정도가 아니라 데키나이(不可)다. 그들은 ㄱ ㄹ ㅁ 등 자음 받침과 ㅓ ㅐ ㅡ 등 모음 표기, 발음을 못한다. prime minister의 prime이 푸라이무, president→푸레지덴토, politics→포리팃쿠스다. apple→앗푸르, Google→구구루, dollar→도루, 클린턴→쿠린톤, 네팔→네파루, 이집트와 베트남도 에지푸토, 베토나무다. 서울→소우루, 새누리당→세누리黨, 세월호→세오루號, 박근혜→바쿠쿠네 식이고 girl→가루, handbag→한도바쿠, gang→걍구, 빌딩→비루딩구, 트럭→토라쿠, rule도 ‘루루’다. 그러니 아베 총리의 엊그제 미국 의회 영어연설은 난센스다. 그 발음을 차마 귀를 열고 들어줄 수 없었다. 그런데도 킥킥 쿡쿡거리는 소리 하나 새지 않은 건 대단하고도 존경스럽다. 그러기는 커녕 몇 번씩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는 거다.미·일 밀월 무드야말로 더 이상 있을 수 없도록 끝내줬다고 했고 아사히신문은 ‘국보급(國寶級) 환영’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영어는 엉터리지만 일본인의 술 센스만은 가히 국보급이다. 만찬 건배주가 유명한 일본 전통주였고 정선된 원료로 오랜 기간 숙성시킨―긴죠(吟釀)시킨 ‘닷사이(獺祭)’였다고 했다. ‘닷사이(달제)’란 수달(獺)이 잔뜩 포획한 물고기를 늘어놓고 제사를 지낸다는 뜻이고 그 물고기를 달제어(獺祭魚)라고 한다. 시문을 지을 때 많은 참고서를 인용한다는 뜻의 ‘달제’라는 말도 그 ‘달제’에서 왔다. 그런데 이 말이 더욱 유명해 진 건 메이지(明治)시대의 유명한 시인이자 ‘하이쿠(俳口→일본 전통短詩)’라는 말을 처음 쓰기도 한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가 그의 거처를 ‘닷사이쇼오쿠(獺祭書屋)’라고 했고 그의 아호도 ‘닷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술 이름이 그 ‘닷사이’라면 멋지지 않은가.오바마 대통령이 그 건배주의 연유를 알았다면 감격에 겨웠을 게다. 그런 전통주 내력도 모르고 하이쿠를 읊었다면 헛일이다. 5 7 5의 17음 형식으로 제대로 읊었는지도 의문이고…. 일국의 총리와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