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들에게 ‘황금마차(이동마트)’는 영원한 향수다. 민간과 고립된 전방 GOP(일반전초)나 격오지 장병들에게 황금마차의 경적은 남달랐다. 팍팍한 군 생활 속에서 뜻밖의 면회만큼이나 반가웠다. 라면 한 봉지, 아이스크림 하나는 커다란 위안이자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됐다. 긴장이 감도는 군부대에 온기를 실어 나르는 국방부 ‘황금마차’가 경기도 ‘행복배달 소통마차’라는 이름으로 소외된 농어촌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행복마차 왔어요. 반가운 이웃이 왔어요. 정성 담은 물건들과 사랑까지 싣고 왔어요.” 경기도 행복마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올해 일정이 반토막 났다. 훈련 개시 당일인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훈련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사전 협의를 생략한 지시에 한국 정부도 미국 국방 당국도 크게 당황했고 양국 군대가 혼란에 빠졌다. 결국 한미 당국은 19일 훈련 종료일을 27일에서 21일로 앞당긴다고 밝혔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6·25 전쟁 휴전 이후 1954년부터 명칭은 달랐지만 중단된 적이 없었던 한미동맹의 증거였다. 남북 관계와 북한 정세에 따라 규모는 축소와 확대를 반복했지만, 북한
팔월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팔월 나기가 유난히 힘들었다. 역사적으로 우리의 ‘팔월’은 아주 특별하다. 1910년 일제에 국권을 강제로 빼앗긴 날이 8월 29일이요, 그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난 날은 1945년 8월 15일이다. 1910년 8월의 국권 피탈은 이미 19세기 막판 청일전쟁과 20세기 벽두의 러일전쟁에서 싹텄다. 이들 전쟁은 모두 공교롭게 인천 앞바다에서 시작되었다. 러일전쟁의 경우 세계0차대전으로 불릴 정도로 여러 나라가 개입돼 있었다. 영국은 일본 편이었으며, 프랑스는 러시아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때
디지털 강국답다. 올 여름 폭염에 그늘길 앱과 에어컨 버스정류장 앱이 나오더니, 이제 ‘뿌리찾기’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둘러싼 친일 논란을 계기로 ‘친일파 스캐너’가 주목받고 있다. “혹시 우리 집안에도?”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성씨와 본관만 입력하면 독립유공자와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을 한 화면에 나란히 보여준다. 낡은 족보 속 이름이 현재형 디지털 정보로 부활한 셈이다. 하지만 동본이 직계 혈연을 뜻하지 않을뿐더러, 검색된 이름과 몇 줄의 정보로 입체적인 생애 전체를 규정하기는
“신문에 나고 뉴스에 나오는 걸 보고 내가 결심을 단단하게 했어요. 아니다. 이거는 바로 잡아야 한다. 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1924~1997) 할머니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공개 증언이다. 반세기 가깝게 침묵 속에 묻혀 있던 잔혹한 전쟁범죄를 세상에 알렸다. 일본의 철면피한 위안부 만행 부정에, 할머니의 분노에 찬 단호한 일성은 인권의 사자후였다. 김학순 할머니의 역사적 결단을 기리고자 정부는 매년 8월 14일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지정했다. 2017년 12월 관련
나치 전범들의 자녀들의 삶은 아버지의 ‘역사적 범죄’에서 결코 분리될 수 없었다. 폴란드 총독으로 유대인 학살에 앞장선 한스 프랑크의 아들 니클라스 프랑크는 아버지의 범죄를 낱낱이 파헤친 책 ‘아버지. 복수’를 출판했다. 유대인 생체실험으로 ‘죽음의 천사’라는 악명을 떨친 요제프 멩겔레의 아들은 아버지의 성을 버렸고, 아우슈비츠 수용소장 루돌프 회스의 아들은 아버지의 과거를 알고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 반면에 하인리히 힘러의 딸 구드룬 힘러는 아버지의 범죄를 부정하고 나치 전범들을 지원하며 살다가 ‘나치의 공주’로 죽었고, 헤
지난 7월 말 인천시교육청 난정평화교육원에서 인천대학교와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가 공동으로 마련한 청소년 캠프에 참여했다가 뜻밖의 기념품을 하나 받았다. 접었다 폈다 하는 종이 부채였다. 조지메이슨대학 측에서 만든 거였는데, 길이 25㎝로 들고 다니기에 맞춤했다. 25개의 대나무 부챗살에 종이를 발랐다. 부채를 펴자 다양한 얼굴 모양의 학생들이 자유분방한 포즈를 취한 모습이 펼쳐졌다. 접이부채라고도 하고 접선(摺扇)이라고도 하는 이 쥘부채는 우리나라가 원조라고 하는데 한국에 나와 있는 외국 대학에서 만든 걸 선물로 받으니 묘한 기분이
1978년 1월 한탄강변, 코펠에 물을 끓이려 가져온 삼발용 돌멩이 하나가 세계 고고학 지도를 새로 그렸다. 고고학을 전공하다 주한미군으로 입대한 그렉 보웬의 예리한 눈썰미와 연인 이상미씨의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됐다. 타원형의 거친 돌은 어딘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그렉의 직감은 적중했다. 프랑스의 구석기 권위자 프랑수아 보르드 교수에게 편지를 띄웠고, 서울대 박물관장이던 김원룡 교수를 거쳐 이 돌이 구석기 유물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마침내 ‘전곡리 주먹도끼’라는 이름을 얻었다. 호모 에렉투스가 쥐었던 돌이 30만 년 후 세상에
2024년 중국 축구가 세계의 토픽이 됐다. 중국 공안과 축구협회가 41개 구단의 120경기 승부조작 사실을 공표했다. 프로축구 1, 2, 3리그와 여자축구 구단이 모두 연루됐다. 선수와 구단 관계자 43명이 축구계에서 영구 퇴출됐다. 또한 법원은 뇌물수수와 승부조작 혐의를 인정해 전 국가대표팀 감독 리톄와 축구협회장 천쉬위안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종신형을 선고했다. 시진핑 주석이 2015년 ‘중국 축구 개혁 종합 방안’을 발표하며 축구 굴기를 선언하자, 신흥 재벌들이 축구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돈벼락을 맞은 중국 축구는 복마전
제81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기괴한 밈이 또 극성이다. 삼일절 무렵 ‘유관순 방귀 로켓’과 ‘안중근 방귀 열차’ 영상이 공분을 사더니, 이번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일그러뜨리고 유관순 열사의 외모를 깎아내린다. 아이돌과 독립운동가를 비교하거나, 기여도 순위를 매기는 게시물까지 등장했다. 민족의 영웅을 대하는 일부의 태도는 경솔하고 유치하다. 조회수를 노린 악성 콘텐츠 장사가 선을 넘은 지 오래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신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안타까운 점은 선열을 향한 도발 앞에 정작 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