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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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이국종의 독설 지면기사
의사 이국종은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을 해피엔딩으로 종결한 주인공으로 대중 앞에 등장한 이후 지금껏 한국 의료계에서 안티히어로의 길을 걸어왔다. 석해균 선장을 살린 무명의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는 빈곤한 한국 중증외상 의료실태를 보여준 역설적 증거였다. 대중의 열광적 지지로 영향력이 막강해진 이국종은 아예 중증외상분야의 전도사가 됐다. 공염불에 그친 정부의 중증외상센터 건립 약속을 다그쳐 이국종법 제정으로 전국에 권역외상센터가 설치됐다. 닥터헬기 도입을 위해 여론에 호소하고 국회에 읍소했다. 닥터헬기 소음 민원을 해결하려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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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제암리, 기억하고 기록하다 지면기사
“초가 교회에 끌어넣고 불을 지르며 총을 쏘아 무차별하게 생명을 빼앗아간 집단학살이었다. 공포와 위협 앞에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은 마구 쏘아대는 흉탄과 타오르는 불길에 육신을 잃는 생죽음을 당했지만 독립을 위한 그들의 영혼은 결코 잿더미에 묻히지만은 않았다.” 1919년 3·1만세운동이 들불처럼 번지자 화성 향남면 제암리는 학살의 표적이 됐다. 그해 4월 15일 일본군은 “발안장터에서 심하게 매질한 것을 사과하겠으니 모여달라”고 속였다. 일하던 농민들이 제암교회 예배당에 들어서자 밖에서 못질하고 불을 지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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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닥터 랜디스 지면기사
인천은 국제도시다. 공항이나 항만, 국제기구, 재외동포청, 외국 대학 등 인천이 국제도시임을 보여주는 것들은 많다. 그중에 ‘국제도시 인천’의 면모를 역사 문화적 측면에서 충실히 보여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인천 외국인묘지다. 인천 개항 11년 후인 1894년 ‘인천외인묘지규칙’이 공포됐고, 중구 북성동에 2천424㎡ 규모의 묘역이 마련되었다. 이후 여러 차례 변화를 거쳐 1965년 연수구 청학동으로, 2017년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으로 옮겼다. 이 외국인묘지에 4월 16일이면 생각나는 인물, 닥터 랜디스(Eli Barr Land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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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오만방자한 중국 지면기사
19세기 초중엽 미국에게 영토의 절반 이상을 빼앗긴 멕시코는 “신은 멀리 있고 미국은 가깝다”고 신음했다. 신까지 들먹일 정도는 아니나 우리에겐 중국이 애물단지다.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얽힐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역사에서 누적된 은원이 복잡한 탓에, 양국의 감정은 원근이 교차한다. 근현대사만 일별해도 일제 극성기엔 두 나라 민족은 항일 동맹으로 뭉쳤다. 극적인 대역전 통일로 끝날 뻔한 6·25 전쟁은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40년간 북한의 혈맹이던 중공이 1992년 수교로 중국이 됐고, 한국엔 중국 열풍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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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경기인디시네마관 지면기사
“뭉치면 살벌하고 흩어지면 살만하다.” 대가족의 스펙터클한 붕괴를 담은 영화 ‘장손’.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 팀을 되찾기 위한 FC안양 서포터스 RED의 네버 엔딩 러브스토리 ‘수카바티: 극락축구단’. 이뿐 아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추락의 해부’,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도 있다. ‘경기인디시네마관’에서 주목받는 독립예술영화 10편이 절찬 상영 중이다. 5천원만 결제하면, 멀티플렉스에서 독립예술영화 개봉작 한 편을 감상할 수 있다. 일반 티켓값 1만4천원에 비하면 파격 혜택이다.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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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와 정관장 지면기사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 여운이 오래갈 듯하다. 김연경이 8일 소속팀 흥국생명을 V리그 챔피언에 올려놓고 배구여제의 전설에 마침표를 찍었다. 1988년생 김연경이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나 배구에 입문하고, 수원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등학교)에서 기량을 꽃피운 뒤, 국내 코트를 평정한데 이어 세계 코트를 지배한 서사를 작은 글상자에 담아낼 재간이 없다. 김연경이 세계 배구역사에 남긴 업적은 불세출의 경지다. 고교 졸업 후 국내 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신인왕과 MVP를 차지하면서 흥국생명 전성기를 열었다.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 그녀를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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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관세폭군 트럼프 지면기사
‘저기에 불을 뿜는 화산이 있습니다. 맥도날드섬의 이름을 와퍼섬으로 바꿉시다’. 지난해 등장한 버거킹의 도발적인 캠페인이다. 수십년간 맥도날드만 두들긴 버거킹의 트롤마케팅이다. 경쟁사를 의도적으로 조롱해 이슈를 만드는 판매전략이다. 이름마저 비슷한 도널드 트럼프가 맥도날드섬을 재소환했다. 펭귄만 사는 무인도에까지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는 곧바로 조롱의 대상이 됐다. 펭귄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쏟아졌다. ‘관세 반대(NO TARIFFS)’ 피켓을 든 펭귄들이 시위를 한다. 관세율표를 본 펭귄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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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해치의 원초적 판결 지면기사
해치라는 동물이 있었다. 사슴처럼 생겼는데 무시무시한 뿔이 특징이다. 누구는 그 뿔이 하나라고 했고, 누구는 둘이라고도 했다. 무기를 몰래 감추고 싸우는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나, 논쟁을 하면서 뻔한 거짓말을 하는 경우 어김없이 가려내 그 뿔로 들이받았다. 해치는 죄를 지었으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발뺌하는 사람을 용케도 골라내 벌하는 능력이 있었다. 우리는 흔히 법(法)이라는 글자가 ‘물 흐르듯 간다’는 데서 연유한 것으로 이해하지만 좀 더 본질적 의미에서 법의 유래를 찾아 올라가면 해치라는 동물에 가닿는다. 사회부 기자 시절 법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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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특별기여자’ 비자 혜택 지면기사
국제경찰국가 미국은 세계 도처의 전선에서 미국과 미군에 협조한 현지인에게 특별이민비자 혜택을 준다. 헌신에 대한 보상이자, 현지 조력자들은 전장의 반미세력에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인도적 배려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에 협력한 이라크인들이 특별비자로 미국 땅을 밟았다. 주한미군에서 20년 이상 근속한 한국인 군무원도 특별이민비자 혜택을 받는다. 2021년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했을 때도 미국은 특별이민비자로 1만6천여명의 반탈레반 현지 조력자들을 구출했다. 이때 대한민국도 다급한 구조 요청에 직면한다. 파병 전력이 있는 친미국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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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당근의 배신 지면기사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청소기 싸게 팔아요.” “다음 달 이민 가서 급히 가전제품 정리합니다.” “민트급(상태 좋은 제품) 명품 반값 처분합니다.” 매수 욕구를 자극하는 문구들이다. 악성 사기수법이 중고거래 플랫폼의 질서를 어지럽힌다. 다른 스마트스토어에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제품을 등록한 뒤 ‘당근’ 판매글에 URL 링크를 첨부한다. 시세를 부풀려 비싸게 팔려는 속셈이다. ‘문고리 거래(현관문에 물건을 걸어두는 방식)’도 주의가 필요하다. 집 주소를 알려주고 상품 사진을 보내 의심을 피한다.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며 선입금을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