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요식업계의 슈퍼스타 백종원의 기세가 푹 꺾였다. 망해가는 골목식당을 질책과 조언으로 살려내는 마법으로 영세 식당들의 구세주이자 국민 멘토가 됐다. 전통시장과 지역축제도 부활시키더니, 해외에선 웍을 잡고 K-푸드 전도사로 나섰다. 방송사들은 시청률 보증수표로, 지자체들은 지역재생 전문가로 백종원을 떠받들고 모셨다. 대중은 백종원을 순수한 재능 기부자로 추앙했고, 백종원은 올해 더본코리아를 상장했다.
지난해 ‘연돈볼카츠’ 점주들의 반발로 백종원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발굴한 맛집을 더본코리아가 프랜차이즈로 만들었는데, 가맹점주들이 예상 매출과 수익률 과장을 문제삼았다. 백종원은 비즈니스맨으로 해명에 나섰다. 가맹점 매출을 본사가 책임질 수 없다는 취지였다. 국민 멘토 백종원은 전형적인 프랜차이즈 분쟁에서 철저한 ‘갑’으로 변했다.
범접 불가능한 선한 권위에 금이 가자 백종원과 더본코리아를 향한 추문이 쏟아진다. 연초 품질 시비로 사과하고 생산을 중단한 ‘빽햄’ 사태에서 시작해 모든 프랜차이즈가 원산지 허위 표기, 식자재·조리기구 불량 관리 시비에 걸렸다. 주가가 곤두박질한 더본코리아는 성희롱 면접으로 지탄을 받았다. 더본코리아의 해명과 사과가 이어지지만, 가맹점주와 주주들은 오너 리스크를 호소하며 백종원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
충주시 유튜브 책임자인 ‘충주맨’ 김선태의 도시락 사과 영상이 화제다. 지난 24일 충주시에서 열린 장애인도민체육대회 선수단에게 제공된 도시락이 부실해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충주맨이 직접 체육회 팀장과 출연해 사건의 전말을 그대로 밝히고 진심으로 사과했다. 깔끔한 사과 영상에 비난 대신 칭찬 댓글이 줄을 잇는다. 솔직하고 재미있는 B급 유튜브 영상으로 대중 스타가 된 충주맨을 향한 신뢰 때문에 가능한 전화위복이다. 신뢰의 원천은 매력적인 스카우트 제의를 물리치고 지켜낸 공직의 본분이다. 지역사회에서 작은 일탈이라도 남겼다면 유지할 수 없는 신뢰다. 대중은 두 얼굴로 명예와 부를 독점한 치명적인 권력을 회피하는 사회적 본능을 발휘한다. 대중의 추앙 혹은 경멸로 정치, 경제, 사회 권력은 균형을 유지한다. 6·3 조기 대선 결과도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의 추앙과 경멸의 차잇값으로 결정될 것이다. 추앙과 추락의 기로에 선 백종원이 안타깝다. 다 가지려다 다 잃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