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넷 잭슨의 니플게이트에서 영감을 얻은 무명의 청년 자베드 카림이 페이팔 직원 2명과 같이 2005년 2월 14일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를 공동 창업했다. 4월 23일 유튜브 최초의 동영상도 카림이 직접 올렸다. 유튜브는 이날을 기념해 어제 화면 상단에 설립 20주년 자축 로고를 띄웠다. 구글은 2006년 유튜브를 16억5천만 달러에 인수해 창업자들에게 대박을 안겼다. 지난해 유튜브의 광고수익이 361억 달러라니, 정작 대박의 주인공은 구글이다.

한국은 유튜브에 진심인 나라다. 2020년 기준 광고 수익을 내는 국내 유튜브 채널이 9만8천개 가량으로 국민 약 529명 당 1명이 유튜브로 돈을 번다. 최근엔 구독자 1억명을 넘긴 보통 사람의 채널이 화제가 됐다. 먹방, 여행, 미용 분야의 유명 유튜버들이 공중파와 종편 채널의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블랙핑크·BTS·임영웅 등 슈퍼스타들의 주요 수익원이기도 하다.

월간 사용자가 25억명으로 추정되는 유튜브는 인류가 고안한 최고의 전지적 동영상 아카이브다. 지금껏 업로드된 동영상 숫자는 베일에 가려있지만, 한 사람이 평균수명 전체를 바쳐도 다 보지 못할 양일 테다. 키워드만 치면 관련 동영상 수백, 수천개가 올라오는 유튜브 검색만으로 모르고 못할 일이 없다. 반면에 이 가운데 주목을 받고 수익을 내려니, 원시적 생존방식인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 격렬하다.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기만하는 폭력의 모든 수단과 방법이 횡행한다. 유튜브의 명암이다.

유튜브 생태계는 인력으로 통제할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다. 구글은 알고리즘에 관리를 위임했고, 알고리즘은 구글의 수익에 헌신한다. 이용자의 검색량과 잔류시간을 최대로 유지하려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동영상을 끊임없이 제공하며 유튜버와 이용자들을 동시에 지배한다. 알고리즘 독재가 정치와 만나면 최악이 된다.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원하는 군중을 분열시켜 공론장을 적대와 혐오로 오염시킨다.

토머스 홉스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종결할 최종적인 권력인 국가를 성서 속 괴물 리바이어던에 비유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복종하는 인류가 국가와 사회의 제도와 규범을 파괴 중이다.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종식한 국가 대신, 유튜브 리바이어던이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부추긴다. 구글이 표현의 자유 뒤에서 방치할 일이 아니다. 종국엔 구글과 인류에 재앙이 될 수 있는 유튜브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