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여행은 언제나 색다른 맛을 준다. 섬은 멀리 떨어져 있기 마련인 데다 배나 비행기 같은 교통편부터가 늘 이용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섬에 가서 도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의 위안을 찾고자 한다. 강화도 사는 함민복 시인은 단 세줄짜리 ‘섬’이란 시에서 물 울타리를 두른 게 섬이라고 했다. 그 울타리가 가장 낮고, 그 울타리가 모두 길이라고 했다. 낮은 울타리를 두르고 어느 곳으로나 길이 열려 있는, 그 인천의 섬들은 다른 곳보다 문턱이 더 낮다. 인천시가 올해부터 여객선 대중교통화 사업을 벌이면서 인천시민은 1천500원이면 강화와 옹진 등 인천 섬에 갈 수 있게 되었다. 타 시·도 주민들에게도 70%가량 할인해 준다. 인천에서는 배 타는 걸 버스 타듯 할 수 있게 된 거다.

지난 주말 인천연안부두 여객터미널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가족, 연인, 동호회 등 여행객들의 구성도 가지각색이었다. 등산을 위해,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 사진을 찍기 위해, 해변 캠핑을 위해서. 섬 여행객들의 기호도 참으로 다양했다. 그들의 울긋불긋한 복장은 섬의 꽃들과 잘 어울렸고, 섬은 생동감이 넘쳤다. 코스가 정해져 있다 보니 배에서 보았던 사람들을 관광지마다 보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버스 타듯 섬에 간 사람들의 옷 색깔은 꽃을 닮았건만 그들의 손길이나 마음가짐까지 그런 건 아니었다. 그들은 온통 먹고 마시는 데 정신이 팔렸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렸다. 두릅이나 엄나무 순, 쑥, 달래 같은 섬의 것들을 훔쳐냈다.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심지어 남의 밭에서 키우는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구잡이로 캐 담았다. 덕적도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어떤 이는 참다 못해 도시인들의 나물 약탈 모습을 사진 찍어 SNS에 고발하기도 했다.

섬 여행객이 늘어나자 섬을 병들게 하는 각종 문제점들이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섬의 울타리가 낮고 누구한테나 길이 열려 있다고 해서 섬의 환경을 해치고, 산나물이나 해산물을 함부로 캐내서는 안 된다. 섬을 위해 거액의 세금을 들여 시행하는 여객선 대중교통화 사업이 오히려 섬을 아프게 하고 있다. 드넓은 바다와 거센 바람을 이해하고 품어 온 섬, 언제까지나 도시인들의 이기심을 참아내랴. 여행객들의 섬을 위한 배려, 행정기관의 특별한 대책이 절실하다.

/정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