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계양산 불법 개 농장 활용
‘개발제한구역 내’ 소송서 패소
시민 후원·롯데 지원 덕에 ‘새길’
낮은 접근성·봉사자 부족 ‘과제’

인천 계양산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있던 동물보호시설 ‘아크보호소’가 새둥지로 이전했다.
경기 파주 광탄면 한적한 한 마을로 이사한 아크보호소를 지난달 29일 찾아가 보니 넓고 깔끔한 창고형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실내에 들어서자 대형견들이 꼬리를 흔들며 낯선 손님을 반가워했다.
건물 3개 동에서 80여 마리의 개가 지내고 있다. 직원이나 자원봉사자 등을 위한 작은 사무공간도 갖췄다. 무엇보다 주변에 민가가 없어 소음이나 냄새로 인한 민원 걱정도 없을 것 같았다.
아크보호소는 5년 전 인천 계양구 목상동 개 농장에서 구출한 개들이 지내던 동물보호소다. 도축을 목적으로 길러지던 이 개들은 농장의 비좁고 더러운 우리에 갇혀 있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와 시민 등의 도움으로 당시 구조된 개는 240여 마리에 달했다. 국내·외 입양이나 임시 보호 가정 등에 보내져 현재는 80여 마리만 남아 있다.
이 농장은 불법 건축물이었다. 인천 등 전국에서 모인 시민과 케어 측이 농장 주인에게 부과된 이행강제금 등을 대신 물어주는 대가로 농장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이들은 3.3㎡도 안 되는 좁은 ‘뜬장’(바닥판 없이 아래가 뚫린 철조망 우리)을 모두 제거하고,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동물보호시설인 아크보호소를 운영했다. 사룟값과 인건비 등은 전부 시민이나 기업 후원 등으로 충당했다.

아크보호소는 계양구가 2021년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려 철거 위기에 놓였다. 케어 측은 이 명령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진행했지만 패소했고, 지난해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됐다. 케어 등 시민단체는 대법원 판결 전부터 대체 부지를 물색해왔다. 그러나 눈여겨봤던 지역의 주민들이 반발해 이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다행히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후원금과 계양산 부지 등을 소유한 롯데그룹의 지원금으로 지난달 파주로 거처를 옮길 수 있었다. 아크보호소가 이전한다는 소식에 전국에서 찾아온 봉사자가 100여 명이나 됐다. 80여 마리의 대형견을 일일이 케이지에 넣고 3.5t짜리 트럭 3대에 옮겨 태워 왔다고 한다.
아크보호소 측은 요즘 새 고민거리가 생겼다.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한다. 계양산에 있었을 때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가까워 자원봉사자들이 자주 찾아왔다.
하지만 파주는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져 평일 봉사자들의 발걸음이 많이 뜸해졌다. 현재는 직원 3명이 견사 청소 등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아크보호소 관계자는 “파주로 거처를 옮긴 뒤 평일에 찾아오는 봉사자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며 “좋은 시설에서 잘 지내는 아이들을 보러 시민들이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