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도사리는 '여혐 괴물'… 성적보다 급한 '진짜 성교육'

남성·여성 역할 나누는 표준안 '문제' 교사 59.2% 피해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제기… 도교육청 "성인권 문화개선"
"아 선생님 왜 때려요. 야메떼! 야메떼!(그만해! 그만해!)"

성남의 A고등학교에서 2학년 남자반 담임을 맡고 있는 박모(29·여) 교사는 최대한 제자들을 타이르지 않으려 자제하고 있다.

훈계를 할 때마다 학생들이 '야동'에 나오는 일본 AV 여배우들의 감탄사를 흉내내 박 교사를 난처하게 만들었기 때문.



박 교사는 "성적 호기심이 많은 남학생들의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얼굴이 화끈거리고 불쾌할 때가 많다"며 "성희롱 소지도 있지만 어떻게 지도해야 좋을지 몰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청소년들 사이에 여성 혐오적인 단어 사용이 만연해지면서, 이를 바로 잡기 위한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도입해 학교 현장에서부터 올바른 교육을 고취시키자는 취지다.

8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일선 학교는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에 맞춰 양성평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표준안은 여성, 남성의 성 역할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등 이분법적이어서 성적 판단 능력이 미숙한 학생들에게 오히려 성별 고정관념을 확대하는 데 일조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페미니즘 관련 교육이 학교 내에서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여성이 성적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고발하는 미투(Me Too)운동이 법조계, 문인계, 언론계 등에서 활발히 이뤄지면서 자라나는 아이들부터 교육을 철저히 하자는 목적으로 지난달 6일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 '초·중·고등학교의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에 대한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마감시한인 지난 5일까지 21만3천여명이 서명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해 5~6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여성위원회에서 교사 6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유·초·중등학교 성평등 인식 실태'에 따르면 전체 교사의 59.2%가 "학교에서 여성혐오표현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답했다.

김성애 전교조 여성위원장은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양성평등 교육은 성별 고정관념 속에 갇혀 있는 이론을 주입하고 있다"며 "교육현장에서 혐오를 벗어나 세상을 해석하는 이론으로써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시류에 맞춰 성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용역을 맡겨 올 상반기에 성 인권 문화개선 목적의 체크리스트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연신기자 juli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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