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지금 여기서!

위기 의식·시대정신 못 읽는 정부
정략적 이익 매몰돼 역행하기 때문
시민들 새 정치·사회체제 원하기에
정의·평화·공공성 '재개혁' 필요
삶의 원칙·행동 우리가 결정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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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대통령은 해외순방 중 이미선 판사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했다. 그 이전 국회청문회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몇몇 장관들은 그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위법한 사안이 없었기에 임명 자체가 불법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왜 야당은 장외투쟁까지 감행한 것일까. 이미 3년 전 새로운 정치와 체제 개혁을 요구한 시민들은 이들을 심판했으며, 이제는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어야 할 그들이 오히려 갈수록 기세를 높여가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 벌써 3명 중 1명의 국민이 이미 사라졌어야 할 수구 반동 세력을 지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정권은 아무런 위기의식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도 지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배반하고 있다. 역사와 정치는 퇴행한다.

원인은 이 정권이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기 때문이며, 다만 그들의 정략적 이익에 매몰되어 역행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저하는 동안 시민들은 공정과 공의, 공공성의 회복을 기다렸지만 세월은 거꾸로 가고 있다. 몇 번에 걸쳐 경고하고, 촉구했지만 다만 정권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현상이 그 결과다. 여전히 정권창출 따위의 정략적 발언만이 난무한다. 고위공직자 청문회가 이런 사실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불법은 없었지만, 공평과 공정도 없었다. 그 행동은 우리가 원한 새로운 정치와는 전혀 다르다. 전 청와대 대변인은 아내가 해서 나는 모른다고 말한다. 신임 헌법재판관은 남편이 해서 모른다고 한다. 월급을 받고 사는 나는 통장 채로 모든 재정을 아내에게 맡기고 있다.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재촉받고 책임져야 하는 데서 내가 면제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사회의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그분들은 남편과 아내가 다른 살림을 사는 듯하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정치며, 그를 통한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촛불로 외치고 집회를 통해 요구하고 선거로 심판해도 불공정한 이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체제를 바꾸라는 데 얼굴만 단죄한다. 그 자리에 그들이 대신 자리할 뿐이다. 시민을 뺀 그들만 "우리"가 된다. 개혁을 말하는 데 정권창출로 대답한다.



"가만히 있으라!" 5년이 지났음에도 세월호는 계속된다. "각자 도생!" IMF 구제금융 사태의 교훈이 10년이 넘도록 여전히 삶의 지혜로 작동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장자연, 김학의 사건, 버닝썬 사건은 꼬리 자르기에 그친다. 그동안 시민들이 학습한 결과다. 법조계는 지금처럼 유지된다. 주류 언론은 여전히 그런 수준일 테고, 반종교적 종교와 반교육적 입시, 반지성적 대학도 계속된다. 재벌이 사회적 기업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편한 진실은 계속된다. 얼굴은 바뀌지만 체제는 지속된다. 이익의 독점도 여전하다. 한국당이 불공정하고 염치없게도 노골적으로 자신의 특권을 지킨다면, 민주당과 이 정권은 덜 불공정하게, 덜 불의하게 그들의 이해관계에 골몰한다. 이들은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다. 낮의 정치는 법을 말하고 밤의 정치는 이익을 마신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공정과 공평, 공의로움이다. 시민은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사회 체제를 바란다. 우리는 그들의 부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부를 원한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사회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이 촛불을 들어도, 선거를 해도 바뀌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다시금 개혁과 변혁이 필요하다. 지금은 잊힌 말들, 정의와 평화와 공공성을 말해야 한다. 그들이 빼앗은 올바름과 부끄러움을, 사람다움을 되찾아야 한다. 그들이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해야 한다. 이 지옥을 만드는데 우리조차 거들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돌아서야 한다. 경제적 안정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곧 불의하고 불공정한 부가 아님을 말해야 한다. 경제만 보면 사람과 삶은 사라진다. 인간다운 삶, 행복한 일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들이 아닌 우리가 삶의 주체기에 삶의 원칙과 행동을 우리가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지금 여기서! 그 길이 사람다운 삶, 인간다움을 생각하고 배우고 행동하는 데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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