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물 파내어 물고기 잡는다는 뜻
도시화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개발
인간이 '환경 위기'를 자초
더 늦기 전에 愚 범해서는 안돼
땜질식 대응, 미래 재앙 불러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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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갈택이어(竭澤而漁)는 연못물을 모두 파내어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당장의 이익만을 탐해 미래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소탐대실과 동격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해철 외 다수의 유명가수들이 함께 부른 '더 늦기 전에'(작사/작곡:신해철) 노랫말은 갈택이어의 상징적 은유를 담고 있다. 가사 도입부에서 화자는 힘들게 살아왔던 '지난 세월'을 회상한다. 어느덧 저만치 흘러가버린 세월은 '앞만을' 보면서 '숨차게 달려'온 시간의 연속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그는 '걸어온 길'을 다시 뒤돌아본다. 현재 세상은 과거에 비해 상전벽해로 변해있다. '어린 시절에'는 멱을 감고 뛰어놀던 '냇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산업화로 대변되는 거대 이익 자본의 포화 속에서 '회색 거품을 가득 싣고서' 어디론가 흘러간다. 화자는 맑고 깨끗한 자연으로 대표되는 '냇물'이 환경 오염의 원천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한탄한다. 이 같은 수질 오염은 전 세계 먹는 샘물 93%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언론매체 보도와 맥을 같이 한다. 이처럼 화자는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참사를 경고한다. 이것은 갈택이어의 부작용으로 인해 인간이 환경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화자의 애타는 울부짖음이다.

화자가 어렸을 때 보았던 맑고 푸른 하늘이 이제는 '공장 굴뚝의 자욱한 연기'로 시꺼멓게 뒤덮인다. 대체로 대기 오염의 주범은 자동차 매연가스와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눈으로 식별할 수 없을 만큼 공중에 떠다니는 초미세 먼지의 농도가 심각하다. 이는 화자가 언급한 뿌연 '연기'로 뒤덮인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울리는 공습경보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오염된 '냇물'과 '공장 굴뚝'으로 상징되는 환경 파괴적 현실을 미래의 꿈을 상실하는 갈택이어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이렇게 경고한다: '내일의 꿈이/흐린 하늘로 흩어지네'. 바꿔 말하면 미래 계획을 신중히 숙고하지 않고 도시화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난개발의 실상에 대해 그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하늘 끝까지 뻗은 회색 빌딩숲'을 처연히 바라본다. 치솟은 마천루가 보기에는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이렇게 신랄하게 반문한다: '이것이 우리가 원한 전부인가/그 누구가 미래를 약속하는가/이젠 느껴야 하네/더 늦기 전에'.

화자는 '더 늦기 전에' 갈택이어의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또한 후속 세대인 '아이들이 자라서/밤하늘을 바라볼 때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두 눈 속에' 담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아이들'에게 밤하늘의 별은 꿈과 비전을 상징한다. 꿈을 먹고 사는 그들에게 절망을 안겨서는 안 된다. 꿈을 포기하면 미래가 없는 법이다. 환경오염은 큰 환란을 낳을 수 있다. '냇물'은 갈수록 오염되어 가고 있다. '굴뚝'에서 분출되는 케케묵은 '연기'는 하늘을 뿌옇게 뒤덮는다. 따라서 환경오염 때문에 '저 하늘에 총총히 박혀있던/우리의 별들을' 지금은 헤아릴 수조차 없다. 별들이 서서히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육안으로 보기도 힘들지만 마음의 꿈을 잃어버린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조여 온다: '힘없이 꺼져가는/작은 별 하나/자 이제 우리가 할 일이/뭐라고 생각하나'. 목전에 보이는 현실적 이익만을 좆기 위해 '별 하나'마저 '외면'해야 할까. 아니면 미래에 다가올 기회를 잃기 전에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할까.

연못물을 전부 퍼내면 눈앞에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는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사람의 욕심은 불행을 낳는다. '더 늦기 전에'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실질적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안이한 대증요법은 금물이다. 땜질식 대응은 미래에 자칫 최악의 환경 재앙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아울러 국민과 기업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환경 보호 실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청정 지구 환경이 곧 사람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