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 앙카라학원은 어찌 되었는지? 터키군 노병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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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한국전쟁의 아픔은 한국인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한국을 보호하고 지켜내기 위해 유엔군이 한국의 땅을 밟았다. 군인들의 나이는 고작 20세를 전후한 젊은이들이었다. 유엔군 가운데 터키군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군인을 파병하였다. 한국의 전쟁고아들은 유독 터키군의 눈에 띄었다. 20대를 전후한 앳된 터키군인들의 눈에 전쟁터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은 터키에 두고 온 동생이었고 조카였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고아들은 터키군인들의 품에 안겨 수원에 설치된 의무부대에 보금자리가 마련되었다. 터키의 국방부 문서를 어렵게 구하여 보았더니 터키군의 제1여단이 1951년 1월27일 수원시에 투입되면서 전쟁고아들을 수용하기 시작하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1951년 7월7일 '수원교외에 '앙카라'학원 토이기(土耳其) 부대에서 설치'라는 기사가 실렸다. 


1951년 수원에 설치 전쟁고아 시설
터키군이 자국에 지원 요청해 운영
1968년 완전 철수때 복지법인 변경


처음의 시작은 고아원이었고 영아원이었다. 앙카라학원이 운영되면서 아이들의 나이도 사연도 제각각이었다. 그렇게 하여 앙카라학원은 영아원,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르는 아이들을 위한 각각의 시설들과 지원이 필요했다. 이에 터키군인들은 한국에 파병된 여단장과 자국 정부에 앙카라학원의 시설과 운영비의 지원을 요청하였고 터키정부는 이에 호응하였다. 온전히 터키군과 터키 정부, 터키의 구호단체가 협심하여 앙카라학원의 자립기반을 만들었다. 1953년 터키의 국경일을 기하여 앙카라학원에 필요한 시설을 새롭게 건축하였고 학원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와 필수품을 자급할 수 있도록 많은 땅도 구입하였다. 이는 1973년 앙카라학원의 재산현황을 통하여 확인된다. 당시 앙카라학원은 대지(垈地)가 1천400여㎡, 밭이 약 2만9천여㎡, 논이 약 9천900여㎡, 유수지(遊水池)가 800여㎡ 등으로 4만2천여㎡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논농사, 밭농사뿐만이 아니라 과수원도 경영하였다. 배, 복숭아, 포도 등을 재배하였고 우유를 제공하기 위한 유우(乳牛), 닭과 돼지 등도 길렀다.

앙카라학원은 비단 전쟁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만의 보금자리가 아니었다. 수원을 비롯하여 인근에 있는 난민의 아이들과 걸인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였다. 피난길에 혼자가 된 고아들은 물론이었고 부모가 있었지만 극빈한 가정의 아이들이 하나둘 앙카라학원으로 모여들었다. 형제가 온 경우도, 남매가 온 경우도, 고모와 조카가 함께 입소한 경우도 있었다. 앙카라학원에서 얼마나 정성을 다하여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는가는 1953년 우량아로 선발된 17명의 아이들 가운데 1명이 앙카라학원의 아이였다는 사실을 기사를 통하여도 확인된다.

의무대는 부상당한 군인들뿐만이 아니라 아픔을 안고 찾아오는 한국인들을 치료하였고, 공병대는 도로의 개설, 전화가설 등 공공시설에 필요한 것들을 설치하였다.

1979년 돌연 폐원… 무슨 일 때문에
생존 터키군 이제 2~3명뿐인데 민망


국내자료로 확인되는 수용인원은 1951년 93명, 1958년 136명이었고, 1954년 터키국방부의 문서에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인원이 130명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터키군의 완전한 철수가 이루어지던 1968년부터 재단법인 앙카라학원은 복리시설로의 변경과 사회복지법인으로의 변경을 추진하였다. 그렇게 하여 앙카라학원은 1974년에 사회복지법인이 되었다. 1974년에는 용인시에도 시설을 갖추고 운영되고 있던 앙카라학원이 1979년 돌연 폐원되고 말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제 앙카라학원의 설립에 참여한 터키군 생존자는 2~3명뿐이고, '앙카라형제회' 회원들도 80 고개를 넘었다. 앙카라공원이 개장되면서 그려졌던 벽화는 퇴색되었고 터키군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기만 하다. 생존한 터키군이 묻는다. "앙카라학원은 어찌 되었느냐?" 민망할 뿐이다.

/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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