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 "명절, 어떻게 쇠어야 하는가?"

입력 2022-09-25 18:58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9-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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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오월농부(五月農夫), 팔월신선(八月神仙)'이라는 말이 있다. 오월의 농부들은 고단한 나날을 보내야 한다. 땅을 일구고 곡식을 가꾸기 위해 찌는 듯한 무더위를 견디어 내어야만 했다. 그렇게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팔월이 되면 여름내 쏟아낸 땀방울은 어느덧 보람으로 결실을 맺었다. 알알이 영글어 알찬 곡식이 되었고 향기로운 과일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즈음이 바로 우리의 명절인 추석이었다. 그렇기에 추석의 풍요롭고 넉넉한 모습을 유만공의 시 '추석(秋夕)'에 '무가무멸사가배(無加無滅似嘉俳)'란 구절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만 해라'라고 한 유래가 되었다. 재한외국인 255만(2019년 12월 현재) 시대, 아시아의 나라들은 우리와 같은 추석 명절을 쇠고 있을까? 궁금함을 덜고 명절은 어떻게 쇠는 것인지 의견을 보태고자 이 글을 쓴다.

'中 추석' 월병 만들고 '항아' 기려
베트남 '쭝투' 일본 '오봉' 닮은 꼴
아시아인들 수확 감사의 의례 지내


추석 명절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도 유사하다. 먼저 중국은 보름달 모양의 떡인 월병(月餠)을 만들어 먹으면서 달 속에 산다는 '항아(姮娥)'를 기린다고 한다. 이는 항아가 달의 신이 되었다는 믿음에서 기원 된 것이다. 한편 월병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서도 만날 수 있다. 베트남(Vietnam)은 비엣(Viet)족의 나라라는 의미인데 베트남의 북쪽 지역은 중국문화의 영향권 내에 있었다. 그러한 영향으로 베트남 북부의 풍속은 중국의 문화를 닮아있다. 베트남은 추석을 쭝투(Trung Thu, 仲秋)라고 하며 명절 음식인 보름달 모양의 '반 쭝투(Banh Trung Thu)'를 먹는다. 인구의 25%가 중국인인 말레이시아는 추석을 휴일로 하지 않지만 '달 떡축제(Moon cake festival)'기간에 월병(Moon Cake)을 판매하고 있으며 월병을 선물로 주면서 추석을 즐긴다. 메이지유신 이후 음력을 쓰지 않는 일본에서는 8월13일부터 16일까지가 추석 즉 '오봉'이다. 일본도 우리와 같이 추석은 조상님들이나 돌아가신 사람들이 원래 있던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라고 한다. 8월13일, 날이 어두워지면 대문에 등불을 켜는데 조상님들이 집을 잘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의미이다. 이러한 점은 우리와 닮아있으나 달달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중국과 닮아있다. 일본에도 우리의 송편과 유사한 음식이 있는데 달을 보며 먹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스키미 당코'라 한다.  

 

이렇듯 보름달 모양의 음식을 먹는 국가들과 달리 우리의 추석 음식은 단연코 송편이다. 송편은 소나무 떡인 송병(松餠)에서 그 이름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솔잎을 켜켜로 놓고 떡을 찌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라 여긴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신라(新羅)는 반드시 반달 모양의 송편을 먹어야 발전할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고, 오늘에도 그 풍속이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송편은 '차서 기울어야 하는 보름달' 모양이 아니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앞으로 '차올라야 하는 반달' 모양이다.

이렇듯 아시아인들은 가을의 수확을 기뻐하며 이를 조상의 덕으로, 신의 덕으로 여기며 감사의 의례를 행하였다. 음식의 문화에서 엿보듯 문화는 다른 듯 유사하고 유사한 듯 차이가 있다.

상차림에 후손들 몸이 고달프다면
'조상에 달가운 일일까' 의식 공유


그런데 명절이면 드는 생각이 있다. 조상을 위한 음식을 차리는 일에 후손들이 힘겨워한다면 조상님들과 신께 달가운 일일까 하는 것이다. 올해 추석 상차림과 관련하여 여러 의견이 분출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한 이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을 맞아 수확의 보람을 함께 나누고 서로 격려하고 배려함으로써 나누고 채워주는 것이 더욱더 커다란 기쁨임을 확인하는 것! 이것이 아시아인들이 공통으로 생각하였던 인생사의 큰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그리하여 서로 돕고 서로 행복하자는 것이 또한 명절의 참 의미는 아닐까?



조상을 위한다는 명절이 얽매인 절차와 겉치레로 후손들의 몸은 고달프고 마음은 무겁다면 누구를 위한 명절이 되겠는가? '홍동백서'가 중요한 것인가? 아니면 '조율시이'여야 하는가, '조율이시'여야 하는가?

/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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