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 문법의 붕괴, 공동체의 혼란

입력 2022-12-04 19:12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2-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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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언어는 다양한 특성을 갖는다. 대전제는 언어의 기호는 소리와 의미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정한 규칙을 갖고 있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는 것이다. 그 규칙은 언어공동체의 일원이라면 구속력을 갖고 있어 한 개인이 마음대로 변경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규칙도 결국 역사적 변화에 따른다.

이를 전제로 언어는 역사성으로 고유성을, 사회성으로 정체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말과 글은 고유성은 옅어지고 정체성은 혼란의 시기에 놓여있다. 시대의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자 하는 언어의 속성을 인정하더라도 계층에 따른 언어체계는 사뭇 달라졌음을 느낀다. 특히 이를 부추긴 계층이 정치인들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맥락에서 여의도는 한국어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진앙지요 정치인들은 언어체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문법을 붕괴시킨 장본인이라 하겠다. 


정치인들의 언어체계 '여의도 문법'
'우기면 그럴듯한 말' 세상 어지럽혀
젊은 세대 음운·어휘 기존체계 이탈


우리 언어를 시대에 따라 고대국어, 중세어, 현대어로 구분할 수는 있다. 시대에 따른 변화로 구분한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제주어,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현시점에서 지역적 구분인 방언에 더하여 계층의 언어가 따로 존재한다. 직업으로는 정치인의 언어,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언어가 존재한다.

물론, 이는 자연스러운 변화이며 언어의 역사성에 충실한 결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어적 의미의 붕괴를 촉발시켜 같은 언어공동체를 혼란에 빠트리는 것은 여의도의 문법 때문이다. '여의도 문법'이란 '맞는다는 말도, 틀렸다는 말도 아닌 말', '처음은 대단한 듯하지만, 결론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말', '우기면 그럴 듯도 한 말'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그러니 언어의 체계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정치인들이다.



일반적으로 언어체계는 음운, 어휘, 문법으로 구성되는데 여의도의 문법을 통해 음운과 어휘는 같아도 의미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말이란 일반인들이 상식적, 관습적, 역사적으로 알고 있는 객관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시켰다. 그러니 '말이 그렇지 뜻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가 오히려 새로운 문법으로 자리한 듯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정치인의 권력이 필요한 이들이 정치권의 문법을 비판 없이 수용하였다는 점이다. 오늘날 언어체계의 붕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이로 인하여 우리의 문법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게다가 세대 간 문법의 차이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나 젊은 세대들의 문법은 음운과 어휘에서도 기존의 언어체계를 벗어났다.

이제는 언어체계 붕괴를 수수방관하여서는 안 되겠다. 언어가 시대적 변화에 따라 역사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 사이에 불통을 초래한다면 우리 사회의 질서는 붕괴되고 말 것이다. 같은 어휘와 문법을 사용하더라도 말하는 이와 듣는이가 서로 다른 의미로 전달하고 이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회의 행태나 국정감사 전반에서 보여주는 말 잔치는 무지의 향연이고 억지의 경연장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적용 긍정·희망적 변화
원인·결과 책임' 뜻하는 의미 되길


이제라도 우리말의 언어체계를 바로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날의 문법으로 한다면 정치권과 그 주변 세력들이 말하는 '정의'란 무엇인가? '서로 이익을 누구고자 하거나,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무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이것이 오늘날의 정의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세상이 정의를 외칠 때, 어떤 정의를 말하는 것인지 매우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난 5월18일 칼럼 ''호박씨 깐다'의 의미'에서 '출신·종교·문화와 상관없이 함께 사는 사람들이 사회를 위해 힘을 합친다'라는 의미를 제안한 바 있다. 기왕에 문법에 변화를 생각한다면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변화되었으면 한다. 여의도의 정치인들이 말하는 정의가 '너와 나 누구에게나 공통으로 적용되는 옳음과 그름에 대한 판단. 그리고 권력의 유무에 상관없이 원인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뜻하는 의미가 되길 기원한다.

/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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