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 이슬람사원 건립, 융합의 상징이 되길

입력 2023-02-05 19:08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2-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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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K-컬처는 오랜 세월 다양한 민족이 한반도로 이주해 들어오면서 문화적 유전자가 유입된 덕분이다. 많은 사람이 잘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한국의 문화는 이주로 인해 형성되었다.

한식은 한국인의 수용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입증한다. 그 가운데도 비빔밥과 김치는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말 '비비다', '버무리다', '섞는다' 등의 어휘를 통하여 확인된다.

'비비다'는 '서로 섞이도록 버무리다'로 풀이되는데 비빔밥은 서로 다른 재료를 섞이도록 버무린 음식이다. 그리고 '버무리다'는 '한데 골고루 뒤섞다'로 풀이되는데 우리의 음식 가운데는 이렇게 버무린 것들이 여럿이다. 명사인 '버무리'는 여러 가지 재료를 한데 뒤섞어 만든 음식을 말하는데 '버무리떡', '감자버무리' 등이 그 예이다. '섞는다'는 '둘 이상의 물건을 한데 넣어 합치다. 어떤 물건에 다른 물건을 끼우거나 넣어 합치다. 둘 이상의 말이나 행동 따위를 동시에 나타내다. 어떤 감정이나 말, 행동 따위에 다른 말이나 행동을 더하여 함께 나타내다'를 의미한다.



언어체계가 생각과 가치관의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입장에서 우리말 어휘에 드러난 우리 민족의 기질을 돌아본다면 근래 이슬람사원의 건립과 관련한 대립과 갈등은 사뭇 놀랍기만 하다. 왜냐하면, 앞에 살핀 어휘들은 '서로 다른 성질의 것들이 그 특성을 잃지 않고 결합하면서도 새로운 맛과 향을 창출한다'는 융합과 창의의 정신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슬람사원의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슬람교도들의 기도로 인한 소음과 향이 다른 음식 조리로 인한 거부감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이슬람교도 '신라때 처용' 정착 기록
역사적으로 우리 문화와 버무려져


더욱더 아쉬운 점은 반대를 위한 표현의 방식이다. 이슬람사원 건립 현장에 돼지머리와 족발을 전시하였다는 점이다. 종교란 서로 존중되어야 할 것인데 이슬람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현장이 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데 이슬람 문화는 역사적으로 이미 오래전 우리의 문화 속에 섞이고 버무려져 있다. 이슬람교도들이 한반도에 들어와 왕래하면서 정착한 것은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민속에 깊이 뿌리내린 처용의 존재가 그러하다. 또한 고려시대에도 수많은 이슬람교도가 회회인(回回人)으로 교류하였고 이주하였다. 이는 문화적으로 고려가요인 '쌍화점'에 그 실상이 잘 드러난다. 조선시대는 왕조실록을 통하여 회회인들의 정착과 역할이 보다 소상하게 기록되어있다. 1407년(태종 7년)에는 '회회의 사문(沙門) 도로(都老)가 그의 처자를 데리고 와 머물러 살기를 원하니, 임금이 명하여 집을 주어 살게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1412년에는 다라(多羅)에게는 쌀 10석을 내려 주었다고 하였다. 1418년(세종 즉위), 1419년에 조정의 행사에 회회인들이 참석하였으며, 도로(都老)에게 쌀 5석을 내려 주었다고 기록되었다. 1427년(세종 9년) 회회인으로 귀화(歸化)한 이가 있었으며, 회회교도와의 혼인이 이루어지고 있었음이 기록되었다. 1483년(성종14)에는 회회국에서 오가는 것이 7~8년 걸린다고도 하였다. 그리고 회회인에 대하여 아랍인, 시베리아 바이칼호 연안 거주, 위구르족이라 하였다. 이렇듯 역사적 기록으로도 한반도에는 많은 이슬람인이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살아왔으며 어느 성씨인가에 동화되어 살아가고 있다고 추단된다.

그런데도 여전히 낯선 점 분명하나
그들이 혐오 차별로 마음 아프다면
새 이웃 융합문화 자긍심 증명해야


그런데도 우리에게 이슬람은 여전히 낯선 점이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들과 어울려 살면서 이들의 문화 역시 녹여내었고, 잘 버무려 오늘날의 K-컬처를 형성한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친척 가운데 적어도 1명 이상의 재외 동포를 두고 있으리라 여긴다. 그들이 낯선 이국땅에서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는 것이 마음 아프다면, 우리의 새로운 이웃들에게 융합하면서도 창의성을 발휘한 우리의 문화적 자긍심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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