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WIDE] 공직사회 '和色' 시민들 '火色'… "지자체 현장 고려해야"

'민원실 점심 휴무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2023-03-05 20:18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3-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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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의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공공기관 점심휴무제'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점심휴무제가 시범 도입된 수원시 영통구 매탄2동행정복지센터 민원실의 불이 꺼져 있다. 2023.3.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 왜 충돌하나


공직사회는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를 당연한 권리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점심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데다, 교대 근무로 담당 공무원 부재시 업무 처리가 늦어지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전공노 경기도청지부는 "현재 교대 근무로 하는 지자체 민원실이 많은데, 밥을 일찍 먹고 들어와서 쉬고 있으면 민원인이 저 사람은 왜 쉬느냐고 말한다. 또 자신의 점심시간이어서 쉬고 있는데 옆 동료가 민원이 너무 많으면 어쩔 수 없이 민원 처리를 도울 수밖에 없다"며 "민원인들은 민원이 있을 때만 민원실을 찾지만, 공무원들은 매일 점심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만 봐도 은행원은 오후 6시까지 일하지만, 은행 업무는 오후 4시30분에 끝난다는 것을 국민 모두 인식하고 그 전에 은행을 가려고 한다.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가 지금은 불편하겠지만, 이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노 "교대근무하면 처리지연 일쑤"
민원인 "평일 이용시간 없어질 판"

반면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무인발급기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어르신 등 무인발급기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많고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지 않으면 평일에 민원 서류를 뗄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경우도 많다. 공공 서비스인 만큼, 현재처럼 교대 근무로 해도 충분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30대 직장인 A씨는 "인감증명서처럼 직접 와야 하는 서류들이 있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야만 올 수 있는데, 민원실이 점심시간이라고 문을 닫으면 앞으로 연차를 쓰고 와야 하는 것인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 지역 곳곳에서 논란. 점심시간 휴무제 하려면 조례 바꿔야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 논란은 지난해 홍준표 대구시장 SNS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구 구청장·군수 협의회가 지난해 11월 해당 제도 도입을 예고하면서 오는 4월부터 시범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홍준표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교대 근무'를 해서라도 민원의 공백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 대구지역본부는 '국민과 공무원을 갈라치는 망언'이라고 반발했다. 이후 논란은 격화됐고 결국, 대구시 내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는 잠정 보류됐다. 지난 1월 경상남도에서도 최근 창원시 등에서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을 추진·확대하는 것을 두고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게다가 다음 달부터 행정안전부가 개정한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민원처리법)' 시행령이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되는 내용은 민원처리법 시행령에 '민원실 운영' 조항을 신설한 것으로, 민원실 운영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규정했다.

다만 민원실 운영 시간과 방법을 해당 자치단체 '조례'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앞으로 지자체가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를 운영하려면, 조례를 제정해 규정하도록 한 것이다.

내달 법 개정, 지역 곳곳 잇단 논란
도입 안하는 道 "여건달라 신중해야"


조례 제정을 두고 앞으로 논란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경기도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해 대구시에서 해당 제도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경기도에서도 내부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경기도청 민원실의 경우 점심시간 대 어르신들의 방문 비율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해 해당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 시·군에서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경기도가 일방적으로 여론을 만들어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말할 수 없다. 각 지자체마다 민원의 수, 지역적 여건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라며 "각 지자체가 현장 사정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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