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WIDE] 체류 연장·기숙사 운영… '공공형 계절근로' 일손가뭄 단비될까

'미등록 외국인' 단속에 속타는 농가
입력 2023-03-26 20:23 수정 2023-03-26 21:03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3-27 3면
농촌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 단속에 경기도 농가들이 단속 일변도 정책보다는 안정적인 농업 인력 수급 제도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자진출국 신청접수하는 모습. /경인일보DB

농가 일손 부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외국인계절근로자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경기도 농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농가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여서 미등록 외국인을 구할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부·지자체 등과 농협이 함께 추진하는 '공공형 계절 근로사업'이 대안이 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국내에서 최장 5개월 단기 취업이 가능한 외국인계절근로자 제도를 지난 2017년 도입했다. 길게는 3년간 고용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의 경직성을 극복하고, 계절별 인력 수요 편차가 큰 농·어업 분야에 활용하려는 취지다. 올해 전국 농가에 배정된 인원은 2만4천명 수준으로, 지난해 1만536명과 비교해 132% 늘었다.

정부는 최장 5개월인 지금의 외국인계절근로자 체류기간을 늘려 작업 숙련도를 높이고 농가 인력난 해소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체류기간 확대는 농가 입장에서 시급한 문제"라며 "법무부도 이런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제도 문턱 높아 넘보지도 못하는 도내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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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단 연행된 여주시의 한 고구마 농장에서 지난 24일 오후 고석재(57)씨가 인력 부족으로 선별하지 못해 창고에 가득 쌓여 부패가 진행되는 고구마를 바라보고 있다.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하지만 도내 지자체와 농가들은 체류기간 확대에서 나아가 정부가 까다로운 외국인계절근로자 제도의 절차를 손보고 공공 기숙사 운영 등으로 재정적 뒷받침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도의 실질적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외국인 계절근로자제도 도입률'(이하 도입률)은 지난해 기준 45%로 저조했다. 도입률은 정부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 인원수를 정했을 때, 실제 국내 도입된 인력 수를 나타내는 비율인데 정부 배정 인원을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정부 배정 인원이 정해지면 각 시군이 해외 지자체와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해 심사를 거쳐 농촌에 인원을 투입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담 인력과 역량 등 지자체마다 편차가 커 제도 활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지자체 측의 공통된 목소리다. 심지어 최근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천시와 가평군의 경우 지난해 계절근로자 도입률은 0%였다.

계절근로자, 작년 도입률 45% 저조
농업인 인증·숙식제공 등 문턱 높고
전담 인력·역량 지자체마다 큰 편차

더 큰 걸림돌은 열악한 농가의 현실을 제도가 품지 못하는 점이다. 농가에서 지자체에 계절근로자를 신청하려면 농업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할 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농사만으로도 벅찬 농가들에 제도 충족 요건이 턱없이 높다는 것이다.


여주시에서 감자·양파·마늘을 재배해 인근 학교로 납품하는 농부 김모씨는 "사업 규모가 큰 농가들이야 신청할 수 있지. 외국인 인력 절실해도 나 같이 영세한 농부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토로했다.

도내 지자체 한 관계자는 "규모에 따라 농가당 최대 12명씩 계절 근로자를 신청할 수 있는데, 농번기 수요를 채우기엔 부족하고 배정받은 인원도 시 전체에 100명 정도로 적다"며 "이들이 모두 들어올지 두고 봐야 하고, 조건이 까다로워 농가에서는 반발 목소리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공형 계절 근로 사업', 외국인 인력 가뭄 해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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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단 연행된 여주시의 한 고구마 농장에서 지난 24일 오후 고석재(57)씨가 인력 부족으로 선별하지 못해 창고에 가득 쌓여 부패가 진행되는 고구마를 바라보고 있다.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이런 가운데 주목할 것은 정부가 농협과 손을 잡고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하루 단위 노동력을 제공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이다. 정부 등 지자체가 지역 거점 시설을 기숙사 등으로 활용하며, 근로계약을 도맡아 농가의 부담을 덜고 있다.
정부·농협, 하루단위로 노동력 제공
도내 안성 1곳뿐 "도입 시급" 분석
정부는 사업 개소를 지난해 5개소(190명)에서 19개소(990명)로 확장·운영 중이다. 다만 경기도에선 안성시 한 곳에 불과해, 도내 계절 근로자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도입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올해 농가를 지원하는 농촌 인력지원센터를 8개소에서 11개소로 늘려 운영하고 있다"며 "경기도 자체사업으로 외국인 근로자 숙소 등을 마련하는 사업도 계획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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