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맞았다

입력 2023-04-30 19:33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5-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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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이제 곧 어린이날을 맞이한다. 어린이날은 언제 어떻게 제정된 것일까? 그 유래는 이러하다. 1925년 제네바에서 세계아동복지회의가 개최되었다. 아동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자리였다. 그 결과 어린이들의 복지증진을 위하여 어린이날이 제정되었다. 공식적으로 어린이날을 인정한 최초의 국가는 튀르키예였다. 그리고 유엔은 1954년 11월20일을 세계 어린이날로 제정하였다.

튀르키예가 어린이날로 정한 4월23일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1920년 앙카라에서 오늘날 튀르키예 국회인 대국민의회를 설립한 날이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는 이날을 국가 주권의 날로 정하였고, 1929년부터 국가주권과 어린이날로 선포하였다. 한국전에 참전하였던 아즘 뒨다르(Nazim Dundar)대위는 4월23일 30여 개국의 아이들이 참가한 튀르키예 어린이날 축제에 "왜, 수원에 있는 앙카라학원의 어린이들이 오지 않았을까?"하며 슬퍼했다고 한다. 한국전에 참전하였던 튀르키예 군인들은 전쟁터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하나둘, 아이들을 데리고 부대 막사로 데려왔고 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시설을 운영하였다. 튀르키예 참전용사들의 모금으로 설립되어 운영되었던 교육시설은 수원에 설립된 '앙카라학원'이었다.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형제의 나라에서 참전한 스무 살 안팎의 어린 병사들의 따뜻한 마음이 '앙카라학원'의 설립과 운영에 담겨있었다. 


나라마다 각각의 의미 담아 기념
오늘날 우린 국권 회복·미래 열자는
선각자들 정신 계승하는지 의문


국제적 기록 여부는 확인하지 못하였지만 어린이날의 제정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아동복지회의가 개최된 1925년보다 두 해가 빠른 1923년 5월1일을 어린이날로 제정하였다.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절, 어린이들이 나라의 희망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다양한 활동이 있었다. 우리의 얼을 심어주기 위하여 우리말 동요와 동시, 동화, 동극을 만들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문화활동을 펼쳤다. 1919년은 소년회가 창설되었으며 1922년 5월1일을 소년일로 제정하였고, 1923년 어린이날을 제정하였으니 올해로 우리나라의 어린이날은 꼭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런데 오늘날 5월5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하게 된 것은 다음의 사연이 있었다. 5월1일은 근로자의 날이라 하여 1927년부터 5월 첫째 일요일로 옮겼다. 1937년 일제는 어린이날을 금지시켰고, 1939년부터 중단되었다. 1946년 해방이 되고 나서야 다시 5월5일이 어린이날로 정해져 오늘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많은 나라가 유엔이 정한 날이 아닌 날을 따로 정하여 어린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날짜를 선택한 이유도 유래도 제각각이다. 순차적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태국은 1월 둘째 주 토요일을 어린이날로 정하고 있다. 미얀마는 2월13일 아웅산 장군의 생일이며, 멕시코는 4월30일이다. 그리스는 5월에 어린이 주간을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은 이슬람력 5월5일로 양력 7월 초이다. 일본은 3월3일은 여자 어린이날, 5월5일은 남자 어린이날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국은 6월1일로 초등학교만 휴일이라고 한다. 북한은 6월1일은 유아기 어린이날, 6일은 초등학생들의 어린이날로 정하고 있다. 베트남은 우리의 추석에 해당하는 '쭝투(仲秋)'를 '어린이들의 명절'로 기념한다. 그리고 브라질은 10월12일로 아파레시다의 성모를 기념하는 날이며, 인도는 11월14일로 초대 총리 네루의 생일이라고 한다. 이렇듯 세계의 여러 나라가 각각의 의미를 갖고 어린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푸른 하늘서 정답게 자라고 있는지
세계 어린이 행복만 가득하길 바라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그 역사적 의미와 당시 어린이날을 제정하여 국권을 회복하고, 나라의 미래를 열어가고자 하였던 선각자들의 그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의 어린이들이 푸르른 5월, 푸른 하늘과 푸른 벌판에서 서로 정답게 나라의 일꾼으로 자라고 있는지?

'대한민국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맞으며 세계 모든 어린이들에게 행복만이 가득하길 바란다. 특히 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튀르키예 어린이들의 꿈이 좌절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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